출판사 리뷰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단순한 이야기와 재미있는 그림으로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그림책
빨간 끈으로 머리를 묶고 싶은 사자머리를 예쁘게 꾸미기 좋아하는 사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길을 가던 사자가 숲 속에서 빨간 끈을 발견합니다.
사자는 ‘이렇게 예쁜 빨간 끈은 처음 보는걸! 이 끈으로 머리를 묶으면 예쁠 거야.’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날카로운 이빨로 끈을 끊으려 하지만 빨간 끈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힘센 코끼리가 기다란 코로 당겨도, 사슴이 멋진 뿔로 당겨도 끈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토끼가 날카로운 이빨로 갉아도, 딱따구리가 뾰족한 부리로 쪼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잔뜩 기대를 하고 있던 사자는 실망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바로 그 때 거미가 사자 앞으로 지나갑니다. 거미를 본 사자는 울음을 그치고 거미에게 부탁합니다.
“거미야, 너도 한번 해 보지 않을래.” 다른 동물들은 “저 조그만 녀석이 뭘 할 수 있겠어.” 하며 거미를 비웃습니다.
코끼리의 코, 사슴의 뿔, 토끼의 이빨, 딱따구리의 부리에 비하면 거미에게는 끈을 끊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미는 생각을 다르게 함으로써 다른 동물들을 놀라게 합니다.
가느다란 거미의 다리는 끈을 끊는 데에는 소용이 없지만, 사자 머리에 예쁜 리본을 매 주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빨간 끈으로 멋지게 머리를 장식한 사자는 행복한 마음으로 오래오래 그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소유함으로써 기쁨을 얻으려 합니다.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하면 슬픔에 빠지기도 하고, 욕심이 지나쳐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을 혼자서 가지려고 하다가 온 세상을 아프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끊어지지 않는 빨간 끈’은 혼자서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상징합니다.
빨간 끈으로 머리를 묶고 싶은 사자는 끈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끼리를 비롯한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서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했을 때 돌아오는 것은 실망감뿐입니다.
굳이 끈을 끊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거미의 행동이 사자의 울음을 그치게 합니다.
사자는 끈을 끊지 않고도 빨간 끈으로 예쁘게 장식한 머리를 거울로 들여다보는 기쁨을 얻게 됩니다.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이 좀 불편하겠지만, 불편을 감수한 사자 덕분에 또 다른 누군가가 빨간
끈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사자가 남겨 놓은 머리털이 한몫 할지도 모르지요.
이러한 생각은 작가의 말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들에 핀 꽃을 꺾지 않아도 향기를 맡을 순 있지.
숲 속의 벌레를 잡지 않아도 귀여운 모습을 볼 순 있지.
반짝반짝 예쁜 별은 따 갈 수 없지만 해가 뜨기 전까진 오래오래 볼 순 있지.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그리고 언젠간 이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하지만 이 모든 걸 즐길 순 있지.
책을 보는 또 다른 재미 - 동물들의 표정이 살아 있는 그림이 책의 그림에는 동물들의 표정이 살아 있습니다. 끈을 처음 본 사자의 호기심 어린 표정,
끈을 끊으려는 시도를 하기 전 동물들의 의기양양한 모습과 실패한 뒤의 머쓱한 표정,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 사자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동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도
이 책을 보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