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2년 국내에 출간되어 20년 가까이 사랑받아온 미셸 투르니에의 에세이 <뒷모습>이 한층 완성도 높은 번역으로 돌아왔다. 2016년 타계하기까지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마왕>을 비롯한 걸작 소설들과 <짧은 글 긴 침묵> <예찬> <외면일기> 등의 산문집을 선보이며 프랑스 최고 작가이자 유럽의 대표적 지성으로 손꼽혔던 투르니에.
미셸 투르니에가. 사진 역사에서 중요한 봉우리를 차지하는 에두아르 부바와 함께 펴낸 이 책은 역자인 김화영 교수가 파리의 중고 서점에서 발견하자마자 단숨에 읽고 번역을 결심한, 매혹적인 작품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기존 번역의 오류들을 꼼꼼히 바로잡은 것은 물론, 시대 흐름에 걸맞게 단어 하나, 문장 한 줄까지 세심히 다듬어 투르니에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젊은 독자들도 글의 뉘앙스와 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출판사 리뷰
문득 걸음을 멈춘 존재의 뒷모습
아무것도 아닌 순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부바’의 사진과
프랑스 대표 지성 ‘투르니에’의 글이 마주친
걸작 에세이 『뒷모습』, 20여 년 만의 개정판 출간
2002년 국내에 출간되어 20년 가까이 사랑받아온 미셸 투르니에의 에세이 『뒷모습』이 한층 완성도 높은 번역으로 돌아왔다. 2016년 타계하기까지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마왕』을 비롯한 걸작 소설들과 『짧은 글 긴 침묵』『예찬』『외면일기』 등의 산문집을 선보이며 프랑스 최고 작가이자 유럽의 대표적 지성으로 손꼽혔던 투르니에가 사진 역사에서 중요한 봉우리를 차지하는 에두아르 부바와 함께 펴낸 이 책은 역자인 김화영 교수가 파리의 중고 서점에서 발견하자마자 단숨에 읽고 번역을 결심한, 매혹적인 작품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기존 번역의 오류들을 꼼꼼히 바로잡은 것은 물론, 시대 흐름에 걸맞게 단어 하나, 문장 한 줄까지 세심히 다듬어 투르니에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젊은 독자들도 글의 뉘앙스와 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사람은 자신의 얼굴 모습을 꾸며 표정을 짓고 양손을 움직여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이 작은 책이 탐사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 등 뒤의 진실이다. _본문에서
사진은 때로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변화무쌍한 현실을 한순간 정지시킴으로써 익숙하기 그지없던 풍경을 낯설게 만들고, 그 이미지 뒤에 숨겨진 사연을 상상하게끔 한다. 사진은 분명 인간이 개발해낸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강력한 언어이다. 앙상한 몸으로 쟁기를 지고 가는 농부, 황량한 바닷가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는 중년 여인, 엎드려 기도하는 신자들, 파도를 바라보는 가난한 연인, 아이를 품에 안고 선 어머니, 키 큰 어른들의 어깨 저 너머가 너무나도 궁금한 어린 천사,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등 굽은 노인, 쓰레기로 가득한 파리의 거리 등, 이 책에는 사람과 세상의 ‘뒷모습’을 포착한 에두아르 부바의 흑백사진 50여 점이 실려 있다. 그리고 미셸 투르니에는 거장다운 상상력과 깊이 있는 통찰을 발휘해 각각의 사진들에서 내밀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이를 풍부한 시적 언어로 독자에게 전한다.
이 책이 보여주는 뒷모습은 정직하다. 단순하고 소박하다. 쓸쓸하지만 한없이 아름답다. 부바와 투르니에는 카메라 렌즈에 비친 ‘뒷모습’을 통해 삶과 인간, 사랑과 우정, 신앙과 우주에 대해 성찰하고 서로 교감한다. 그리고 세상의 진실은 거짓으로 꾸밀 수 있는 앞모습이 아니라 뒤쪽에 있다고, 뒷모습을 통해 우리는 심층적인 내면에 이를 수 있다고 결언한다. 새 번역으로 재탄생한 『뒷모습』은 앞선 20여 년간 그러했듯 새 시대의 새로운 독자들에게도 아름다운 사진과 글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인간과 삶, 세상과 사회의 심층을 들여다보는 충만한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이제 이 책 위에 내려앉은 세월의 먼지를 털고 투르니에의 지혜롭고 아름다운 텍스트를 완전히 새롭게 번역하여 새로운 독자들에게 내보낸다. 이 책을 처음 펴낼 때를 전후한 10여 년간 내가 파리 근교의 작은 마을 슈아젤로 찾아가 만나곤 했던 작가 미셸 투르니에 씨는 4년 전인 2016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제 친절하고 유머 넘치던 그의 웃는 얼굴도 ‘뒷모습’이 되었다. _2020년판 새 번역에 부쳐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 모습을 꾸며 표정을 짓고 양손을 움직여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너그럽고 솔직하고 용기 있는 한 사람이 내게로 오는 것을 보고 난 뒤에 그가 돌아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겉모습에 불과했음을 얼마나 여러 번 깨달았던가.
_ 「뒤쪽이 진실이다!」
저들 어른들은 대체 무얼 보고 있기에, 저토록 심각한 것일까? 그 무슨 속된 구경거리에 저토록 절박하게 팔려 있기에, 저들은 단 하나 중요한 것을, 잊혀진 채 무시당하고 뒷전이 된 이 어린 천사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얼마나 여러 번 어리석은 즐거움들을 좇아 무작정 달리곤 하는가, 우리를 기다리는 천사가 등 뒤에 와 있는데.
_ 「잊혀진 천사」
풀베기의 경쾌한 만족감. 리듬의 맛,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흔드는 두 팔?한편, 왼쪽에서 오른쪽을 향해 반대로 움직여 균형을 잡는 몸?
풀베기 연장의 날이 꽃과 꽃받침과 줄기들의 무더기 진 풀 더미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화본과 식물의 연한 살을 싹둑싹둑 잘라내어 왼쪽에 깔끔하게 쌓아놓으니,
뿜어져 나오는 그 분비액, 수액, 그리고 유액의 세찬 신선함?그 모든 것이 자아내는 단순한 행복, 내 그 맛에 여한 없이 흠뻑 취하노라.
_ 「풀베기」
작가 소개
지은이 : 미셸 투르니에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교와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부터 철학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스물다섯 살 때 치른 대학교수 자격시험에 실패한 후 에리히 레마르크 등 독일 문학 작품 번역에 몰두하였다. 1954년부터 5년간 유럽 제1방송에서 문화 프로그램 PD로 근무하였으며, 플롱 출판사에서 10년간 문학 편집부장을 지냈다. 1967년에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한 데뷔작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발표하면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어 20세기 최고의 전쟁 문학으로 평가받는 『마왕』을 발표하여 1970년에 공쿠르상을 수상했고, 1972년에는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 종신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유럽의 정신사를 대변하는 지성인이자 증언자 미셸 투르니에는 파리 근교에서 평생 집필 활동에 전념하다 2016년 1월에 사망했다. 대표적인 소설 작품으로 『메테오르』(1975), 『가스파르, 멜쉬오르 그리고 발타자르』(1981), 『질과 잔』(1983)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뒷모습』(1981), 『짧은 글 긴 침묵』(1986), 『예찬』(200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