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그 가게를 못 봤다고?
그렇게 큰 간판이 달려 있는데?!”아토피 때문에 음식을 가려 먹는 데 질린 환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먹고 싶은 음식을 큰 그릇에 잔뜩 담아
싫증 날 때까지 마음껏 먹는 게 소원이다.
그런 환이 앞에 바로 ‘그 가게’가 나타났다!
어느 날에는 라면집이었다가 다음 날에는 치킨집,
또 분식집이었다가 과자집으로 변하는 이상한 가게가!
배가 터질 만큼 먹는데도 자꾸 꼬르륵 소리가 나는 건 왜일까?
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신비한 가게가 있다면?!무엇이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놀고 싶은 대로 놀 수 있는, 꿈같은 장소가 있다면 어떨까?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군것질도 잔뜩 하고, 돈 걱정 없이 온갖 게임을 할 수 있는 곳 말이다. 심지어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짜릿한 해방감이 느껴질 것이다.
《세상에 없는 가게》는 아이들이 평소에 바라고 상상했던 것들을 현실에 실현해 주는 ‘신비한 가게’에서 일어난 한바탕 소동을 그린 판타지 동화이다. 이 요상한 가게는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며, 날마다 메뉴가 변하고, 눈앞에서 간판이 스르륵 바뀌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일단 눈에 한번 띄면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는 마력의 가게라고나 할까?
어릴 때 아토피를 앓으면서 고생한 적이 있는 환이는 엄마의 엄격한 식단 관리 때문에 음식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더 이상 예전처럼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은데, 엄마가 라면이나 치킨, 과자 같은 걸 입에 대지도 못하게 해서다. 그런 환이 앞에 ‘그 가게’가 불쑥 나타난다. 가게는 환이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어느 날에는 라면집이었다가 치킨집, 분식집, 과자 가게로 변화무쌍하게 변신한다. 생선 가게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고양이처럼, 환이는 엄마 몰래 그 가게를 들락거리는 데 재미를 붙이게 되지만 그럴수록 점점 가게를 벗어나기가 어려워지는데…….
이렇듯 이 작품은 아이들의 억눌린 욕망과 솔직한 마음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야기 속에 속도감 있게 담아냈다. 이를 통해 아이를 이해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어른들의 사랑 방식과 노력이,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억압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사려 깊은 성찰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억눌린 마음 때문에 고단한 아이들의 스펙타클 먹방 판타지!환이는 한창 먹고 싶은 게 많을 나이지만, 아토피 때문에 여전히 음식을 가려 먹는 처지다. 엄마는 가공 식품이라면 질색을 하면서 친환경적인 먹거리만 고르고 골라 주문하지만, 대부분 야채뿐이라 환이의 입맛에는 영 별로다. 외할머니가 환이를 돌봐 주실 때만 해도 엄마 몰래 종종 라면이나 과자를 먹곤 했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는 그런 낙도 없어져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환이는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에 라면과 과자를 잔뜩 사 와 먹다가 엄마에게 현장을 딱 들키고 만다. 그래서 슬프디슬프게 길을 걷고 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그 가게가 떡하니 나타난 것이다. 생기는 족족 장사가 망해서 늘 비어 있던 자리에, 다른 것도 아닌 ‘세상의 모든 라면’을 판다는 가게가!
그 라면 가게는 이상하게도 자꾸자꾸 간판 글씨가 바뀌더니, 급기야 ‘삼천 원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가게’가 되었다. 마침 주머니에 딱 삼천 원이 있는 데다 시간 여유도 있었던 환이는 용기를 내어 가게에 가 보았다. 둥그렇고 딱딱했던 손잡이가 손으로 변해서 환이를 덥석 잡으며 말을 거는 통에 소름이 오싹 끼쳤지만, 라면에 대한 열망은 무서움을 이기고 만다. 환이는 아이들로 북적이는 가게에 차려진 라면 뷔페에서 배가 터지고도 남을 만큼 온갖 종류의 라면을 맛보지만, 가게를 나오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맛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다음 날, 뽑기 가게에 가자고 조르는 절친 진혁이를 뿌리치고 학원을 가던 환이는 라면 가게가 치킨집으로 변해 있는 걸 본다. 그러고는 치킨의 강렬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꼬꼬댁거리며 요상한 노래를 부르는 손잡이를 잡고 안으로 들어가 치킨을 원 없이 먹는다. 하지만 가게 구석에서 외따로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라면을 먹는 여자아이를 만난 뒤로는 찜찜한 기분에 발길을 끊는다.
