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미래 식량에 대한 강렬하고 섬뜩한 예측을 담고 있는 환경 소설이다. 지구 온난화로 여섯 차례에 걸쳐 해수면이 상승해 전 세계의 도시가 초토화되고 기후 난민이 속출한 2066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그린란드의 초고층에 사는 열여섯 살 조니가 시작한 ‘옥상 정원 프로젝트’의 전모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비약적인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최첨단 기술을 누리는 한편, 정체 모를 3D 음식으로 연명하면서 심각한 실업 문제, 빈부 격차, 인권의 퇴보 등 암울한 상황에 맞닥뜨린 미래에서 보내 온 냉철한 보고서라고나 할까?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미래를 한 발 앞서 보여 주면서 논쟁적인 주제를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보잘것없이 작지만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씨앗처럼, 죽음과 같은 절망 앞에서도 기어이 삶을 일구어 나가는 인간의 회복력을 증명해 보이는 당찬 이야기이기도 하다.
출판사 리뷰
그린란드의 초고층 빌딩에 밀집해 사는 기후 난민,
3D 음식으로 가까스로 연명하는 2066년의 지구!
배달용 드론, 3D 음식 프린터, 스크린 등이 상용화된 최첨단 자동화 시대지만, 동시에 지구 온난화로 삶을 송두리째 잃은 기후 난민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람들은 세상의 진실을 알 권리를 박탈당한 채, 재료를 알 수 없는 3D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직 생존만을 목표로 살아간다. 이미 오래전에 죽은 건지도 모를 오늘을 간신히 버티며……. 하지만 이주민 지역의 초고층 건물 옥상에서 아무도 모르게 작은 희망의 씨앗이 싹을 틔운다!
미래 식량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과 강렬한 예측을 담다!
진짜 먹거리를 구하기 힘들어진 미래에서 보내 온 섬뜩한 보고서!
출간의 의의
미래 식량에 대한 충격적인 예측을 담은 본격 환경 소설!
기상 이변으로 빙하기가 도래한 지구, 인류의 마지막 생존 구역을 그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는 미래 식량에 대한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꼬리 칸에 탄 하층 계급은 바퀴벌레 같은 곤충을 갈아 만든 단백질 블록이라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상층 계급 사람들은 질 좋은 음식을 우아하게 즐기는 장면의 대비가 바로 그것이다. 미래의 대체 식량으로 곤충이 뽑힌다는 걸 감안하고 봐도 무척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외에도 여러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간편하게 알약 하나로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기후 변화와 과학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전방위적으로 변화시키고, 그것은 식생활에서도 예외가 아닐 거라는 합리적인 예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음식과 기술을 결합한 ‘푸드 테크’로 ‘3D 음식 프린팅’이 떠오르는 추세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인 KFC에서는 식물성 고기(식물성 원료를 이용해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음식)로 만든 치킨을 선보인 데 이어, 3D 프린팅 기술로 찍어내는 치킨너겟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3D 프린터와 생명공학을 결합한 3D 바이오프린팅은 살아 있는 세포를 원하는 패턴으로 제작해 주는 기술로, 주로 의학 분야에서 활용되다가 최근에는 식품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배양 생선을 만들어 식품에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며, 3D 프린터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고기 캡슐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도 있다. 에너지 알약이나 단백질 바, 기계로 만드는 간편식이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를 날이 그리 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세상 가장 높은 곳의 정원》은 이러한 미래 식량에 대한 강렬하고 섬뜩한 예측을 담고 있는 환경 소설이다. 지구 온난화로 여섯 차례에 걸쳐 해수면이 상승해 전 세계의 도시가 초토화되고 기후 난민이 속출한 2066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그린란드의 초고층에 사는 열여섯 살 조니가 시작한 ‘옥상 정원 프로젝트’의 전모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비약적인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최첨단 기술을 누리는 한편, 정체 모를 3D 음식으로 연명하면서 심각한 실업 문제, 빈부 격차, 인권의 퇴보 등 암울한 상황에 맞닥뜨린 미래에서 보내 온 냉철한 보고서라고나 할까?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미래를 한 발 앞서 보여 주면서 논쟁적인 주제를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보잘것없이 작지만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씨앗처럼, 죽음과 같은 절망 앞에서도 기어이 삶을 일구어 나가는 인간의 회복력을 증명해 보이는 당찬 이야기이기도 하다.
간략한 소개
진짜 먹거리를 되찾기 위한 야심찬 옥상 정원 프로젝트!
