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9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동화 부문 수상작이다.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는 고모할머니 이야기로 확장되고 할머니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현대사의 한 부분을 담고 있다. 공장에 하루 종일 갇혀 18시간 동안 미싱을 돌렸던 그때, 그런 일들이 잘못되었다고 소리도 내지 못했던 그때, 모여서 야학을 하고, 부당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모임을 만들었던 그때로 돌아간다.
이야기는 고모할머니와 설이가 할머니의 첫사랑 부고를 듣고 섬을 찾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할머니의 첫사랑은 누구일까?, 할머니는 어떤 삶을 살아오셨을까? 궁금한 적 없던 이야기가 갑자기 궁금해지면서 60대 할머니와 열다섯 살 소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알 수 없이 심통이 나고, 친구 관계는 미궁에 빠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춘기가 시작된다. 설이는 고모할머니와 여행을 떠나게 된다. 몰랐던 가족의 이야기,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설이는 자신을 돌아보고, 할머니와 같은 시간을 걸어가면서 부쩍 성장한다.
출판사 리뷰
주인공 박설은 중학교 2학년으로 아빠와 새엄마와 살고 있습니다. 설이가 그린 그림이 문제가 되어 학교에 새엄마가 오게 됩니다. 설이는 어릴 적부터 연필로만 그림을 그렸습니다. 장군이나 영웅, 전사를 주로 그렸고, 주인공만을 그린 소묘라기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그림을 좋아합니다. 설이가 그린 여전사의 옷이 많이 파여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것 때문에 새엄마가 학교에 오게 된 것입니다. 설이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지만 가족 여행은 가기 싫습니다. 아빠, 새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을 가는 대신, 근처에 살고 있는 고모할머니네 가 있기로 합니다. 고모할머니는 큰 의류 회사의 디자이너이자 대표입니다. 평생 옷을 만드는 일을 하느라 결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고모할머니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기사의 제목은 '평화시장 공순이, 일류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풀스토리'였습니다. 설이는 할머니와 함께하면서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할머니가 아무도 없는 맞은편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설이만 알고 있는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급한 일이 있다며 급히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할머니의 비밀, 할머니가 가려고 한 곳은 어디일까요?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심사평『햇빛 쏟아지는 여름』은 엄마를 잃은 소녀의 성장기입니다. 느닷없이 닥친 이별, 새엄마의 등장,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으로 인해 ‘독’으로 자신을 위장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던 소녀가 고모할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서먹했던 가족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잘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단절감, 상실감, 외로움으로 닫혀있던 소녀의 마음이 열리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으며, 고모할머니, 아버지, 새엄마, 엄마, 고모할머니의 첫사랑 할아버지 등 그냥 소비되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하고 흉 투성이인 내 손이 내가 죽을힘을 다해 살아낸 나의 시간들이었어’라는 할머니의 전언은 작가의 메시지를 잘 보여줍니다. 고단했던 젊은 시절 생긴 고모할머니의 흉터가 시간이 지나 하트로 보이듯이, 살아가면서 우리가 만난 상처와 흉터들이 사실은 우리가 온몸으로 멋지게 삶을 돌파해 낸 영광의 선물이라는 것을. 그래서 작품을 읽은 뒤 자연스럽게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곰씹어 보게 됩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숙고하게 됩니다. 미래의 시간들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제 나는, 진짜 나의 시간 속으로 성큼 뛰어가고 있다’는 소녀의 언술은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박혜숙(심사위원)
서둘러 크로키북과 연필을 꺼내 들고 그림을 시작하기 위해 할머니의 손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손톱 때문에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손주름들이 보였다. 그리고 주름 사이사이로 흉터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인지 흐릿해진 흉터들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왼쪽 검지손가락 관절 뼈 바로 밑에 있는 것이었는데 크기가 제법 컸다.
“미싱 바늘 중에 가장 큰 것이 거기로 들어갔지. 아주 잠깐 조는 사이였어. 얼마나 아프던지, 눈물도 나지 않더라.”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할머니가 느꼈을 아픔을 상상해보려고 했는데 잘되지 않았다.
“근데요 할머니, 신기해요. 하트 모양처럼 생겼어요.”
"진짜 궁금하세요?
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임은하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서강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국에서 이야기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복제인간 윤봉구』가 비룡소의 제5회 스토리킹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고, 『햇빛 쏟아지던 여름』이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동화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복제인간 윤봉구』 시리즈가 있습니다.
목차
1. 나, 아빠, 아줌마
2. 고모할머니의 비밀
3. 할머니의 첫사랑
4. 섬으로 가는 배
5. 작은 고흐
6. 열아홉의 할머니
7. 위경련
8. 스케치북
9. 햇빛 쏟아지던 여름
10. 시소
11. 혼자 있고 싶을 때
12. 미안해, 엄마
13. 서주에게
14. 진짜 나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