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삼남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 1999년에 <창조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삼남 시인은 광주 고려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현직 교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집에 “희로애락으로 가득한” 교실 풍경과 생생한 청소년의 삶을 담았다. 언제나 공부가 우선인 우리 청소년들의 불안정한 일상과 팬데믹 시대의 우울한 학교 현실을 진솔한 언어와 섬세한 필치로 그려 냈다. 진로, 성적표, 짝사랑 같은 청소년의 현실 고민이 깊이 녹아든 시편들은 공감을 자아내며 가슴 깊이 와닿는다.
우리 아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닿은 소재를 잘 찾아낸 시인의 “눈 맑은 지혜”가 돋보인다. “어느 때보다 희망의 언어가 필요한” 지금, 기꺼이 “한 줌의 따뜻한 말”을 건네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는 특히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고3 수험생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너와 떡볶이>는 ‘창비청소년시선’의 서른다섯 번째 권이며,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에 뽑혔다.
출판사 리뷰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다베테랑 교사가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본 학교와 청소년의 이야기가 담긴 너와 떡볶이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금성 1-1)에 수록된 교실을 비롯하여 72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실었다. 특히 ‘학교생활 보고서’(1부), ‘코로나19’(4부) 부제가 달린 시와 연작시 온라인 클래스(3부) 등 사회 현실을 반영한 시편이 많아 눈길을 끈다. 학교 현장의 생생한 모습, 각자의 방법으로 고민을 풀어 나가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녹여 낸 시도 여럿 담겼다. 이 시집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1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에 뽑혔다.
꽃망울이다
청춘의
닫히지 않는 성장판이다
꽃의 속살은
움츠린 시간처럼
고요히
제각각
자라나고 있다
―교실 전문
현실과 이상 사이, 온 우주를 헤매는 아이들에게현직 교사인 이삼남 시인은 23년의 교직 생활 중 10년을 고3 담임으로 살아왔다. 교실에서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언뜻언뜻 스쳐 가는 아이들 얼굴에서 보이지 않는 표정과 속마음까지 읽어 낼 만큼 다정다감한 선생님이다. 시인은 ‘학교생활 보고서’라는 부제가 달린 1부의 연작 시편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교실의 풍경과 청소년들의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 낸다.
“수능 시간표에 길들(시간표)”여질 만큼 입시 지옥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꿈은 아득하고 현실의 삶은 버겁기만 하다. 책 한 권 읽는 일도 ‘생기부’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스스로 하는 자율 활동도 “늘 타인을 의식하는 자율”이어야 하는 생활 속에서 사춘기 청소년으로서의 “평범한 나”(학교 생활 기록부)는 없다. 늘 “선택과 갈등의 기로”(나)에 서서 헤매는 가운데 “입시라는 괴물이 가리키는/손끝을 향해” 내달리는 “길은 여전히 오리무중”(온라인 클래스 6)이다. 시인은 이렇듯 불안정한 마음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가며 “온 우주를 헤매다 잠든”(울컥, 다가오는 풍경) 아이들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울컥한다.
수시와 정시 사이
내신과 수능 사이
도전과 적정 사이
표준 점수와 백분위 사이
선택과 갈등의 기로에서
나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늘 엄마 아빠가
꿈꾸는 미래에만 있는
나는 내가 아니다
―나 전문
코로나19, 팬데믹 세상에서도 우리는 자란다3부에 실린 연작시 온라인 클래스와 ‘코로나19’라는 부제가 달린 4부의 시편들은 “코로나가 만든/최악의 풍경”(점심시간)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삶을 헤쳐 나가는지 세밀하게 묘사했다. 코로나19로 세상은 엉망이 되었다. 학교도 다를 바 없다. “운동화 끈보다/더 단단히” 서로서로 “경계의 끈”(등교 준비)을 동여매며 ‘거리 두기’를 하고, “아크릴 칸막이 속”에서 “혼밥 아닌 혼밥”(점심시간)을 해야 하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생기를 잃은 교실과 복도에는 정적만 감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떠드는 소리로 어수선하던 ‘소란’이 오히려 그리울 지경이다.
하지만 생기발랄하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아래서도 아이들은 “너의 우주와/나의 우주 사이에서”(꿈을 찾아 헤매다) 꿈을 찾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절망 속에서도 꽃은 피듯이 아이들은 답답한 현실에서도 파릇한 봄날 같은 희망을 북돋우며 살아간다. 컴퓨터 모니터 속, “매직 아이처럼 드러나는” ‘온라인 클래스’라는 “또 하나의 세상”(온라인 클래스 1)에서 길을 찾다가 문득,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걸”(온라인 클래스 5) 새삼 깨닫기도 한다.
