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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I
푸른숲주니어 | 청소년 |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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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0권. 난민 고아 가족의 삶과 꿈을 그렸다. 화자인 열한 살 소년 ‘I’는 여권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제 인생 이야기를 낯선 이국의 언어로 더듬더듬 풀어놓는다. “가장 어린 아이가 먼저 음식을 먹는다.”는 불문율 속에 서로를 아끼며 보살피는 이 특별한 가족은 독자에게 진흙탕에서도 사랑은 빛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사방 천지가 진흙탕에 잠긴 난민 캠프. 이곳에서는 보호자 없는 아이들을 진짜 이름 대신 알파벳으로 부른다. 컨테이너 박스에 사는 다른 난민 무리에 섞이지 못한 채, 굶주림과 폭력에 쉽사리 노출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 경비병들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난민을 향해 쉽사리 곤봉을 치켜들고, 어른들은 누구나 제 앞가림만 하기에도 벅찬 상황인데….

  출판사 리뷰

보호자 없는 아이를 알파벳으로 부르는 난민 캠프,
이름도, 가족도, 국적도 송두리째 잃어버린 고아들의 판잣집.
그러나…… 진흙탕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난민 고아 가족의 삶과 꿈을 그렸다. 화자인 열한 살 소년 ‘I’는 여권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제 인생 이야기를 낯선 이국의 언어로 더듬더듬 풀어놓는다. “가장 어린 아이가 먼저 음식을 먹는다.”는 불문율 속에 서로를 아끼며 보살피는 이 특별한 가족은 독자에게 진흙탕에서도 사랑은 빛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책갈피마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가슴 뻐근한 성장 소설.

지금 이 순간, 세계 위험 지대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분투기

세상에서 가장 위태로운 인간 존재는 누구일까? 어쩌면 고아가 된 어린 난민들이 아닐까. 그들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입국 심사 대기자 명단에도 끼지 못한 채 이 캠프 저 캠프를 떠돌고 있다.
《난민 I》는 세상 끝에 내몰린 고아 가족의 삶과 꿈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작품의 무대는 사방 천지가 진흙탕에 잠긴 난민 캠프. 이곳에서는 보호자 없는 아이들을 진짜 이름 대신 알파벳으로 부른다.
컨테이너 박스에 사는 다른 난민 무리에 섞이지 못한 채, 굶주림과 폭력에 쉽사리 노출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 경비병들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난민을 향해 쉽사리 곤봉을 치켜들고, 어른들은 누구나 제 앞가림만 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난민 고아 I는 “나는 이제 열한 살이다. 열한 살이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47~48쪽)고 할 만큼 조숙한 소년으로, 난민촌 한 귀퉁이에 손수 판잣집을 짓고 다른 고아들과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다.

L이랑 E랑 I. 우리는 진짜 가족이다. 과거나 미래의 가족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 함께 사는 진짜 가족이다. 여기에 V의 인형까지 새로운 색깔 옷을 입고 나타나면 우리는 아주 특별해질 거다. L, I, V, E. (51쪽)

