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세상을 지배해 온 통념을 뛰어넘어 상식에 도전한 노벨상 수상자들,
그들의 빛나는 공로 뒤에 숨겨진 인내와 노력, 끈기를 마주하다!타이타닉호가 빙하에 충돌했을 때, 712명은 내 무선 장비 덕에 목숨을 구했지.
_굴리엘모 마르코니, 1909년 노벨 물리학상
나는 똑똑하거나 지능적이지 않다. 문제를 다루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뿐…….
_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921년 노벨 물리학상
사람들이 배고픔으로 고통받으면 절대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어.
_노먼 볼로그, 1970년 노벨 평화상
아무도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래서 박테리아 배양액을 직접 마셔 버렸지.
_배리 마셜,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
과학자는 인류의 건강을 위해서 싸워야 해. 그게 바로 과학자의 책임이야.
_투유유,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시대정신을 꿰뚫는 촌철살인 돌직구 ‘노벨상으로 가는 길!’ 해마다 10월이 되면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스웨덴에 시선을 집중한다. 인류를 위해 누가 가장 많이 봉사와 기여를 했는지에 따라 노벨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노벨상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이자 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이다.
노벨상은 스웨덴 출신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한 것으로,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부문에서 ‘지난해 인류에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들’을 뽑아 해마다 상을 주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노벨 사망일인 12월 10일에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약 10억 9천만 원의 상금과 함께 메달과 증서가 주어진다. 보통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30년 정도가 걸리며, 과학상의 경우에는 연구 실적을 검증하는 데 평균 25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노벨 과학상을 직접 수상하기까지는 한평생이 걸린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일은 가까운 일본에서 2018년에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2019년에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2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2000년에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이끈’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 외에는 지금껏 수상 실적이 전무하다.
2016년에 《네이처》지에서는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이유로 기초 과학 투자의 부족과 과도한 규제, 양적 성과에 치중한 평가 제도, 정부의 연구 개발 투자 및 관리 부족 등을 꼽았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연구 개발 예산 중 기초 과학 투자 비중은 17%로 OECD 평균인 2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권이 교체되면서 특정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연구 개발 사업이 수시로 바뀌어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기가 힘든 형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영 노벨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일까? 《배리 마셜 교수와 함께하는 노벨상으로의 시간 여행》은 바로 그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노벨상의 꿈나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또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정밀하게 탐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2005년에 ‘위염과 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배리 마셜 교수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 노벨상 수상자들을 직접 만난다. (배리 마셜 교수는 우리나라 유제품 생산업체인 한국야쿠르트에서 만든 발효유 제품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의 광고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꽤 친숙하다.) 그들 가운데는 이름이 아주 익숙한 사람도 있고 매우 낯선 사람도 있다. 또, 서로서로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들 한 명 한 명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을 더욱더 눈부시게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인류의 삶을 한층 더 윤택하게 만드는 데 자못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놀라운 발견과 업적, 그리고 공로가 역사의 굽이굽이에서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 자, 그러면 지금부터 ‘노벨상으로 가는 길’에 대한 노벨상 수상자들의 촌철살인 돌직구에 귀를 기울여 보도록 하자.
배리 마셜 박사와 함께 노벨상의 거장들을 찾아서 타임 슬립하다 올해 열네 살인 메리는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노벨상을 받는 것이 꿈이다. 그러던 중 배리 마셜 박사가 강연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엄마를 졸라 연구 센터에 가지만,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도 강연회는 시작되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연구 센터의 복도를 어슬렁거리던 메리는 어느 방에서 비밀 모임을 열고 있는 20여 명의 사람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들은 노벨상 수상자들로 시간 여행을 통해 한자리에 모였으며, 마셜 교수가 그 모임을 주도하고 있었다. 메리는 그 모임의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마셜 교수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역대 수상자들을 한 명씩 만나러 가기로 한다.