2066년, 열여섯 살 조니는 그린란드의 이주민 도시인 샤메드의 100층짜리 초고층 건물에서 대가족과 함께 복작거리며 살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여섯 차례에 걸친 해수면 상승은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초토화시키고 조니네와 같은 수많은 기후 난민을 발생시켰다. 사람들은 강제 철수로 삶의 모든 것을 잃은 채 세계 곳곳의 오지에 가서 정착할 수밖에 없다. 조니네처럼 집과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의 형편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 기술을 누리는 최첨단 자동화 시대지만, 돌파구 없는 대불황 속에 갇힌 채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은 질병, 굶주림, 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쓰레기조차 가질 수 없는 가난 속에서 비참한 생활을 한다. 인권과 평등의 가치는 뒷걸음질친 지 오래고 자아를 실현하는 장밋빛 미래는 꿈도 꿀 수 없는 시대, 사람들은 오직 생존만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된 시대인 탓에 조니 역시 집 안에 매여 지낸다. 일자리 부족으로 빈부 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슬럼화된 지역이 많아서 범죄가 우글대는 바깥세상으로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일과 생활이 분리가 되어 있지 않은 집안 환경, 경제적 압박감에 시달리는 어른들,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대가족의 생활 방식, 엇비슷한 맛의 판지를 씹는 듯한 불쾌한 느낌을 주는 3D 음식, 양성으로 태어난 탓에 자신의 성을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상황……. 갑갑한 처지인 조니의 유일한 낙은 몰래 옥상에 올라가 도시를 둘러보고 타인의 삶을 관찰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옥상에 올라간 조니 앞에 웬 할아버지가 비둘기 떼를 몰고 나타난다. 레드 할아버지는 옥상의 낡은 닭장을 수리해 비둘기장으로 만든 뒤, 새들을 전서구로 훈련시킬 거라는 계획을 밝히며 조니에게 동참을 권유한다. 조니는 괴짜 할아버지가 미심쩍었지만, 지금까지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해 본 적이 없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날 이후, 조니는 틈만 나면 옥상으로 올라가 할아버지와 함께 비둘기장을 만들면서 사전 검열과 통제로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정보와 세상의 진실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먹는 3D 음식과 그 재료인 유전자 조작 식물의 특허권을 엄청난 초국적 기업인 모나코가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세상 사람들이 재료를 알 수 없고 맛도 형편없는 3D 음식이 아니라 진짜 음식을 먹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된 조니는 옥상에 식용 작물을 키우는 자그마한 정원을 만드는, 이른바 ‘옥상 정원 프로젝트’를 꿈꾸게 된다. ‘씨앗, 정원, 진짜 음식’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바탕으로 한 이 프로젝트에 레드 할아버지, 과학자들, 또래 친구인 쌍둥이 남매 드루와 다르까지 가세하면서 마침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것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인류에게 미래를 묻는 이야기
《세상 가장 높은 곳의 정원》은 미래 식량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는 작품이다. 미래 인류의 생활상을 예측하는 작품들은 많지만 식생활 문제를 이토록 깊이 있게 파고든 작품은 찾기 어렵다. 특히 기후 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 3D 음식 프린터, 유전자 변형(GMO), 종자 특허권, 초국적 농업 기업의 이권 다툼과 권력, 토종 씨앗, 식량 주권 등의 문제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다각도에서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우리에게 충분히 닥칠 수 있는 상황들을 하나씩 짚어 보게끔 만든다. 기후 변화라는 환경 문제에 더해 자본의 논리와 힘에 의해 맛있는 진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당한 시대에 대한 예측은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더욱 무시무시하게 읽힌다.
여기에 더해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된 시대에 대한 스케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크린을 통해 모든 정보를 얻고 세상 사람들과 언제든지 연결될 수도 있지만, 결국 모두와 차단된 채 혼자 혹은 소규모 그룹으로 단절된 생할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상은 적막하고 쓸쓸하다. 조니가 옥상 정원 프로젝트를 통해 타인과 협업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 혹은 완전히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만나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채워가는 모습은 여러모로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다.
또한 정체성과 꿈을 고민하고 질문을 거듭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는 근미래 청소년 조니의 모습은 오늘날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라 공감의 여지가 많다. 세상이 정해 놓은 성에 따른 역할 구분과 편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선택하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준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고자 하는’ 조니의 의지가 독자들의 마음에 가닿길…….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고 경고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이 이야기는 우리가 환경과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담담하게 묻고 있다.
