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서세동점의 시절, 민란은 들불처럼 번지고,
조선의 균열은 봉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데...
삼정이 문란하고 탐관오리는 수탈한다.
백성의 피눈물은 민란을 부르지만,
특권계급이 되어버린 사대부들은 여전히 일신과 일가의 부귀영화만을 꿈꾼다.
임금의 문제만도, 세도 정치의 폐단만도 아니었다.
사대부 중심의 정치 체제는 과연 합당한 것이었나?
조선의 오백 년은 과연 누구를 위한 역사였나?
밀려오는 풍랑 앞에서 숨을 죽인다.
예상했던 대로 헌종·철종 편은 [실록]의 기록이 부실해 내용을 엮어내기가 어려웠다. 이전까지는 적당한 분량의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처음 잡은 콘티에서 많이 덜어내야 했지만, 이번 18권은 덧붙일 게 없을까를 고민해야 했다.
그렇다고 마지막 장의 [사대부의 조선 500년]이 그런 고민의 산물은 아니라는 사실. 이제 조선이 본격적으로 쇠망의 길을 걸어가게 될 터인데, 그에 앞서 조선이 어떻게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큰 흐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흐름 속에서 시대와 정치, 인물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조광조로 대표되는 사림의 등장과 그 정점에 있는 이황 같은 이들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평가는 한 번 내려지면 쉬이 바뀌지 않는다. 조광조, 이황, 사림에 대한 평가는 후대 사림이 내린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 오늘까지도 당시의 평가는 큰 수정 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림의 조선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었나? 사림의 조선은 성공적이었나?
삼정의 문란은 세도정치와 결합되면서 더욱 심화되었지만, 사실상 오래전부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조선 사회를 바로 세울 수 없을 만큼 근본적인 문제였다. 서세동점의 물결에 대한 적절한 대응만큼이나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바로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리하여 민생을 편안케 하고 국가 재정을 넉넉히 해야 외생적 변수에 대한 대응책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 문제와 관련해 정조는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근본적인 수술을 시도하지 않았다. 다만 관리하고 단속하는 데 부지런했을 뿐이다. 과연 이 문제를 제쳐놓고 조선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 개혁이 가능했을까? 그래서 필자는 정조의 개혁과 관련한 많은 해석들이 판타지에 가깝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흐름 속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부실하기 이를 데 없는 기록에서 그나마 헌종이 안동 김씨에게 제대로 맞서보려 했다는 것과 철종이 꽤 안목과 자질을 갖춘 인물이었음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수확이었다.
남은 두 권은 고종 편으로, 1910년 국권피탈 때까지를 다룰 생각이다. [고종실록], [순종실록]이 일제의 감독 아래 이루어진 것이긴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인 만큼 조선왕조가 망하는 날까지 다루는 게 옳다는 생각에서다.
(/ 18권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박시백
시사만화가. 1964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하면서 총학생회 신문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1996년 한겨레신문 만평담당자 모집에 응모해 당선되었다. 이어 박재동 화백의 뒤를 이어 2001년 4월까지 한겨레신문에서 \'박시백의 그림세상\'을 연재했으며, 그 외에도 〈말〉, 〈출판저널〉, 〈뉴스피플〉 등의 매체에 만평을 연재한 바 있다.
박시백의 연재만화는 네컷 만화나 한컷짜리 만평이 아닌, 시사 만화로서는 지면이 넓은 편인 페이지 만화이다. 한 이슈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희화화하거나 패러디를 하는 보통의 다른 만평들과 달리, 그의 만화는 사건의 전후관계 및 배경과 진행, 그리고 작가의 논평 등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줄거리 시사만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만화는 부드럽고 유연한 제시방식과 긴 호흡을 가진 \'수필만화\'의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사만화로서의 본질적 임무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가 〈한겨레신문〉, 〈출판저널〉, 〈말〉, 〈뉴스피플〉 등에 연재했던 시사만화들은 『박시백의 그림 세상 -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목차
제1장 안동 김씨 천하 Ⅰ
1. 순원왕후 수렴청정
2. 기해사옥
3. 김유근과 김좌근
4. 전면에 나선 안동 김씨
제2장 헌종의 노력
1. 왕은 왕이로되
2. 안동 김씨에 맞서다
3. 일찍 온 죽음
제3장 안동 김씨 천하 Ⅱ
1.강화도령 원범
2. 순원왕후 2차 수렴청정
3. 막가는 안동 김씨의 세도
4. 임금 철종
제4장 민란시대
1. 삼정의 문란
2. 진주민란
3. 민란 도미노
4. 삼정 개혁 프로젝트
제5장 격변의 동아시아
1. 아편전쟁과 중국의 굴욕
2. 일본은 개항으로
3. 사대부의 조선 500년
4. 조선의 대응
5. 철종이 떠나고
[현종·철종 실록] 연표
세계의 문화 유산, [조선왕조실록]
도움을 받은 책들
작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