어찌된 일인지 환이가 외면하려 할수록 가게는 더욱 존재감을 뽐내며 분식집으로, 과자 가게로 거듭 변신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결국 구경만 하려고 다가간 환이는 손잡이에게 붙들려 가게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돌연 나타난 마녀 아줌마는 환이를 매섭게 몰아붙이며 가게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도록 앞을 막아서는데……. 과연 환이는 엄마가 기다리는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마음의 허기를 채워 주는 따끈하고 맛깔스러운 이야기 한 그릇!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해 마음이 왁다글닥다글한 환이는 ‘세상에 없는 가게’에서 그토록 바라던 음식들을 양껏 먹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가게를 벗어나는 순간, 포만감은 사라지고 입안을 감돌던 음식의 맛도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보물 창고를 찾은 듯한 짜릿한 기쁨도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손잡이가 말을 하고 오싹한 얼굴을 한 여자아이와 무서운 마녀 아줌마를 만나는 등 오금 저리는 순간마저 이겨 내던 식욕도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만다. 환이가 느끼는 허기는 사실 몸이 아니라 마음과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마녀 아줌마가 몰아세우는 말에 환이가 기우뚱 흔들리고 마는 것은, 그 말들이 환이 내면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던 부모에 대한 의구심을 또렷이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너를 그렇게 걱정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네가 좋아하는 건 아무것도 못 하게 하냐?’, ‘너희 엄마가 너를 그렇게 좋아하면 맨날 너랑 같이 있고 싶을 텐데 너는 저녁밥 먹을 때가 지나도록 밖에 있잖아.’ 환이는 거기에 대고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다. 라면을 싱크대에 부어 버리고, 과자를 빼앗아 가고, 만화책을 보지 못하게 하는 엄마가 떠오르자 ‘마녀 아줌마의 말이 맞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불안감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환이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엄마가 환이를 엄청 좋아한다는 걸 믿어야 집에 갈 수 있다’는 외침은 마녀의 마법을 푸는 열쇠이자 악몽을 깨우는 다정한 손길이 된다. 그리고 그동안 억눌려 있던 마음은 짠맛 나는 눈물 폭포가 되어 환이를 싣고 가게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카타르시스와 뭉클함, 그리고 안도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후련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마침내 환이는 폭식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도, 채울 수도 없던 질문을 엄마 앞에 꺼내 놓는다. ‘엄마는 나를 좋아해?’ 엄마는 그제야 사랑과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방식을 강요한 것이 환이를 얼마나 불안하게 만들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 모습이 어릴 적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것 또한 어렴풋하게 느끼며……. 두 사람은 한바탕 소동을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어림짐작하는 대신에 솔직하게 묻고 답하며 소통하는 둘만의 방식을 신중하게 찾아간다.
이렇듯 《세상에 없는 가게》는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는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 헛헛한 마음을 뭉클하게 안아 주는 이야기이다. 마음을 살피고 나누는 일의 어려움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 것은 물론이고, 믿음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환상성 가득한 이야기 속에 능수능란하게 풀어놓았다. 독자들은 깔깔 웃다가 소름이 오싹 돋았다가 눈물이 슬쩍 고이는, 맛깔스럽고 감칠맛 나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꼭 껴안아 주고 싶은 다정한 마음이 솟구칠 것이다. 여기에 속도감 있게 달음질치는 이야기의 호흡에 맞춰 상상의 세계를 활짝 열어 입체감을 부여하는 생생한 일러스트가 오감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의 무게에 짓눌려 ‘세상에 없는 가게’를 발견하고 그 앞을 서성이고 있을 모든 아이들에게 달콤하고 포근한 응원을 보낸다.
