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추천의 말
“내 삶의 이야기가 작은 불씨가 되길” 나는 멀리 이곳 프랑스에 살고 있지만, 내 조국 대한민국의 미래인 어린이 여러분에게 깊은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늘 여러분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혹여나 수많은 과외 활동과 촘촘히 짜여진 바쁜 일상으로 인해 여러분 안에 따뜻한 꿈과 희망보다 차가운 지식만 채워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들기도 합니다.
나는 여러분이 언제나 밝고 건강하길 바라며 늘 사랑이 가득한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더불어 나는 여러분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바르게 익히고,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지키고 가꿔주길 바랍니다.
한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매우 안타까운 순간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문화유산들이 전쟁으로 인해 불타버린 일이나 다른 나라의 병사들이 우리나라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서책과 유물들을 약탈해간 일 등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나는 한국보다 프랑스에서 더 오래 살았습니다. 그 덕분에 프랑스에 있는 한국의 고서들과 귀한 자료들을 발견하고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내 나라의 역사를 바로 알고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깨닫게 될 때의 그 즐거움과 뿌듯함은 늘 나에게 새로운 힘을 주었습니다. 또한 이 곳 프랑스에서 직지심체요절을 고증하고 어두운 창고 안 먼지 속에 묻혀 있던 외규장각 의궤를 다시 찾았을 때, 나는 무한한 감동과 감사함으로 벅차오르는 마음을 누를 길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한순간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묵묵히 내 길을 걸어왔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크고 작은 꿈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고 싶을 것입니다. 그 꿈을 그리며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때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과 난관이 여러분 앞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여러분은 끝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내가 어떻게 꿈을 키웠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보게 될 것입니다. 내 삶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되길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쓰기 위해 이곳 프랑스까지 직접 찾아와 준 공지희 작가와 정성껏 편집해 출판한 출판사 글로연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박병선
출판사 서평누구나 새로운 하루하루를 맞으며 산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꿰어져 한 평생의 삶이 된다. 박병선 박사님의 삶은 우리들에게 사람이 살아가는 한 평생이라는 시간동안 무엇을 하고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한 편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
박병선 박사님의 업적을 ‘직지 고증’,‘외규장각 의궤 연구’ 등의 단어 몇 개로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업적을 이루기 위해 박사가 들인 시간은 무려 30여 년이 넘는다.
박병선 박사님께서 이런 일들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후원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박사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 믿지 못하고, 냉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루어 내셨다.
박병선 박사님이 늘 즐겨 하시던 말씀은 “시작하면 그 끝을 보라”는 것이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말이지만 이를 박사님의 삶에 대입해보면 그 말의 가치를 새삼 되뇌게 된다.
박사님께서는 병상에 계시면서도 이 책에 대한 애정으로 마지막 힘을 아끼지 않으시고 여러 기억을 꺼내어주셨다. 20여 일 동안 매일 병실로 온 공지희 작가에게“시간이 없으니 얼른 얼른 하자”하시며 당신의 갈 길을 예감하신 듯 1분 1초의 시간을 아까워하시기도 했다.
이 책을 준비할 때 뵈었던 박사님은 파리 시내에서 맛있는 점심을 사주실 만큼 건강하셨는데 책이 나오는 지금은 현충원에 잠들어 계신다. 슬픈 마음을 묻고 정성을 다해 만든 책을 박사님 영전에 바친다.
- 오승현 편집장
박사님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바쁘게 생활하는 한국의 아이들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작가 인터뷰“요즘, 매스컴에서 어린이집을 불신하게 되는 내용이 보도될 때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몇 명의 잘못으로 현재에도 열심히 근무하고 있을 선생님들이
통째로 매도되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동요 없이 부모님들이 더 안심하고 어린이들이 즐거운 어린이집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껏 수많은 어린이들을 만났습니다. 수많은 부모도 만났습니다.
그 중에서 마음이 아픈 친구들도 만났습니다.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품었을 때부터
그 아이들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착한 아이 사탕이>처럼 착하게 살면서 엄마만을 행복하게 하기보다는
그 아이들 스스로가 행복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어린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책을 써서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고
부모님의 변화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강밀아

원장수녀는 잠시 동안 박병선의 눈을 들여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병선 씨는 세상에 나가서 해야 할 다른 일이 꼭 있을 것 같아요.”
“세상에 나가서 해야 할 일이요?”
박병선은 원장수녀의 말을 듣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세상에게, 하느님에게 받은 수많은 축복들이 떠올랐다. 죽을 고비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살게 해 주신 성모마리아의 손길, 멀리 타국까지 와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 그리고 조국을 위해 자신을 믿고 중요한 일을 당부하신 스승님의 기대…….
‘그렇구나. 나는 지금까지 무척이나 많은 것을 받기만 하고 살아왔구나. 그렇다면 받기만 하고 끝내면 안 되지. 갚아야지. 그게 바로 내가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인 거야. 이제, 세상에 나가서 내가 받았던 많은 축복을 갚으면서 살자.’
박병선은 수녀원을 떠나면서 앞날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조심스레 가슴속에 품었다.
박병선은 바로 자신의 눈앞에 놓여 있는, 오래된 조국의 책, 『직지』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안의 글자들을 한 글자 한 글자 눈에 새기듯 바라보았다.
『직지』는 박병선에게 무언가 묻는 듯했다.
‘진실이란 어떻게 밝혀지는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난 『직지』가, 진실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박병선은 믿었다. 『직지』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조금도 의심 없이 믿었다. 그 책에 쓰여진 글자 그대로의 사실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사실이 다 믿어졌다. 그러나 자신만 믿고 있는 진실이었다.
‘이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이 책에 쓰인 내용대로, 정말로 1377년에 한국 땅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겠구나. 나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한 점의 의심도 없이 확실하게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증명하지?’
박병선은 답답했다.
‘증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막연한 며칠이 지나고, 박병선은 결심했다.
“해 봐야지. 이 일은 다른 사람이 하든 내가 하든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야. 새로운 역사를 제대로 고증해내는 일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고증은 내 조국을 위한 일이야.”
박병선은 『직지』를 고증하는 일을 하기로 굳게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