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BBC Talent Children’s Fiction Prize 수상 후보작. 제2차 세계 대전과 보스니아 내전까지 50여년의 세월을 관통하면서 치매 문제, 세대 단절, 양심적 병역 거부, 전쟁 후유증, 입양 등 다양한 문제를 담아냈다. 알렉스가 할아버지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과거 흔적을 따라가며 사실을 추리해 가는 과정은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주인공 알렉스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동생을 지켜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던 중에 영국으로 입양된 소년이다. 한편 알렉스의 양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케르크 전투에서 사이좋던 형을 잃고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당시의 기억을 모두 묻어 버린 인물이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와중에 묻어 버린 기억이 하나씩 떠오르며 그를 괴롭힌다. 알렉스는 자신이 묻어 놓은 상처를 외면하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기억을 되찾아 주겠다며 ‘추억의 스크랩북’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출판사 리뷰
BBC Talent Children’s Fiction Prize 수상 후보에 올랐고,
2010년 볼로냐 국제도서전에서 크게 주목받은 화제의 청소년 소설!
제2차 세계 대전과 보스니아 내전까지 50여년의 세월을 관통하면서 치매 문제, 세대 단절, 양심적 병역 거부, 전쟁 후유증, 입양 등 다양한 문제를 담아냈다. 출간 전부터 2011년 모든 Major Prizes에서 후보작으로 논의되었으며, 격한 감동과 함께 독자들에게 여러 생각할 문제를 던지는 뛰어난 소설로 평가받았다.
가족의 사랑으로 치유되는 전쟁의 상처들
주인공 알렉스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동생을 지켜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던 중에 영국으로 입양된 소년이다.
… 니쿠와 나는 물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입안에 물이 가득 찬 것을 기억한다. 물살을 거스르려고 미친 듯이 발을 찼다는 것을 기억한다. 강이 내 몸에 손톱을 박고 아래로 끌어내린다…. 나는 니쿠의 눈에 어린 표정을 기억한다. 그 두 눈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니쿠의 손을 놓아 버린 순간.’ (169-170쪽)
한편 알렉스의 양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케르크 전투에서 사이좋던 형을 잃고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당시의 기억을 모두 묻어 버린 인물이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와중에 묻어 버린 기억이 하나씩 떠오르며 그를 괴롭힌다.
“기억들은 여기 어딘가에 있어.”
할아버지가 자기 머리를 톡톡 쳤다.
“있어야 하지 않겠니? 어딘가에는 말이다.” (91쪽)
알렉스는 자신이 묻어 놓은 상처를 외면하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기억을 되찾아 주겠다며 ‘추억의 스크랩북’을 만들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하루하루 산송장이 되어 가고 있어.’ (94쪽)
다른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할아버지를 더욱 괴롭히는 일이라며 알렉스를 말린다. 하지만 알렉스는 동생은 못 지켰지만, 할아버지를 지키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할아버지의 과거와 기억을 뒤쫓는다. 결국 할아버지의 과거를 모두 알게 된 알렉스는 다른 가족들에게도 묻혀 있던 진실을 이야기하고, 그 동안의 오해를 풀고 가족을 하나로 묶는다.
“과거를 상자에 가두었다가는 과거가 네 숨통을 조이게 돼. 결국에는 널 산 채로 집어삼키고 말아. 이제 나는 과거를 마주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걸 배웠단다. 그게 아무리 힘들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말이야.” (285쪽)
“알렉산드루, 이제 네 상자를 열 때가 되지 않았니?” (289쪽)
알렉스의 도움으로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게 된 할아버지는 알렉스에게도 과거를 상자에 가두지 말고 마주하라고 조언한다. 이후 알렉스는 동생 니쿠의 손을 놓아 버린 그날 이후 처음으로 과거의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하며 큰 소리로 운다.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으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이야기
알렉스가 할아버지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과거 흔적을 따라가며 사실을 추리해 가는 과정은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알렉스는 훼손된 묘비를 발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나씩 단서를 찾아가면서 할아버지가 그토록 지워 버리고자 했던 기억이 점차 실체를 드러낸다.
묘비는 훼손된 게 분명했다. 누군가 일부러 끌로 비문을 망가뜨린 것처럼 보였다. … 나는 손가락으로 글자의 홈을 더듬어 보았다. 누군지는 몰라도 범인은 시간을 많이 들인 듯 훼손 부분이 구체적인 데다 심지어 정성을 들인 것처럼 보였다. 전체 비문 중 글자 몇 개가 깎여 나가고, 그 자리에 대신 네모난 홈이 파여 있었다. 하지만 다른 글자들은 모두 멀쩡했다. (66-67쪽)
나는 한 조각도 빠뜨리지 않고 모든 것을 다 말했다. 내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스크랩북과 물건들을 보여 주었다. 결혼식 사진들, 다시 이어 붙인 피터 웹 할아버지의 사진과 참회 편지, 밀드레드 고모할머니와 약혼자 헨리의 사진, 군복을 입은 토미 할아버지의 사진, 리아가 복사해 준 5월 13일 자 신문 기사, 묘비 탁본, 할머니의 일기장 몇 쪽, 할아버지의 책, 케르크 해안에서 찍은 군인들의 모습…. 아무도 내 말에 끼어들지 않았다. 한 번도. 단 한순간도. (277쪽)
할아버지의 기억을 뒤쫓던 알렉스는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할아버지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묻어 버린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형의 죽음과 그에 얽힌 사연, 그로 인한 할아버지의 상처와 할머니의 어이없는 죽음, 주변 사람들의 오해와 가족의 갈등까지….
할아버지가 상자 속에 가두었던 이 기억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할아버지에게 잊어버리는 게 최선인 일들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래성을 쌓고 밀물더러 밀려들지 말라고 명령했던 크누드 왕처럼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고 싶던 할아버지는 상자 속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정면으로 마주 선다.
기억은 갇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기억은 창살 사이를 스르륵 빠져나간다. 연기처럼, 물처럼.
기억은 들어왔다가도 한순간에 나가 버린다. … 당신을 당신 자신으로 만들어 주는 건 기억이다. 기억을 잃어버리면 당신 자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당신은 아무도 아니다.
유령이다.
기억이 없으면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149쪽)
작가 소개
저자 : 루스 이스트햄
영국 랭커셔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에서 교사 교육을 받았다. 그 뒤로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등의 여러 학교에서 근무했다. 사진 찍기와 먹거리 직접 기르기, 중고품 가게 그리고 세계 지도를 무척 좋아한다. 지금은 23개의 나라에서 온 26명의 10대 학생들과 함께 국제 학교에서 살고 있다.
목차
1부 약속
1 신경 끄기
2 할아버지와의 약속
3 금지된 말
4 심리 작전
5 잊지 않으리라
6 하얀 깃털
2부 추억의 스크랩북
7 프레다와 토미
8 웹 할아버지
9 포슬스웨이트 목사님
10 엉망진창
11 괘종시계
12 사진에 찍힌 기억들
13 코코다일과 타란슬라
14 콘치
15 1941년 5월 13일
16 전쟁 범죄
17 불장난
18 할머니의 일기장
19 잊어버리는 게 최선인 일들
3부 피날레
20 빨간 카네이션
21 최전방
22 케르크
23 진실을 말한다는 것
24 크누드의 모래성
25 판도라의 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