세상은 변할 것이다
코로나가 아니라도
학교는 달라져야 한다
주장은 깃발처럼 나부끼지만
세상은 변할 것이다
위기이자 기회이니
교실은 변화해야 한다
구호는 꽃잎처럼 흩날리지만
우리는 확신이 없다
쌍방향으로 출석 체크를 한다고 해서
온라인으로 동영상을 되돌려 보고
스마트폰으로 태블릿 피시로
첨단의 마음가짐으로
책상에 앉는다 해도
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온라인 클래스 6 부분
우리도 뭔가 쨍쨍하게 북돋우고 싶어이 시집의 주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고3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꿈꿀 시간마저 빼앗긴 채 외롭게 살아간다. 시험 보는 날이면 “아무리 좋은 위로의 말도/가시처럼 걸리적거”리고 너나없이 “시험 보는 날 아침엔 입맛을 잃는다”(시험 보는 날). 그렇지만 아이들은 “실타래 같은/삶을 받아들이려면/온전히 끓어올라야”(라면을 끓이며) 한다는 깨달음에 이르러 새싹 같은 풋풋한 마음으로 희망을 키워 나간다.
“새싹 움트는 봄날/우리도 뭔가/쨍쨍하게 북돋우고 싶어/교실에서든/복도에서든/서로에게/하이 파이브를 하기로”(하이 파이브) 하고, 무엇에도 기죽지 말자며 서로 “응원의 눈빛”(모의고사)을 보내는 우정을 나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며 “누군가의 뒤처진 시간을 위해/함께 기다려 주고/함께 고통을 나누”(동행)는 따뜻한 마음을 다져 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
우리들은
무엇에 맞서기 위해
시옷 자처럼
날지는 못하고
피라미드 같은 나날들을
기어오르나
기러기처럼
누군가의 앞에 서서
아픔에 맞서지는 못한 채
뒤에 서서
고통을 나눌 다음 차례를
기다리지도 않은 채
무작정 기어오르기만 하나
가끔은 내 삶을 벗어나
누군가의 뒤처진 시간을 위해
함께 기다려 주고
함께 고통을 나누다
다시 삶으로 돌아올 수는 없는 걸까
―동행 부분
그만할래, ‘나’를 위해 살고 싶어청소년은 “피어나는 꽃망울, 계속 자라는 성장판”이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 숨죽이는 우주 같은 존재”(박종호, 발문)이다. 그런 만큼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지금 있는 자리만 중요한”(계단) 것은 아닐 것이다. “고무줄처럼 늘어난/상상의 끝자락”이 ‘톡’ 끊어지고 “풍선처럼 부푼/망상의 꼭짓점”이 ‘펑’ 터지고 나면 “성적표에 찍힌 숫자만큼이나/또렷한 오늘이 기다리고 있”(성적표 후유증)지만 성적이나 대학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를 찾는 일이다.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 존재인 청소년들은 “늘 엄마 아빠가/꿈꾸는 미래에만 있는/나”(나)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아닌” 온전한 “나를 위해 살고 싶어”(그만할래) 한다. “닳고 닮은”(진로 계획 발표하기) 뻔한 진로 희망 중에서 오롯이 ‘나’만의 길, “신기루 속 오아시스가 아닌/인간의 길에 도달”(진로 희망 찾기)할 때 아이들은 비로소 어른들이 세워 놓은 세상의 잣대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도전
시간 장소 불문
내가 원하는 곳
적정
독립할 수 있는
최적 거리
안정
자유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원서 쓰기 전문
청춘의 꽃망울 속에 피어나는 희망의 언어시인은 이 시집에서 “30년도 더 지난 고등학교 시절”의 ‘나’로 돌아가 “그때의 나와 같은 시절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을 온화한 눈길로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가족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들의 가슴으로 느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느 때보다도 희망의 언어가 필요한 때”에 “여기 담긴 우리들의 이야기가 공감을 넘어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시인의 말)다는 시인의 소망처럼 이 시집은 하루하루가 치열한 입시 경쟁에 더해 팬데믹 상황까지 겹친 “코로나 전쟁터”에서 숨 막히게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속 타고 답답할 때/가슴을 적실 위생병”(등교 준비)과 같은 청량제가 되어 줄 것이다. 더불어 “네가 바라보는/별빛의 길을/잃지만 않으면 돼//어디서든/일어서기만 하면/그곳이 시작이야”(아빠의 편지)라고 속삭이는 시인의 격려는 청소년뿐 아니라 삶이 고달픈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로 다가갈 것이라고 믿는다.
