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푸른도서관 시리즈 46권. 5.18 민주화 운동의 참모습을 그린 청소년소설.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소녀 명창 방울이와 고수 민혁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임방울 명창과 들불 야학으로 윤상원 선생 등 실존 인물경으로 등장은 현실감에 힘을 실어 주며 작품의 균형을 잡아 준다.
1980년 5월의 광주, 소녀 명창으로 등극한 방울이는 열두 번째 생일과 초경을 맞으며 한층 숙녀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게다가 방울이의 파트너이자 짝사랑 상대인 대학생 민혁에게 방울새 한 마리를 선물로 받아 더욱 기쁘다. 방울은 민혁과 함께 풍암리 집으로 향하기 위해 광주의 시내 버스 터미널을 찾는다. 하지만 시내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과 시위를 진압하려는 군대의 대치로 살벌하기만 하다.
급기야 폭력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이성을 잃은 군인의 무차별 사격에 그만 방울이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의 혼은 민혁에게 선물로 받은 방울새의 몸으로 빨려 들어간다. 방울새의 몸을 빌리게 된 방울이는 군인들이 거두어 간 자신의 육체와 군인들에게 쫓겨 달아난 민혁의 행방을 찾기 위해 광주 곳곳을 날아다니며 5.18 민주화 운동의 전개를 두 눈으로 살피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1980년 5월 18일 ‘그날’의 참모습을 그린 청소년소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유난히 기념해야 할 날이 많다. 올해로 31주년이 되는 5.18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18일도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의 과정이나 의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일반 성인들도 그저 우리나라 민주화의 정착과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어떤 일’인가가 벌어졌다고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을 뿐이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말해 무엇 할까?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두 아들을 데리고 광주를 찾은 박윤규 작가도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느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당혹스러움은 아이들이 ‘그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5.18 민주화 운동을 기리며 그날의 정신을 계승하고 문학으로 승화하기 위해 마련된 ‘오월문학상’을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아이들에게조차 이해하기 쉽도록 ‘그날’을 설명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많은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이 5.18 민주화 운동을 그리고 있었지만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어린 독자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아동청소년문학 작품도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작가는 어린이와 청소년 모두 쉽고 흥미롭게 읽으며 ‘그날’의 과정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쓰기로 아들과 약속했다. 이번에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는 바로 이러한 다짐의 결실인 셈이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외면하고 잊어버리는 방법을 택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 하지만 상처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위해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날’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오늘, 과연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용기가 충만해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내일을 준비하자.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가슴 아픈 현대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줄 것이다. 지금까지 방치해 두었던 과거의 상처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로 완벽하게 아물 뿐만 아니라 재발의 위험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격동의 현대사 한복판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을 위로하다
5.18 민주화 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정착과 발전 과정에 있어서 정점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날’의 참모습을 다룬 문학 작품은 어린 독자들에게 자칫 무겁거나 어둡게 여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또한 사회적 이슈에 기대거나 당시 광주 시내에 가득했던 참담한 모습을 나열하는 자극적인 작품으로 오해될 소지도 있다. 하지만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의 가장 큰 미덕은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그날’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학적 장치가 활용되어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박윤규 작가는 고대사에서부터 현대사까지 아우르는 이해와 우리 민족의 정서를 흥미로운 소재와 접목시켜 어린 독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전달하는 역량이 탁월한 작가이다. 이는『산왕 부루』, 『천년별곡』, 『내 이름엔 별이 있다』,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시리즈 등의 전작에서 한껏 발휘되었으며 신간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소녀 명창 방울이와 고수 민혁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방울새의 몸에 빙의된 주인공 방울이의 영혼과 희생경으로혼령 등 판타지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독자들을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임방울 명창과 들불 야학으로윤상원 선생 등 실존 인물경으로등장은 현실감에 힘을 실어 주며 팩션으로경계에서 작품으로균형을 잡아 준다.
무엇보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판소리는 때에 따라서 신명, 슬픔, 노여움 등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며 독자의 이입을 돕는다. 박윤규 작가는 ‘그날’의 한복판에 섰던 수많은 사람들의 한을 풀어내는 수단으로써 판소리를 그리기 위해 직접 판소리를 배우고 공부하기도 했다.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는 이처럼 다양한 매력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기리고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영령들을 위로하고 있다. 하지만 ‘그날’을 바라보는 시각은 결코 비장하지 않다. 함부로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도 않는다. 그저 역사의 격동기 한가운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작가의 두 아들과 또래의 많은 독자들이 나름의 답과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자 한다. 이것은 아마도 이 작품이 위로하고 있는 영령들이 간절히 바라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이름이 불린 방울은 그저 얼떨떨한 표정이 되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민혁이 방울을 업고 대회장을 빙빙 돌아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저녁 늦게 광주로 돌아와 잠들 때까지도 자신이 정말 어린이 명창이 된 건지 아슴아슴하기만 했다.
엄청난 함성과 더불어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혁과 방울은 뒤를 돌아보았다. 장갑차 한 대가 시위대 속에 갇힌 것이었다. 시위대는 승리한 듯이 함성을 울려 댔다. 민혁도 주먹을 불끈 쳐들었다.
“잘코사니! 결국 우리가 이기제. 암먼!”
장갑차는 강물에 갇힌 바위섬 같았다. 장갑차로 돌멩이가 마구 날아들었다. 누군가 장갑차 위에 불을 놓기도 했다. 방울은 문득 장갑차 속에 탄 군인들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방울은 깨달았다. 새가 된 후로 사람이 무섭기만 하였는데, 그렇지 않았다. 사람은 빛이다. 욕심과 미련과 한으로 뭉뚱그려진 혼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 아름다운 빛이 있다. 아무리 못난 몸뚱이를 가진 사람도, 아무리 악한 사람도 그 속은 보석 같은 빛으로 가득하다. 바로 생명의 본질인 영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박윤규
경남 산청군 신암면 외고리 지리산 끝자락에서 태어나 오일장이 서는 부산 끄트머리 송정리에서 낚시, 만화 그리기, 꿈꾸기를 반복하며 소년기를 보냈다. 구미 금오산 기슭의 금오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군에서 5년간 부사관 생활을 하며 시를 썼다. 제대하고 중앙대 문예창작과에 늦깎이로 들어가 공부하던 중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슬픈 바퀴>, 오월문학상에 단편소설 <처낭대>가 당선되어 어릴 적부터 꿈꾸던 작가 생활을 시작하였다.그 후 동화의 세계에 몰입하여 《산왕 부루》 《버들붕어 하킴》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천년별곡》 등을 펴냈고, 《주문을 외자 아르케 옵테릭스》로 한국아동문학상, <솟대장이 우시하>로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았으며, 《신기한 사과나무》 《안녕, 태극기》가 초등 교과서에 수록되었다.서울예술대, 중앙대, 건국대에서 동화 창작을 강의한 경험으로 강의록 《태초에 동화가 있었다》를 펴냈다.
목차
1. 오늘-님을 위한 행진곡
2. 그날-초경
3. 그날-들불
4. 그날-생크림 케이크
5. 그날-사랑가
6. 그날-방울새
7. 그날-정오의 애국가
8. 그날-십장가
9. 그날-빨간 구두 한 짝
10. 그날-기자 회견
11. 오늘-쑥대머리
12. 내일-오월의 노래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