진흙탕 속에서 빛나는 네 아이의 우정

상상력이 풍부한 소년 I, 죽은 부모 대신 동생을 돌보는 소녀 L, L의 남동생이자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기억하지 못하는 E. 세 아이에게 일상은 배고픔과의 전쟁이다. 진흙탕 속 빵 한 조각, 쓰레기통에 쑤셔 박힌 사과 심 하나라도 먹을 수 있다면 감지덕지다. 생일을 맞이한 I는 친구들에게 사과 심과 인형을 선물하는 것으로 자신의 생일을 기념한다. 엄마가 “주는 기쁨이 더 크지.”(26쪽)라고 했던 걸 기억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세 친구는 V가 경비병에게 대드는 광경을 목격한다. V의 여권은 고국을 도망칠 때 바다에 빠져 죽은 오빠와 함께 사라졌다. 그 때문에 이곳 캠프에 수용되었는데, 늘 그래 왔듯 이번에도 고모 집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경비병한테 들킨 것이다. 어른들은 V가 경비병에게 맞서는 모습을 구경하며 침묵한다. 경비병이 휘두르는 곤봉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I와 L이 나서서 다독인 끝에 V는 큰 봉변을 당하지 않고 진정을 되찾는다. V는 비뚤어진 아이다. 무슨 색을 좋아하냐고 묻는 I의 질문에도 ‘진흙 색깔’이라고 답할 만큼 말이다. I는 그런 V에게 황금색 페인트로 칠한 인형을 선물한다. 햇빛 아래에선 진흙도 황금색으로 빛나기 마련이라며.
I, L, E, V, 네 아이는 인형놀이로 아이돌, 여행자, 댄서가 되는 상상을 펼친다. 그때 문득 처음 보는 꼬마 O가 나타난다. 네 살이나 되었을까? 말이라고는 ‘O!’밖에 할 줄 모르는 아주 어린 아기다. 네 아이는 이 아기를 돌보아 줄 어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데리고 다니기로 한다.
그런데 갑자기, 캠프 전체가 불도저의 굉음에 휩싸인다. 최루탄이 터지고 살수차가 사람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난리 통 속에 O가 자취를 감춘다. 네 아이는 과연 O를 되찾을 수 있을까?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야기 첫머리를 장식하는 키워드 ‘I’, ‘LIE’, ‘VILE’, ‘LOVE’, ‘EVIL’, ‘LIVE’는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I, L, E, V, O……, 글자가 모여 단어를 이루듯, I와 친구들이 서로 아끼며 보살피는 모습은 진흙탕 속에서도 사랑은 빛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동정하는 세상에서 공감하는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법

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참담한 건 현실 그 자체라는 말이 있다. 작가는 작품 속의 수많은 에피소드가 실제로 난민 2세인 자신의 유년 시절과 지금도 세계 위험 지대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 관한 다양한 뉴스?사진? 인터뷰 속의 실제 상황들에 근거한 것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보다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지명과 사건 인물을 한정짓지 않았다고 한다.
이야기 면면에 세계 여러 난민 캠프의 실제 상황을 반영한 이 작품은 굶주림에 지쳐 황새를 사냥하고, 폐품으로 판잣집을 짓고, 진압 현장에서 쏜 고무 총탄에 통증을 호소하는 난민 고아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 보인다.
만약 이것을 기사로 접한다면, 현상 자체는 선명하게 각인되겠지만 결국 내 삶과는 거리가 먼 제3자의 삶으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I의 육성은 독자를 공감의 순간으로 이끌어 간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진흙탕, 늑대가 불면 한 방에 날아갈 허름한 판잣집, 바싹 마른 흙먼지, 코가 썩어 들어갈 것 같은 시궁창 속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온몸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의연하게 버티고 선 어린 난민에 대한 동정을 잠시 거두게 될지 모른다. 오히려 I가 삶과 세상을 대할 때 지니는 특별한 태도에 놀라게 될 것이다. 자신만의 바람을 지니고 일상을 긍정적으로 가꾸며, 진흙탕 속에서도 황금색을 발견하는 I는 일찍 철들어야만 했던 이 세상의 수많은 존재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I뿐만이 아니다. L, E, V 역시 “가장 작은 아이가 가장 큰 것을 먹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나누며, 더 작고, 더 어린 존재를 향해 눈높이를 맞춘다. 희귀하지만 고귀한 이 가족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뻐근한 감동으로 물들인다.

돌아갈 자유는 있다. 시궁창을 지나, 캠프를 벗어나 시골길을 따라 걸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하지만 돌아갈 집이 없다. 우리 집은 폭탄에 사라졌으니까. 가족은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지고, 학교는 불에 타 버렸다.
여기 진흙탕 속에 그대로 머물러도 된다. 하지만 캠프 밖의 사람들은 이마저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마을 가까이에 진흙탕과 시궁창이 있는 게 꺼림칙한 것이다. 학교와 가게는 경비병과 그 가족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절대 캠프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여기에라도 계속 머물고 싶다면 말이다.
더 이상 앞으로는 갈 수 없다.
오랫동안 못 본 체하고 내버려 두면, 우리는 진흙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71~72쪽)