내용 소개
2066년, 그린란드
2066년,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전 세계에는 수많은 기후 난민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가라앉지 않은 척박한 오지를 개척해 이주민 도시를 만들어 밀집해 산다. 열여섯 살 조니도 가족들과 함께 그린란드로 이주해 초고층 건물에서 복작거리며 살고 있다. 생명력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이 회색으로 뒤덮인 도시, 쓰레기조차 가질 수 없는 가난, 맛도 식감도 형편없지만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3D 음식……. 조니는 어째서 세상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된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억울한 마음과 분노가 불덩어리처럼 치솟기도 한다. 유일한 낙은 옥상에 올라가 타인의 삶을 관찰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옥상에는 차가운 바람만 요란하게 불어 댔다. 생명력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이 회색으로 뒤덮인 옥상들의 물결이라니. 뉴욕과 마이애미, 파리,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옛날 건축물 사진에서 본 풍경들은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사람도, 가구도, 타일로 마감한 수영장이나 예쁜 정원 같은 것들도. 마치 텅 빈 주차장처럼, 보이는 거라곤 오직 자갈과 아스팔트뿐이었다.
밀레니엄 시대 초기만 해도 많은 도시의 건물 옥상에 레스토랑과 전망대가 있었다. 별들 가까이에 앉아 식사를 하다니……, 얼마나 멋졌을까?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건물 아래의 꽃이 만발한 초록빛 공원을 내려다보는 것, 혹은 새들이 나뭇가지에 살포시 앉아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 것.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질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 아닌가?
우리 부모님이 어렸을 적에는 세상에 생기가 넘쳐흘렀다고 한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과는 완전히 딴판이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억울한 마음이 불덩어리처럼 치솟았다. 나는 스파이처럼 쌍안경으로 남의 집들을 훔쳐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17쪽에서
괴짜 할아버지와 비둘기
여느 때처럼 소란스러운 집을 피해서 옥상으로 올라간 조니는 비둘기 떼를 몰고 나타난 레드 할아버지를 만난다. 노숙자임이 분명한 레드 할아버지는 옥상에 비둘기장을 만들 거라고 포부를 밝힌다. 조니는 말이 잘 통하는 멋진 괴짜 할아버지를 도와 함께 일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세상이 감추고 있던 중요한 진실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혼란을 느낀다.
“어쩌면 내일 수업이 끝난 뒤에 다시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작업을 어떻게 하시는지 보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씩 웃었다.
“그럼 나야 좋지. 혹시 집 안에 굴러다니는 쓰레기가 있거든 좀 가져와 줄래? 나도 내일은 나가서 쓰레기통을 좀 뒤져야겠어. 요새는 쓰레기도 얻기가 쉽지 않아. 나 같은 사람은 필요한 걸 어떻게 구하라는 건지, 원.”
그랬다. 이곳 사람들은 가구나 옷, 전자 제품, 장난감 등 자기가 쓰던 물건들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거나 필요 없어지면 내다 팔았다. 물건을 재사용하는 건 아주 당연했다. 나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이라 해도 누군가에겐 꼭 쓸모 있기 마련이니까.
새 의자가 필요하면 헌 의자를 가져가 약간의 돈을 지불한 뒤 새것과 교환했다. 그러면 쓰던 의자는 낱낱이 분해되어 누군가에게 유용한 물건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만일 내가 버릴 물건을 살 사람을 찾지 못하면 거리에 사는 이들에게 기부하면 되었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쓸모가 있을 테니까. 이제는 쓰레기도 귀한 세상이 되었다. 가난한 사람은 쓰레기조차 가질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종잇조각이나 재활용 폐지, 음식 포장 용기 같은 것들이면 아무거나 괜찮아.”
나는 할아버지가 여전히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순순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작별 인사를 한 다음에 옥상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후려치는 바람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 그런데도 어쩐지 마음 한편이 든든했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듯이 계단을 폴짝폴짝 뛰어 내려갔다.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다. ―25~26쪽에서
씨앗, 정원, 진짜 음식
환경과 과학,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조니는 다른 것보다 모나코라는 거대 기업이 사람들의 식생활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유전자 조작 식품, 종자 특허권, 3D 음식에 대한 정보를 알면 알수록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던 즈음, 옥상의 새똥에서 식물의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조니는 진짜 먹거리를 재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에 부풀어 ‘옥상 정원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다.
우리가 먹는 것 중에서 유전자 조작 식품은 얼마나 많을까? 척박한 토양과 모진 날씨에도 더 많은 수확물을 얻기 위해 씨앗들의 유전자는 인위적으로 변형되었다. 3D 음식은 유전자 실험실에서 조작을 통해 제조하거나 드넓은 땅덩어리에서 기계들이 생산한 재료들로 만들었다.