처음 본 라면 가게어릴 때 앓은 아토피 때문에 아직도 엄격하게 식단 관리를 하는 환이. 엄마는 자연에서 수확한 그대로가 아닌 가공 식품이라면 질색했지만, 환이는 엄마가 그럴수록 음식에 대한 집착이 갈수록 강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에 편의점에서 라면과 과자를 잔뜩 사 와 신나게 먹다가 현장을 딱 들켜 먹던 걸 죄다 빼앗기고 만다. 그렇게 쓸쓸하게 길을 걷던 환이 앞에 ‘세상의 모든 라면’을 판다는 가게가 떡하니 나타난다. 환이는 매일 간판이 바뀌는 이상한 가게를 잊지 못하고 한번 가 보기로 마음먹는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환이는 학교에 가면서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목이 빠지도록 가게를 쳐다보곤 했다. 이상한 가게였다. 간판 글씨가 자꾸 바뀌었던 것이다.
첫날, 그 가게를 보았을 때는 분명히 흰 바탕에 까만 글씨로 ‘세상의 모든 라면’이라고 씌어 있었다. 그런데 월요일에 보았을 때는 노란 바탕에 번쩍번쩍 빛나는 글씨로 ‘먹는 게 남는 라면집’이라고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수요일인 오늘 아침에 보았을 때는 간판 모양까지 세로로 바뀐 데다, 초등학생이 쓴 것같이 비뚤비뚤한 글씨로 ‘세상에서 제일 싸고 맛있는 라면, 못 먹으면 후회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 어디 한번!’
환이는 마침내 결심했다. 지난번에 컵라면을 사고도 삼천 원이 남아 있었다. 라면값이 얼마나 비쌀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한번 가게에 가 보기로 했다. 오늘은 학교 수업이 빨리 끝나서 ‘영어 동화책 읽기’ 학원에 가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식당에 들르기에 다시없는 기회였다.
(중략)
“야, 약국 옆에 가게 하나 새로 생겼잖아. 간판도 자꾸 바뀌고.”
환이는 진혁이에게 간판 모양이랑 그 위에 적힌 글자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진혁이는 그런 가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가게를 못 봤다고? 그렇게 큰 간판이 달려 있는데?”
환이는 초조하게 주머니에 있는 삼천 원을 만지작거렸다. 손에서 나온 땀 때문에 돈이 축축해져 갔다. 진혁이의 말처럼 그 가게가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삼천 원만 있으면!가게는 간판이 바뀌는 것 말고도 수상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점원이나 어른 손님은 한 명도 없이 모두 아이들뿐이었고, 쪼글쪼글하고 따뜻한 손 모양 손잡이가 말도 하고 라면값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환이는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라면 뷔페에 홀딱 반해 배가 터지고도 남을 만큼 온갖 라면을 먹어 치운다. 한참 뒤에야 정신이 번쩍 들어 부랴부랴 가게를 나섰지만, 이상하게도 배가 부르기는커녕 꼬르륵 소리가 우렁차게 울리고 라면 맛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게 아닌가? 환이는 울고 싶었다.
마침내 환이의 떨리는 손이 가게의 손잡이를 잡았다. 조심, 조심.
“빼애액----!”
그런데 환이가 손잡이를 잡자마자 어디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우렁찬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환이는 지나가는 사람이 볼까 싶어서 얼른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기적 소리는 가게 안으로 들어온 뒤에도 계속해서 울렸다. 하얀 연기가 앞을 가로막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난 환이가 다시 나가려고 재빨리 뒤돌아서 손잡이를 잡았다.
“아악!”
환이는 소스라치며 비명을 질렀다. 둥그렇고 딱딱했던 손잡이가 진짜 사람 손으로 변해서 환이의 손을 덥석 잡았던 것이다.
“들어왔으면 먹고 가야지, 어딜 가려고 그래?”
손잡이가 환이의 손을 굳게 잡고 말했다. 쪼글쪼글하고 따뜻해서 더 기분이 나빴다.
“삼천 원에 라면이 무제한이야. 진짜로 그냥 갈 거야?!”
손잡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목소리로 능글맞게 말했다.
환이는 있는 힘껏 손잡이, 아니 손을 뿌리쳤다. 그러고는 무심코 뒤돌아보니 어느새 연기가 걷혀 있었다. 뿌옇던 가게 안이 이제 환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