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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너의 존재감
르네상스 | 청소년 | 201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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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작가 박수현의 청소년 소설. ‘아름다울 나(娜)’ 자에 ‘즐거울 락(樂)’ 자를 써서 아름답고 즐거운 학교라는 뜻의 나락 고등학교. 그러나 현실은 나락(奈落)에 가까운 이 학교 2학년 3반에 모인 ‘아픈’ 아이들에게 새로 부임한 담임, 쿨 선생은 등장부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개학과 함께 다시 나타난 쿨 선생이 맨 처음 한 말은 ‘다 괜찮다.’이다.

지겹기만 했던 학교생활이 조금은 재미있어질지 모르겠다는 기대도 잠시, 하룻밤 사이에 학교 안의 유리란 유리는 모두 깨지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다. 그 일로 온 학교가 벌통을 쑤셔 놓은 듯 시끄러운 와중에, 쿨 선생이 마음 일기라는 물건을 아이들 앞에 내놓는다.

아이들은 마음 일기가 유리창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 도구가 아닌가 잠시 의심하기도 하지만 속는 셈치고 시도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던 절망에서 헤어나는 법을 배운다. 나아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존감을 회복해 가는데….

  출판사 리뷰

존재 자체가 버거워서, 존재감이 없어서,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십대들의 마음에 밑줄을 긋다!

