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소년이 자신의 장애에 적응해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처음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곳곳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 진정한 우정, 인종주의, 차별,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대목이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결코 묵직하지만은 않다.
도와주겠다며 매사에 참견하는 단짝 친구 나탕, 엘리엇을 동정하며 뒤에서 쑥덕이는 아이들, 엘리엇을 ‘장님’이라며 비아냥대는 아이 솔랄부터 그와는 반대로 적절한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소녀 에스페랑스까지 시각장애 소년이 학교생활에서 마주칠 법한 인물과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현실감 넘치고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도서관 사서 스타바 선생님이 읽어 주는 그리스 고전 <오디세아아> 이야기가 엘리엇의 상황과 교차하며 펼쳐진다는 점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의지가 흔들릴 때마다 엘리엇은 온갖 난관을 강하고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오디세우스 이야기에서 힘을 얻고 조금씩 나아간다. 책 속의 이야기가 책 속에만 있지 않고 현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엘리엇은 서서히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 장애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아 나가며 엘리엇은 깨닫는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지 않는다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한낮의 햇빛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되더라도 내 미래는 빛날 것”이라는 것을. 진정한 우정과 공존, 그리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 장애가 있어도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시각장애 소년의 달콤살벌한 도전기열 살 때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은 후 엘리엇의 일상은 늘 살얼음판이다. 우울증에 빠진 엄마는 엘리엇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불안해하고 무기력하다. 아빠는 엘리엇이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도록 하는 데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그런 아빠에게 엄마는 아들 뒤에 딱 붙어 따라다니는 격이라고 비난하고, 아빠는 엄마에게 죄책감에 빠져 허우적댄다고 비난한다. 엘리엇에게 점자를 가르치라고 매번 의사가 이야기하는데도 엘리엇이 완전히 보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회피할 뿐 아무런 대비가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모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는 엘리엇. 결국 가장 먼저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단을 내린다. 자기 삶을 살아가기 위해 성큼 한 걸음 내딛는다.
장애 가족이 겪는 문제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를 바라보느라 정작 자신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의 해결책은 확실하다. 누군가 한 사람이 용기를 내면 그 힘으로 다른 가족들도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나면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쉽게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그런데 용기를 내는 쪽은 대개 아이다. 청소년기에 모든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독립해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장애가 있는 아이건 그렇지 않은 아이건 마찬가지다. 엘리엇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장애를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입증해 보이고 싶은 열네 살 소년의 성장기라고도 할 수 있다.
■ 기원전 7세기에 쓰인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소년에게 기적 같은 힘이 되어 주는 이야기 이 책의 특별한 매력은 그리스 고전 《오디세이아》 가 엘리엇의 고군분투와 연관되며 펼쳐진다는 점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칠 때마다 엘리엇은 오디세우스를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그 계기는 도서관 사서 스타바 선생님과의 만남. 그동안은 아빠가 글자를 48pt로 키운 텍스트를 제때 만들어 주었지만, 이 일이 꼬이면서 책을 읽을 수 없게 된 엘리엇. 우연히 엘리엇의 눈이 나쁜 걸 알게 된 스타바 선생님은 프랑스어 수업에서 읽기 숙제인 《오디세이아》를 엘리엇에게 읽어준다. 처음에 엘리엇은 스타바 선생님이 자신의 장애를 알고 그걸 비웃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까 봐 다시는 안 오겠다고 결심하지만, 늘 문제가 생겨 다시 스타바 선생님을 찾아간다. 그렇게 《오디세이아》를 읽으면서 엘리엇은 오디세우스의 용기와 지략을 동경하게 되고, 이제라도 언젠가는 닥칠 완전히 눈이 보이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부모님에게 점자를 배우겠다고 선언한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소년이 《오디세이아》를 읽으면서 온갖 고난을 헤치며 고향을 찾아가는 오디세우스처럼 강하고 현명하게 자신을 찾아가는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기원전 7세기에 쓰인 이야기가 21세기 아이의 삶에 힘을 주는 것이다. 책 속의 이야기가 책 속에만 있지 않고 튀어 나와 현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춘기 아이들의 고군분투에 책이 기적 같은 힘이 되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 우정 그리고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관한 이야기 이 소설에는 중요한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바로 엘리엇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여자아이 에스페랑스다. 에스페랑스는 “사람들은 모두 도움이 필요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지 않는다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하면서 서로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 말이 엘리엇이 알에서 깨어나는 계기가 되어준다.
어느 날 이번에는 에스페랑스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에스페랑스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이민 온 엄마를 둔 혼혈 소녀이다. 그런데 평소 엘리엇을 ‘장님’이라고 부르며 비아냥대던 솔랄 무리가 이번에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에스페랑스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엘리엇. 하지만 무기력한 상태에 있던 엘리엇은 에스페랑스를 돕지 않고 그 자리를 피해버린다. “사람들은 모두 도움이 필요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지 않는다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어긴 것이다.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던 엘리엇은 그때 오디세우스를 떠올린다. 그리고 오디세우스처럼 용기와 기지를 발휘해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솔랄이 벌을 받도록 만든다. 그 모습을 본 스타바 선생님은 말한다. “잘했어, 오디세우스!”
이 책은 인간은 누구나 약점을 안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같으면서도 동시에 모두 다르다고 말한다. 엘리엇은 서로 다른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 맺으면서 서서히 자신이 가진 남과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마침내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한낮의 빛을 보지 못한다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더 이상은 못 보게 되더라도 내 미래는 빛날 것‘이라고.
장애를 다루지만 결코 우울하지 않은 이 소설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그리고 그 ‘다름’이 사람과 우리의 삶을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차별과 혐오가 극심한 지금, 청소년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하면 좋을 책이다.
내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채는 순간이 나는 싫다.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의 말투가 나는 견디기 어렵다. 거짓 친절함을 모욕이다. 거짓 친절함은 나를 진짜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린다.
--- <흐릿한 삶> 중에서
“아까는 정말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었어.”
에스페랑스가 나를 보고 웃었다. 그러고는 아주 친절하게 대답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도움이 필요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지 않는다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 말이 프랑스어 선생님한테 배운 구절을 인용한 것인지 아니면 에스페랑스 스스로 생각해 낸 말인지 나는 모른다. 어쨌거나 난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 <진짜 우정은 뭘까?>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실벤느 자우이
파리 근교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인쇄업을 하는 할아버지와 서점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작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으로 《스피노자와 나》 《여동생 클럽》 《내가 안 보이나요》 등이 있다.
목차
흐릿한 삶
포스가 나와 함께하기를
내 머릿속의 태풍
진짜 우정은 뭘까
보들보들한 마음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오디세우스처럼 강하게
에필로그 _ 한낮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