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98년
<아씨방 일곱 동무>에서 한국적인 그림과 글을 선보인 이영경의 신작. 조선 시대 기인인 전우치에 얽힌 이야기를 리듬감 넘치는 의성어, 의태어를 적절히 혼합한 개성적인 글과 수묵 담채화 그림으로 새롭게 보여준다.
눈 먼 어머니를 모시는 한자경은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치룰 돈도 없다. 이를 불쌍하게 여긴 전우치는 창고 그림이 그려진 족자를 준다. "족자를 방에 걸어두고 고지기를 부르시오. 첫 날에는 백 냥을 달라 하여 아버님 장례를 치러 드리고, 그 다음 날부터는 하루 한 냥씩이면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을 것이외다."
여기서 만족하면 좋았을 것을, 한자경은 더 욕심을 낸다. 고지기에게 백 냥을 한꺼번에 달라고 조르는 것. 그 욕심은 결국 화를 불러온다. 단지 한자경의 어리석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은 가난한데 온갖 재물을 창고에 꽁꽁 숨겨둔 임금의 욕심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의미를 한결 풍부하게 한다.
<아씨방 일곱 동무>가 아기자기한 여성의 세계를 정감있게 풀어냈다면 이번 전우치와 한자경의 이야기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이 불러들인 재앙을 통쾌하게 꼬집는 해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또, 물질과 권력 앞에서 약해지는 한자경을 풍부한 표정으로 생동감있게 그려내 그를 미워할 수만은 없게 한다.속마음은 화글화글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지.마침내 한자경은 조심조심 말을 꺼내 보았어."저... 백 냥 좀 당겨서 쓰자."하지만 고지기는"그리 할 수 없사와요." 딱 이러는 거야.'하, 요것이 빳빳이 나오네.'"그러지 말고 한 번만 당겨서 쓰자.""안 되어요."눈물도 꼴짝꼴짝, 찡그려 울상도 지어 보이고배시시 웃으며 달래도 보고, 무섭게 겁을 줘도 봤지.하지만 고지기는 꿈쩍도 안 했어.-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영경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일마다 새롭고 매 작업이 처음 같은 책 그림을 시작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었다. 책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며 책에 그림 그리는 일을 사랑하는 한편, 전시회 및 1인극 공연 등 책 밖으로 창작의 형식을 넓히면서 보다 재미있고 즐거운 소통의 공간을 모색하고 있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는 《아씨방 일곱동무》 《신기한 그림족자》 《오러와 오도》 《콩숙이와 팥숙이》 《이부자리 맨발체조》 《봉지공주와 봉투왕자》가 있고, 《넉 점 반》 《주먹이》 《천하태평 금금이의 치매 엄마 간병기》 《왕이 된 양치기》 등 여러 그림책과 동화책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