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 저작 및 출판 지원 사업 선정작


요즘 십대들이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말 가운데 하나가 ‘존재감’이다. 열에 아홉이 ‘존재감이 없어서’ 고민이고, ‘미친 존재감’을 갖고 싶어 애를 태운다. 이들이 말하는 존재감은 인정 욕구에 다름 아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나도 살아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여기에도 존재감 때문에 힘겨워 하는 세 아이가 있다.
먼저 제 존재 자체가 버거운 아이, 이순정.
화려한 외모와 빛나는 카리스마로 ‘틀림없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스펙을 안고 태어날 수는 없다’는 평가를 받는 아이지만 그 삶은 그리 녹녹치가 않다.
순정의 부모는 이른 나이에 연애를 시작해 스무 살에 순정을 낳았다. ‘순정(純情)’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이름 또한 나이 어린 부모의 감상에서 비롯된 것. 그러나 순정의 아빠는 아이가 백일도 되기 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순정은 내내 할머니 밑에서 자라야 했다. 할머니와 함께했던 시간은 결핍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도 차라리 행복했다. 순정의 진짜 괴로움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엄마와 함께 살면서 시작된다.
순정의 엄마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사춘기 딸을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 아니, 스스로도 주체하기 힘든 삼십대 철부지다. 스무 살 적 첫사랑을 잊지 못해 괴롭고, 알맹이 없는 남성 편력으로 괴롭다. 순정은 그런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 관념, 자신이 이 모든 불행의 씨앗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자기 부정, 그리고 할머니를 버렸다는 죄책감으로 힘들다. 끝 간 데 없는 무력감과 분노 사이를 오가다 극단적인 자해를 저지르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일어난 유리창 파손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리고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이, 강이지.
이지는 어둡고 냉소적인 순정과는 달리 밝고 긍정적이다. 아니,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지나치게 밝고 긍정적인 면이 외려 진실성을 떨어뜨리는 탓에 교우 관계는 넓고도 얇다. 카리스마와 매력을 동시에 지닌 순정을 내심 동경하지만, 본의 아니게 순정의 심사를 건드려 날벼락을 맞기도 한다. 그럼에도 순정의 깊은 상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는 ‘쉬운 년’이라고 불릴 정도로 늘 실실대는 이지이지만, 집에서의 모습은 영 딴판이다. 집은 가난하고, 부모는 걸핏하면 싸워대고, 동생은 셋이나 되는 까닭이다. 어릴 적부터 부모의 싸움을 지켜보며 입이 얼어붙고 몸이 굳어 버리는 공포를 수도 없이 겪어 왔기에 동생들만큼은 그 공포로부터 지켜 주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학교에서 보이는 밝고 긍정적인 모습은, 그러니까 가면에 지나지 않는다. 중학교 때 학교 유리창에 돌을 던진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순정과 함께 용의선상에 오른다.
마지막으로 어디서나 눈에 띄는 순정이나 이지와는 달리 교실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는 아이가 있다. 스스로 존재감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짐짓 그 사실에 무감한 듯 보이는 아이.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누구보다도 깊은 열등감을 품고 있으며, 누구보다도 깊은 관심을 필요로 하는 아이다. 집에서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무신경한 어머니, 공부 잘하는 언니에게 치여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학교에서는 성적이고 외모고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어 또 입을 다문다.
하지만 말이 없다고 생각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은 채 은밀하고 섬세하게, 그러나 지극히 ‘주관적’으로 담임과 반 아이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느라 바쁘다. 지금은 이순정의 넘치는 존재감이 부럽고, 강이지의 늘 몇 퍼센트 부족한 존재감이 우습고, ‘마음 일기장’이라는 요상한 물건을 아이들에게 들이미는 담임의 존재가 의심스럽다. 결말 부분에서 정체가 드러나는 이 아이는 이 시대 청소년의 80퍼센트를 대표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에 키튼 선생님이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쿨샘이 있다!
‘아름다울 나(娜)’ 자에 ‘즐거울 락(樂)’ 자를 써서 아름답고 즐거운 학교라는 뜻의 나락 고등학교. 그러나 현실은 나락(奈落)에 가까운 이 학교 2학년 3반에 모인 ‘아픈’ 아이들에게 새로 부임한 담임, 쿨 선생은 등장부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니들 개학하기 전까지 일주일간 자습한다며? 근데 난 안 나올 거야. 왜냐? 나 아직 이 학교 선생 아니야. 정식으로 발령장을 안 받았거든. 그러니까 담임 기다리지 마. 아, 니들도 싫으면 도망가.”
개학과 함께 다시 나타난 쿨 선생이 맨 처음 한 말은 ‘다 괜찮다.’이다. 교실에서 밥을 먹어도 괜찮고, 휴대폰을 내놓지 않아도 괜찮고,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 이년, 저년 하는 거친 언사는 감칠맛 나는 양념이다. “에이, 선생님. 욕을 하시면 어떡해요.” 하고 강이지가 앙탈을 부리자 “하이고! 언제부터 이년이 욕이셨어요? 내숭 떨기는. 시끄러, 이년아!” 하고 천연덕스럽게 받아친다.
지겹기만 했던 학교생활이 조금은 재미있어질지 모르겠다는 기대도 잠시, 하룻밤 사이에 학교 안의 유리란 유리는 모두 깨지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다. 그 일로 온 학교가 벌통을 쑤셔 놓은 듯 시끄러운 와중에, 쿨 선생이 마음 일기라는 물건을 아이들 앞에 내놓는다.
마음 일기장 맨 앞에 붙은 사용 설명서에 따르면 마음 일기는 이런 거다. ‘내 마음에 대해서 쓰는 일기야. 보통 일기는 하루 동안 겪은 일, 그중에서 인상 깊은 일을 쓰는 거잖아? 그런데 마음 일기는 하루 동안 내 안에서 어떤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졌는지를 잘 관찰해서 쓰는 거야. 화난 마음, 기쁜 마음, 우울한 마음, 쓸쓸한 마음, 짜증 나는 마음……. 상황에 따라 일어났던 내 마음을 놓치지 않고 적어 보는 거지. 생각이 아니라 마음을.’
아이들은 마음 일기가 유리창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 도구가 아닌가 잠시 의심하기도 하지만 속는 셈치고 시도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던 절망에서 헤어나는 법을 배운다. 나아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존감을 회복해 간다. 곁다리지만 유리창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건져 올린 진짜 이야기
이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쿨 선생의 모델은 작가의 사촌 여동생이자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장혜진 선생이며, 마음 일기 또한 그이가 교육 현장에서 만난 ‘아픈’ 아이들을 위해 고안해 낸 것이다.
작가의 말을 빌자면 장 선생은 무척이나 발랄하고 유쾌한 사람이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을 배꼽 잡고 웃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으며, 춤과 노래로 좌중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거침없다 못해 거친 말을 쏟아 내기 일쑤지만, 그게 기분 나쁘기는커녕 살갑게만 느껴진단다. 그 성격 그대로 아이들에게 다가갔으니, 아이들이 좋아할밖에.
그런데 아이들이 장 선생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저희들의 아픔을 알아주고 함께 울어 주는 어른이었던 까닭이다. 어린 시절에 소위 ‘껌 좀 씹어 봤다’는 어른들은 많지만, 그 시절의 기분이나 마음을 기억하는 어른은 드물다. 그런데 장 선생이 바로 그런 어른이었던 것이다.
잘난 아이들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장 선생의 관심은 늘 못난 아이들에게 향해 있었다고 한다. 잘난 아이들이야 늘 넘치도록 관심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가난한 아이, 공부 못 하는 아이, 집안에 문제가 있는 아이…… 제 힘으로 어쩌지 못할 현실에 힘겨워하는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애면글면한 지 여러 해, 장 선생도 사람인지라 속병이 들기 시작했단다. 그러면서 법륜 스님이 이끄는 정토회에서 마음공부를 시작했고, 아이들과 함께 마음 일기와 마음 나누기를 시도해 볼 생각도 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 시도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불러왔다고 한다.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아이들이 슬그머니 해묵은 상처를 꺼내 놓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은 지금 제 상처는 물론 친구들의 상처를 함께 들여다보고 함께 눈물 흘리고 함께 격려하면서 서서히 치유를 해 나가고 있단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빌자면 ‘이 책은 바로 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가공한 이야기를 덧씌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도처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그린 것이다. 또한 ‘학교는 모르겠으나 학생은 정말이지 사랑’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선생님들의 진심을 ‘쿨샘’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은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상처가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겁다고, 내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잔뜩 웅크리고 도사렸던 나, 그리고 나와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진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진실이 가진 힘 때문일 것이다.