발문시인 이삼남은 몇 단계를 거쳐 드디어 목적지에 닿은 택배 상자처럼 덤덤하고 묵묵하게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왔으니 다 되었다는 표정으로”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며, 때로는 아이들과 벗들을 위해 맞바람을 맞으며 앞서기도 하고 지칠 때는 잠시 물러나기도 하면서. 혹시나 뒤처진 아이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따뜻한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그는 좋은 선생님, 미더운 벗이고, 딸 바보 아빠이며, 마음 따뜻한 시인이다. 그가 너무 악착같이 살지 말고, 여린 마음에 상처를 더 받지 않기를 바란다. 나아가 세상의 다양한 풍경 속에 스스로 또 하나의 풍경이 되어 따뜻한 세상을 그려 내는 시인의 시간을 더 풍성하게 누리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박종호(교사)
새싹 움트는 봄날
우리도 뭔가
쨍쨍하게 북돋우고 싶어
교실에서든
복도에서든
서로에게
하이 파이브를 하기로 했다
쭈뼛쭈뼛
좀체 손을 내밀지 않던 준형이가
수행 평가 발표문 끝에
파란 볼펜으로 쓴 한 줄
결한 하이 파이브가 필요합니다
―「하이 파이브」 전문
네가 바라보는
별빛의 길을
잃지만 않으면 돼
어디서든
일어서기만 하면
그곳이 시작이야
―「아빠의 편지」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삼남
해남에서 태어났으며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목포에서 보냈다. 한 달에 두어 번 집에 가면 습관처럼 거닐곤 했던 바닷가 솔숲의 흔들림과 찰랑이는 파도 소리, 마당 한 귀퉁이에 놓인 아버지의 낡은 자전거와 흙 묻은 채 널브러진 장화 한 켤레, 정류장까지 따라와 뿌연 흙먼지 속에 오래 서 계시던 어머니. 이런 것들이 서툰 시 감성의 씨앗이 아니었나 싶다.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다. 학교는 아이들의 여물지 않은 꿈이 자라는, 꽃망울 속에 담긴 꽃의 시간이라고 믿고 있다. 진심이 통하는 교실, 행복을 나누는 교실에서 내 꿈도 함께 자라기를 소망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1999년『창조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빗물 머금은 잎사귀를 위하여』, 『침묵의 말』 등 두 권의 시집을 냈다.
목차
제1부 학교생활 보고서
급훈
이미지 세탁
운동화
계단
고3 체육 시간
나-학교생활 보고서 1
시간표-학교생활 보고서 2
학교 생활 기록부-학교생활 보고서 3
쉬는 시간-학교생활 보고서 4
오답 정리-학교생활 보고서 5
대청소-학교생활 보고서 6
모의고사-학교생활 보고서 7
구술 면접 연습-학교생활 보고서 8
전설
5교시 문학 시간 1
5교시 문학 시간 2
교실
제2부 이해할 수 없어
짝사랑
처음
서랍 정리
사춘기
쓸쓸한 일
상처받은 일
이해할 수 없어
왼팔
말하지 않아도
엄지척이 이렇게 힘든 줄은
아빠의 편지
뼈 속의 방-왼팔
아빠의 등뼈를 보다
비둘기-일요일 아침
너와 떡볶이
말이 된다
그 어려운 걸
그만할래
어른들은 모른다
제3부 하이 파이브
온라인 클래스 1
온라인 클래스 2
온라인 클래스 3
온라인 클래스 4
온라인 클래스 5
온라인 클래스 6-이렇게 말하면 쓸쓸하긴 하지만
온라인 클래스 7
온라인 학급 게시판
침묵은 똥이다
수행 평가-인생 곡선 그리기
스터디 카페에 가다
착각은 민폐다
성적표 후유증
동아리 활동
시험 보는 날
하이 파이브
동행
제4부 어디까지 왔을까
꿈을 찾아 헤매다
울컥, 다가오는 풍경
진로 계획 발표하기
진로 희망 찾기
금
개학-코로나19 1
점심시간-코로나19 2
온라인 합창제-코로나19 3
등교 준비-코로나19 4
원서 쓰기
선배 방문 특강
부끄러운 일
하늘이 무너지는
기 싸움
책을 읽다가
라면을 끌이며
건의하는 글쓰기
택배 상자
어디까지 왔을까-죽순
발문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