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파란시선 43권. 이담하 시인은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으며, 2011년 「시사사」, 2016년 「한라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다음 달부터 웃을 수 있어요>는 이담하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이다. 시집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출판사 리뷰
당신이 진실에 가까운 거짓말을 할 때“이담하 시인에게 ‘말’은 행동을 유발하게 하는 기준이 되어 주기도 한다. ‘말’의 또 다른 표현인 ‘행위’는 그러므로 “그냥 놔둔다면” 누적된(맡겨 둔) “슬픔”이 되어 마침내는 울음을 쏟게 되는 것이다. 시인에게 “눈물은 나를 그냥 두라는 말”이며, 껍질을 “벗기지 말라는 말”은 “당신을 먼저 울게 할지도 모른다는” 다른 표현이며, “오래 참고 참았다”는 뜻으로 사용된 “겹겹이 된다”는 표현은 슬픔을 억제하는 의미의 ‘말’로 전이된다. 이처럼 이담하 시인은 ‘말’을 통해 행동을 결정짓고 이 ‘말’은 다시 자연스럽게 시의 언어가 된다.
이담하 시의 ‘말’의 성찬은 종국에는 “조용히 하라는 쉬”에 이르러 “몸의 가장 부끄러운 곳”과 대면하고 있다. “입을 닫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오해’와 ‘거짓말’의 시적 순간이 “눈과 귀를 떼어 놓”게 된다. “부끄러움”의 “입” 하나 겨우 할 말을 거르고 걸러서 비로소 시의 언어로 옮겨 적는다. “일어날 때보다 앉을 때 조용히 하라는” “쉬”의 언어로, 입의 할 말 없음에 시인은 조용히 귀 기울일 것이다. 이담하의 시는 '조용히 하라는 쉬'에서 다시 ‘말’이 깨어나고 있다.”(이상 전해수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이담하 시인은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으며, 2011년 <시사사>, 2016년 <한라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다음 달부터 웃을 수 있어요>는 이담하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이다.
사과가 가득한 방입속을 들여다보는 의사는 좁쌀만 한 결절에 즐거워요
성대결절입니다
어쩐지 나는 로맨틱한 마음이 들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사가 입을 열어 다섯 번째 계절과 숨은 계절을 보여 준다
결절된 성대 부근을 보면
상처가 보여 주는 용례는 자주 갈라진다고 해요
입속에 두 개의 사과가 있다고 의사는 정정해요
빈방에 통증이 숨어 있다고 또 정정해요
두 계절의 성분은 무엇입니까
의사는 자기 가슴을 또 한 번 열어
돌아오는 계절과 돌아오지 않는 계절을 보여 준다
당신이 만든 계절과 신이 당신을 만든 계절 중에
어느 계절을 믿는지 묻는다
저는 제 몸의 온도와 속도만 믿어요
통증은 하나의 계시라서
누구나 믿을 수 있고 자란다는 특징이 있어요
입속을 들여다보는 의사는 빈방을 보고 즐거워해요
방에 피 묻은 붕대가 가득하다고 말해요
사과가 가득하다고 정정을 해요
나는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아요
방은 이제 무엇으로 가득한가요 ***
말의 침묵말하고 듣고 생각하는 일,
3초면 가능하죠
3초 지나면 머쓱,
마치 빨간색 볼펜 같죠
각자의 말에는 색깔이 있다는 말 들어보셨죠
캄캄한 귀를 고집하신다고요
3초의 침묵,
세상에서 가장 긴 대답일 수도 있어서
그땐 입을 열고 혀의 색깔을 확인하는 거죠
침묵은 잉크가 떨어진 일일 수도 있겠지만
유언이 흐릿한 이유도 마지막 잉크를 짜내어 쓰기 때문에
모두 자기 색깔이라고 우기는 거죠
묵비권이 철저히 개인용 대화라면
똑딱똑딱 펜을 열고 닫듯 추궁은 공용어일까요
작은따옴표 속에 있던 말을 큰따옴표로 옮겨 와도
갇혀 있는 것은 마찬가지죠
하고 싶은 말 입속에서 몇 바퀴를 도는 동안 중화되지 않죠
점줄로 되어 있는 대화체 침묵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서……
툭툭 던져 놓고 무신경했던……
그냥 놔두어도 언젠가는 발아될 말의 씨앗이죠
입속에 쌓이거나 목구멍에 걸릴 때가 있는 말의 씨앗
봄은 언제 오는 거죠 ***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담하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2011년 <시사사>, 2016년 <한라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011 사과가 가득한 방
013 그동안 무슨 일이
014 바늘이 가리키는 본질
016 거짓말 크레셴도
018 입속에 들어 있는 두 계절
020 숨과 숨으로 인하여
022 반려 사물
024 조용히 하라는 쉬
026 감아쥐는 셈법
028 모스크바의 바다
030 상실을 품은 칼
032 짧게 긋는 일 획
033 조심하든지 돌아가든지
034 미행당하고 있다
036 친절한 주소
038 스톡홀름 증후군
040 기다리는 시간만큼
042 한철 내내 굴러다니는 지구
044 낮잠
045 토마토 공방
046 옮긴 이의 말
048 속수무책으로 부는 바람
050 개인별 오아시스
제2부
053 사과는 용서받을 때까지
054 먹낭 또는 먼낭이라는 나무
056 새가 좋아하고 당신이 좋아하는
058 오늘 저녁은 고양이 식성으로
060 오후 3시에 할 수 있는 일들
062 재건축에 관한 흉내문어의 견해
063 친소원근(親疎遠近)의 종적(縱的) 집합
064 책허파로 호흡하는 절지
066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
067 떨어진 꽃
068 강물을 물고기로 보면
070 고고학자들이 말하는 치료의 시간
072 며칠째 식물 수업
074 우주여행자 신분
076 신나는 곳이 끝나는 곳
제3부
079 타래실
080 선물에 대한 오해
082 한 번쯤 울었던 맛
084 맡겨 두었던 슬픔
086 어휘가 긴 눈웃음
088 살만 빼면 다 빨래
090 새 을 자 누드 옷걸이
092 공회전 중인 사회위
094 유령 위장
096 물질적 특권의 숟가락
098 잘 풀리는 사람들
100 완벽한 모습
102 고클린 다운로드
104 봄날의 팝콘
106 말의 침묵
108 입속에 쌓이는 말줄임표
109 갓밝이
110 해설 전해수 ‘오해’와 ‘거짓말’의 모멘트?이담하 시의 ‘말’과 시적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