그런데 한 기업이 세계의 식물 대부분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으니 음식 가격을 정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다시 말해 진짜 먹거리는 웬만한 사람들은 살 수 없을 정도로 비쌌다. 그에 비해 공장에서 생산된 3D 음식은 훨씬 저렴하지만 맛은 매우 형편없었다.
(중략)
고개를 푹 숙인 채 걷다가 문득 엄청나게 많은 흰색 점들이 옥상 바닥에 추상화처럼 그려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흰색 점은 새똥이었는데, 그 안에 작은 알갱이 같은 게 점점이 박혀 있었다. 몸을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알갱이는 다름 아닌 씨앗이었다. 그것도 온전한 씨앗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었다.
비둘기들은 대체 어디에서 씨앗을 먹었을까?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조니, 아니야. 그런 건 꿈도 꾸지 마.’
하지만 소용없었다. 머릿속에서 온갖 계획들이 세워지기 시작했으니까. 아니, 사실 그 계획은 이미 내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매력적인 계획에 사로잡힌 나머지, 몸에서 열이 나고 땀까지 흘렀다. 그런 생각을 하다니! 제정신이냐고 스스로를 타박해 봐도 어쩔 수 없었다. 한번 솟아난 생각은 사라질 줄 모르고 점점 더 머릿속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씨앗, 정원, 진짜 음식.’
나는 손에 끼고 있던 양말을 벗으며 생각에 잠겼다. 새들이 씨앗을 먹고 있다는 건, 그것이 있는 곳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어쩌면 그 씨앗으로 진짜 먹거리를 재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 옥상에서! -42~45쪽에서
샤메드, 부끄러움의 도시
상상에만 그칠 뻔했던 조니의 프로젝트는 레드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급물살을 탄다. 여기에 레드 할아버지 친구들, 과학자와 식물학자, 쌍둥이 남매 드루와 다르까지 가세하면서 불가능할 줄 알았던 일들이 하나씩 현실로 이루어진다. 도시 속의 비밀 농장을 견학하고,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숨은 공로자들을 알게 되면서 조니의 잿빛 세상은 조금씩 생기를 띠게 된다.
“언젠가부터 대중 매체가 기업과 정부의 홍보 역할을 하게 되면서 더 이상 진짜 뉴스를 들을 수 없게 되었지. 곧이어 기업이 대학 교육마저 떠맡았어. 과학자들이 연구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니? 그런데 그 돈을 지원하는 기업이 사적 이익만 추구하게 되면서 순수 과학에 대한 연구가 어려워진 거야. 다행히 이런 현실에 저항하는 이들이 있긴 해. 하지만 먹을 것과 쉴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일을 전혀 알지 못해.”
그건 사실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먹고사느라 바빴다. 게다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스크린이 존재하는 이유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닌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야 마땅했다. 그런데 어떻게 스크린에서 공유하지 않는 일들이 있을 수가 있지?
할아버지가 내 생각을 읽은 모양이었다.
“사전 검열. 중요한 정보들이 죄다 삭제되는 이유지. 국제 보안을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말이야. 물론 이건 순전히 그들이 하는 말이지만.”
사전 검열?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용어였다. 집에 도착하는 대로 검색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니, 우리가 사는 이 도시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진 줄 아니?”
우리 동네 이름은 샤메드였다. 솔직히 그 이름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샤메드는 ‘부끄럽다’는 뜻이야. 세상은 이주민인 우리를 부끄럽게(ashamed) 생각하지. 우리는 무지의 상징이야. 재난이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모른 척했으니까. 그래서 이주민 지역을 보면 부끄러워서 잽싸게 외면해 버리는 거야.”
나는 그 말을 곱씹어 보았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특히 무언가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어른들은……. -73~76쪽에서
학교 숙제를 마치고 나면, 저녁 식사 시간 전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목차
작가의 말
2066년, 그린란드
괴짜 할아버지와 비둘기
3D 프린터로 차린 저녁 식사
씨앗, 정원, 진짜 음식
먹이 사슬의 꼭대기
샤메드, 부끄러움의 도시
쓰레기조차 가질 수 없는
유전자 조작 씨앗
진짜 먹거리
흙 양동이 속에 담긴 꿈
도시 속의 비밀 농장
1%의 부자와 너그러운 엘리트
때 아닌 발각
세상 가장 높은 곳의 정원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