동정하는 세상에서 공감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아마 I가, 또 작가가 바라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지구라는 시공간을 공유하는 우리에게 작은 숙제를 내주는 셈이다.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귀를 기울여 작고 낯선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우리가 하는 거짓말> 중에서
_ 여권이나 비자 없이 입국 심사 인터뷰를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난민 캠프에서는 여권을 ‘생명 증서’처럼 귀하게 여긴다. 나이, 이름, 출신……. 그 모든 것을 여권으로 증명할 수 없으면, 평생 캠프 밖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든 다른 나라로 가려고 한다면 공항이나 항구를 통과할 때 여권이 필요하다. 그게 문제다. 여권은 그 사람의 존재를 증명한다. 이름과 생일, 주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어떤 나라를 다녔으며, 또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말이다. 삶 전체가, 그러니까 잎사귀 같은 종이 한 장 한 장에 적힌 이야기가 한데 묶여 중요한 책이 된다. 그래서 여권은 생명 증서인 거다.
(중략)
나도 생명 증서를 잃어버렸다. 이 캠프에 있는 보호자 없는 어린이들 대부분이 그렇다. 누가 훔쳐 갔거나 빼앗아 갔거나 폭탄에 날아갔거나, 불에 탔거나, 물에 잠겨 버렸거나.
이것이 바로 내가 이야기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L의 이야기, E의 이야기, V의 이야기도 해야 한다. 아무도 이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우리는 절대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앞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생기지도, 새로운 삶이 펼쳐지지도 않을 것이다.

<진흙탕에 울려 퍼지는 사랑 노래 > 중에서
_ I는 굶주림에 지친 친구들에게 황새 구이를 대접하기로 마음먹는다. 사냥에 뛰어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거대한 절단기 같은 부리를 가진 새와의 싸움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고, 끔찍한 사투 끝에 I의 손에 남은 것은 황새의 깃털 하나다.

허기진 채로 잠들 때가 많다. 가끔 덜할 때도 있지만 대개 배가 고픈 채로 잠이 든다.
그렇게 잠들면 꿈속에서는 배가 고프지 않다. 초콜릿 케이크, 갓 구운 빵, 올리브와 레몬, 오렌지를 곁들인 닭구이가 차려진 파티를 열고, 또 때로는 소풍을 가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 여동생들과 남동생들, 삼촌과 숙모도 다 같이 빙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배를 채운다.
오늘은 나무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산딸기로 배를 가득 채우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는 생명 증서도 나왔다. L, O, V, E 그리고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줄 낱말들이 꿈에 나타났다.
황새 꿈도 꾸었다. 나는 점점 작아져서 아주 작은 아기가 되었다. 리본 달린 바구니 안에 누워 있으면, 황새가 부리로 그 바구니를 물고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 높이 날았다. 철커덕 탕! 하는 총소리가 없는 곳으로, 철조망 너머 새로운 땅으로, 새로운 집으로, 가족과 친구가 있는 재미있는 삶 속으로 나를 데려갔다.
나는 주름이 자글대는 조막만 한 손으로 황새 날개에서 떨어진 새하얀 깃털을 잡았다. 깃털을 빙빙 돌려 연필을 쥐듯이 움켜잡았다. 하늘을 종이 삼아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내 이름을.

진흙이 바싹 말라 흙먼지가 날리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스티브 타세인
난민으로 영국에 정착한 홀어머니 밑에서 삼형제와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유년기를 보냈다. 가난하고 꾀죄죄하지만 시끌벅적한 나날이었다. 진짜 삶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대학을 중퇴하고 주유소 직원, 자전거 택배 기사, 과자 공장 청소부 등 수많은 직업을 거쳐 공연 기획자로 취직했다. 학교에서 문학 수업 강사로 초빙되어 워크숍과 축제 등에 참여하면서 청소년의 삶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지금까지 세 권의 청소년 소설을 출간했으며, 그중 《난민 I》는 한국에 소개되는 첫 번째 책이다.

  목차

프롤로그 _ 기억의 뿌리 。7
I … 내 이름은 I 。10
LIE … 우리가 하는 거짓말 。22
VILE … 시궁창에서의 사투 。54
LOVE … 진흙탕에 울려 퍼지는 사랑 노래 。80
EVIL … 지옥 같은 순간 。108
LIVE … 삶이 계속되는 한 。123
작가의 말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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