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롭게 시작되는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사이보그, 뱀파이어, 시간이동 같은 소재나 게임 서사를 떠오르게 하는 판타지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거침없이 풀어 쓴 7편의 단편 속에 우리 시대 청소년의 갈등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불의의 사고로 사이보그가 된 공세리, 잘나가는 오빠와 달리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아싸인 임가영, 돌변한 단짝 친구와 살 빼라고 구박하는 엄마 사이에서 점점 더 작아지는 하연수, 어느 날 갑자기 저주받은 삶을 살게 된 뱀파이어 오하라, 환승이별도 모자라 별안간 사라져 버린 아빠의 비밀과 대면하게 된 방규상, 밤에는 웹 소설 작가, 낮에는 투병 중인 고등학생 한치열, 주류의 삶을 살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꿈을 찾아 길을 나선 비온. 이들을 통해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긍정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내 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직시하고 그것이 왜 나를 힘들게 하는지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용기이며 도전이라는 것, 이 고통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가장 청소년문학다운 형식으로 들려주고 있다.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우주를 지켜 내는
“덕후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이야기”°사이보그지만 괜찮아-「도와줘, 공세리」
학교 이곳저곳에 적힌 낙서들도 모자라 아이들은 모였다 하면 ‘공세리’ 이야기만 한다.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던 공세리는 세계 최초 전신형 사이보그가 되어 곧 학교로 돌아올 예정이다. 무섭게 폭우가 쏟아지는 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의 히어로 공세리가 드디어 교실에 들어선다.
°현실 남매의 ‘찐’ 케미란 이런 것-「고사리의 생존법」
적응력과 친화력, 유머와 위트, 나와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오빠. 오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싸, 그에 반해 나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너무나 확실한 아싸다. 튀는 오빠 덕분에 학교 생활도 힘들다. 그런데 오빠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학교가 들썩인다. 정말 싫다. 그러던 중, 나는 창체동아리 멤버이자 마니또 친구인 김종훈과 말문을 트면서 그동안 몰랐던 오빠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다시 시작하면 돼, 함께라면 가능해-「교집합의 바다」
싸운 적도, 오해할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멀어져 버린 단짝 친구 소민. 연수는 소민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보지만 소민은 차갑기만 하다. 그러던 중 소민이 홀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된 연수는 소민을 위해 행동에 나선다. “내가 네 곁에 있을게. 도와줄게. 네 잘못이 아니야.”
°봤지? 여자의 그날을 잘못 건드리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피바람 몰아치고」
오하라는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다. 하필 그날인데다가 멍청한 브로커도 연락이 안 된다. ‘대낮에 학교에서 어떻게 피를 구하냔 말이야!’ 52년째, 18세로 살고 있는 오하라는 뱀파이어다. 가뜩이나 예민한 날, 생물 선생과 치킨 보이 박원재가 오하라의 신경을 긁는다. 기왕 뱀파이어로 사는 거, 나쁜 짓 하는 놈들 혼이나 실컷 내주기로 맘먹은 오하라의 복수가 시작된다.
°토끼를 이긴 거북이는 행복했을까?-「토끼 가족」
여자친구에게 느닷없이 이별 통보를 받은 나. “서로 속이는 게 있으면 어떻게 믿음이 가겠어. 너랑 있으면 나까지 덩달아 불안해.” 이 모든 게 2년 전 사라진 아빠로부터 시작되었다. 엄마는 아빠가 일 때문에 해외에 갔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나는 막연히 알고 있었다. 이제 그만 우리 가족의 비밀도 깨버릴 때가 왔다.
°좀 별나지만 현재진행형인 나의 이야기-「이세계의 펜칼은 현재진행형」
웹 소설 작가,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고등학생 한치열, 차원의 서 ‘엘하키’를 찾아 헤매는 이세계의 검투사이자 ‘피를 부르는 황야의 늑대’로 불리는 ‘펜칼’, 세계의 경계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하나이면서 셋인 이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나의 세계는 좀 별나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보이는 거짓과 보이지 않는 진실-「레테의 파수꾼」
고위직에 있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서기로 한 비온, 히피와 무정부주의자들이 어울려 사는 동니르를 향해 떠난다. 원주민을 약탈하고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삶을 괴로워하며 갑자기 사라져버린 친구 올리버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그 길에서 만난 셀라를 통해 비온은 그동안 자신이 누려온 안락한 삶의 이면에 도사린 비극적 진실을 접하게 된다. “날 돕고 싶다면 밖으로 가. 너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줘. 사람들의 일상 너머에서 어떤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활 밀착형 판타지’ 작가의 탄생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던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어린이책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어린이청소년 문학의 세계에 매료되었다. 이 책은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집이다. 색을 조합하고 새로운 세계를 그리고 만드는 데 익숙해서일까, 특히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묘사가 개성적이면서 다채롭다. 현실과 밀착해 있으면서도 뜻밖의 상상의 세계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작품 세계가 매력적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저절로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될 것이다.
히어로의 등장은 언제나 특별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은 아침부터 무섭게 폭우가 쏟아졌다. 비릿한 습기에 모두 축 처진 채 수업을 필사적으로 견디는 중이었다. 나긋나긋한 담임의 목소리를 가르며 드르륵 앞문이 열렸다. 아이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_「도와줘, 공세리」
공세리의 각성과 눈부신 활약은 비단 국가 차원의 이익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폭력과 따돌림은 사라지고 학교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폭력은 새로이 진화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김없이 그 중심엔 승빈이 있었다. _「도와줘, 공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