메리와 마셜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모습을 드러낸다. 타임머신 조작 실수로 나침반을 들고 서 있는 꼬마 아인슈타인을 만나기도 하고, 마르코니의 무선 장치 덕분에 시드니 시청이 환하게 밝아지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하고, 암으로 사망한 할아버지의 묘지 앞에서 과학을 연구하기로 결심하는 어린 엘리언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수상자들은 자신이 발견한 과학적 사실과 그 발견 과정을 메리에게 상세히 들려주고, 마셜 교수는 그 업적들이 현대 사회에까지 미치는 영향을 덧붙여 설명한다. 시간 여행을 매개로 하고 있는 만큼 소설처럼 맛깔나게 이야기가 구성되어 읽는 재미를 선사할 뿐 아니라, 어려운 과학적 사실이나 지식, 정보 역시 열네 살짜리 메리가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도록 쉬운 언어로 조근조근 전달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눈여겨볼 점은 과학자가 지녀야 할 태도와 관점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메리는 단지 유명해지기 위해서 노벨상을 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노벨상 수상자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하면 노벨상을 탈 수 있는지 물어보곤 한다.
수상자들은 자신이 오랜 시간 연구를 하면서 터득한 방법을 기꺼이 알려 줄 뿐 아니라 현실적인 조언까지도 아끼지 않는다. 프랜시스 크릭은 공동 작업을 하라고 권하고, 마리 퀴리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투유유는 환자들이 완치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하고, 리타 레비몬탈치니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메리는 책 말미에 이르렀을 때, 노벨상을 타기 위해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과학 분야를 찾아서 깊게 파고드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도, 인류를 위해서도 가장 좋은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성 과학자도 당당하게, 덜 알려진 과학자도 살뜰하게, 부록도 알차게!2017년까지 과학 계통의 노벨상(물리, 화학, 생리의학) 수상자는 대략 460여 명이나 되지만, 이 가운데 여성 과학자는 18명에 불과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높아진 여성의 사회적 위상에 비하면 아직까지도 노벨상 수상 비율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마리 퀴리와 그녀의 장녀 이렌, 거트루드 엘리언, 투유유, 리타 레비몬탈치니, 그리고 비록 노벨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로절린드 프랭클린까지 모두 6명의 여성 과학자를 소개한다.
또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알렉산더 플레밍, 제임스 왓슨처럼 유명한 과학자들 외에도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굴리엘모 마르코니,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 장피에르 소바주, 노먼 볼로그 등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인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와 배경을 지닌 수상자들을 골고루 소개하면서 이들이 노벨상을 수상한 과정과 그 연구 내용, 또 그들의 업적이 인류에 미친 영향 등을 상세하게 톺아본다. 이는 곧 지금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대 과학자들을 그만큼 많이 다루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각 장의 말미에 붙은 <노벨상 뒷이야기>를 통해 본문 내용과 연관된 주제로 노벨상 수상자들을 별도로 묶어서 정리해 준다. 예를 들어 마리 퀴리를 다룬 장에서는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수상자’들을, 배리 마셜을 소개한 장에서는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수상자’들을 소개하는 식이다.
맨 끝의 <실험해 봅시다>에서는 물과 베이킹파우더, 액체 세제, 과일 주스, 초콜릿 바, 전자레인지 등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할 수 있는 실험들을 안내한다. 준비물과 실험 과정을 자세하게 알려 줄 뿐 아니라, 그 실험을 통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도 조목조목 짚어 준다.
이와 같이, 《배리 마셜 교수와 함께하는 노벨상으로의 시간 여행》은 타임머신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들을 한 명 한 명 소환한 뒤, 그들의 빛나는 공로 뒤에 숨어 있는 인내와 노력, 끈기를 자세하고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누구나 짐작 가능한 일반적이고 상투적인 조언보다는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살아 있는 정보를 담아냄으로써, 노벨상을 꿈꾸는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노벨상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는 것이다.
대단한 과학자들의 비밀 모임올해 열네 살인 메리는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노벨상을 받는 것이 꿈이다. 그러던 중, 2005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배리 마셜 박사의 강연을 듣기 위해 연구 센터에 가지만,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마셜 박사가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연구 센터의 복도를 어슬렁거리다가 어느 방에서 비밀 모임을 열고 있는 20여 명의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그들은 시간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벨상 수상자들이었던 것. 메리는 그 모임의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마셜 박사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역대 수상자들을 한 명씩 만나러 가게 된다.
메리는 휘어진 복도를 따라 끝까지 걸어갔다. 〔중략〕 여느 실험실과 달리, 이 방은 창문이 없는 데다 몹시 어두웠다. 중요한 모임이 열리는 곳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창고 비슷하게 보였다. 빛이라곤 천장 가운데에 매달린 백열전구에서 나오는 게 전부였다. 그 안에는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낯선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나무 상자나 플라스틱 상자, 아니면 뒤집어 놓은 양동이에 걸터앉아 있었다.