나 같은 애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정답이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머릿수 채워 주는 게 내 역할이니까. 있을 때는 있는 줄 모르고, 있어야 할 때 없어야 비로소 존재가 드러나는 인간, 그게 바로 나다. 존재하지 않을 때 비로소 존재감이 생기는 이 서글픈 아이러니.

하마터먼 그 애들 이름이 다 존재감인 줄 알 뻔했다. 존재감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대체 존재감이 뭔데? 나는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감당하기 힘든 사람이다.

“마음이란 건 그래. 변덕스럽기 짝이 없지. 그런데 그게 안전장치이기도 해. 어떤 마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말이야. 슬픔도 기쁨도 단지 그 순간일 뿐이야. 어제 화났던 일도 오늘 생각하면 별일 아닐 때 있잖아. 그런 거야. 아무것도 영원한 건 없어. 너무 슬퍼도 렛 잇 비, 너무 힘들어도 렛 잇 비…… 흘러가게 가만히 내버려 둬. 당장은 괴로워서 죽어 버릴 것 같은 마음도 다 지나갈 거야.”

  작가 소개

저자 : 박수현
중앙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쓰고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지은 책으로 <내 더위 사려!>, <세 친구>, <바람을 따라갔어요>, <노란 쥐 아저씨의 선물>,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등이, 옮긴 책으로 <시끌벅적 그림 친구들>, <그냥, 들어 봐>, <사진이 말해 주는 것들>, ‘엽기 과학자 프래니’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지켜본다, 이름 없이

1부 이순정
心봤다?
내마음은 답답합니다.
사실은 화가 납니다.
내 마음은 쪽팔립니다.
내 마음은 미안합니다.
내 마음은 당황스럽습니다.
이 마음이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2부 그림자
내 마음은 멍합니다.
내 마음은 싫은 게 많습니다.
내 마음은 그만 속아 넘어가고 싶습니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겠습니다.

3부 강이지
내 마음은 두근두근합니다.
내 마음은 두렵습니다.
내 마음은 가볍습니다.
내 마음은 뿌듯합니다.

에필로그: 나의 존재감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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