맞은편 벽에는 낡은 화이트보드가 세워져 있었다. 모두들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깃구깃한 실험실 가운을 입은 남자가 초록색 마커펜으로 화이트보드에 뭔가를 적으면서 설명하느라 바빴다.
메리는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가 청소 용품 보관함 뒤에 숨었다.
“로빈과 제가 발견한 박테리아를 이용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말라리아 예방 접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래도 아직 암 치료법은 개발하지 못했군.”
병원 가운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그 사람은 몹시 피곤한 기색이었다.
“네, 안타깝게도.”
그러자 어떤 여자가 삐딱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그렇겠지.”
“로절린드, 너무 그렇게 투덜대지 맙시다. 원칙대로라면, 당신은 여기 올 자격도 없지 않소? 나야 뭐, 규칙 같은 거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그래도 조심해요!”
흰머리가 사방으로 마구 뻗친 남자가 말했다. 꼭 전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메리는 그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낯이 무척 익었다. 메리 방에 걸려 있는 포스터 속 인물과 비슷했다. 텁수룩한 콧수염에 미소 짓는 눈까지 똑 닮아 있었다. 하지만 포스터 속 그 사람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으로, 이미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었다. 절대로 그 사람일 리가 없었다. 그렇지 않나?
메리는 엉금엉금 기어 보관함 뒤에서 나왔다. 불빛이 너무 어두운 탓에 조금이라도 더 잘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다가 그만 벽에 세워 둔 긴 빗자루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순간, 빗자루가 메리 머리 위로 픽 쓰러졌다.
“아얏!”
메리가 머리를 손으로 문지르며 소리쳤다. 그러고는 뿌루퉁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메리를 쳐다보았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_알베르트 아인슈타인1905년의 스위스로 간 배리 박사와 메리. 아인슈타인은 메리에게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E=mc²)와 특수 상대성의 이론, 그리고 “시간은 물체의 운동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해 준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독일 태생의 유대계 이론 물리학자로, 상대성 이론을 발표해 과학계의 혁명을 이끌었다. 1921년에 ‘광전 효과를 발견하고 이론 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지금도 그 일부가 미국 필라델피아의 의학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책상에 쌓여 있던 서류 뭉치를 바닥으로 휙 쓸어 버리고는 그 자리에 머그컵 하나를 내려놓았다.
“머그컵이 어느 쪽에 있지? 책상 왼쪽? 아니면 오른쪽?”
“오른쪽이요.”
“에이, 나한테는 아닌데?”
아인슈타인이 책상 건너편에서 소리쳤다.
“이쪽으로 와 봐. 여기서 보면 왼쪽이거든. 그렇지? 모든 것은 다 상대적이야. 네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그러자 메리가 마셜 교수를 힐끗 쳐다보고서 대꾸했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그건…… 너무 뻔한 얘기 아닌가요?”
“그렇지, 그러면 여기에다가 움직임을 더해 볼까? 자, 이 머그컵을 우주선에 싣는 거야. 그리고 그 우주선이 네 옆을 지나간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네가 가만히 서 있다면 그 머그컵의 속도를 계산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아주 쉬워. 그런데 만약 네가 다른 우주선에 타고서 아까 그 머그컵을 실은 우주선과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그럴 경우엔 어떻게 하지? 그땐 그 머그컵이 너와 네 운동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 뿐이야.
사람들은 지금까지 어떤 고정된 위치가 있다고 가정해 왔어. 그리고 그 위치에서 모든 운동을 다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모든 건 상대적이거든! 공간도, 운동도! 심지어 시간도 그래! 딱 하나 예외가 있는데, 바로 빛의 속도야. 그건 절대로 변하지 않거든. 아주 흥미롭지 않니? 빛은 네가 우주의 어느 곳에 있든, 얼마나 빨리 움직이든 상관없이 항상 1초에 299,792,458미터를 가니까. 그리고 이 세상에 빛보다 빠른 건 없어. 속도의 한계라고 할 수 있지.”
“사실 빛의 속도 때문에 짜증이 좀 나긴 해요.”
메리가 투덜거리자 마셜 교수가 끼어들었다.
“우주여행을 매우 어렵게 만드니까요. 재미있는 곳으로 가는데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리거든요.”
“그래, 빛의 속도는 언제나 일정하지. 불행하게도 말이야.”
아인슈타인이 메리를 바라보며 대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