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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멀리 차기
창비교육 | 청소년 |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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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현직 교사로서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 생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하고 불완전한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일상을 생동감 있는 언어로 세밀하게 담아내었다. 재치 있는 표현과 발랄하고 상징적인 묘사에 깃든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시편들이 공감을 자아내며 청소년들의 마음에 진실하게 가닿는다.

이 시집은 ‘2020 원북원부산’ 청소년 부문 최종 후보 도서로 선정되었던 『급식 시간』(소요유, 2019) 이후 2년 만에 새롭게 펴내는 서형오 시인의 두 번째 청소년시집이자 ‘창비청소년시선’의 서른일곱 번째 권이다.

  출판사 리뷰

“더 멀리 날아가려고 길을 닦는 중”
상실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는 희망과 위로의 시

2016년 『문예연구』 가을호에 「가지나물 사발을 들고」 외 3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온 뒤 부산 지역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해 온 서형오 시인의 청소년시집 『신발 멀리 차기』가 ‘창비청소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현직 교사로서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 생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하고 불완전한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일상을 생동감 있는 언어로 세밀하게 담아내었다. 재치 있는 표현과 발랄하고 상징적인 묘사에 깃든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시편들이 공감을 자아내며 청소년들의 마음에 진실하게 가닿는다. 이 시집은 ‘2020 원북원부산’ 청소년 부문 최종 후보 도서로 선정되었던 『급식 시간』(소요유, 2019) 이후 2년 만에 새롭게 펴내는 서형오 시인의 두 번째 청소년시집이자 ‘창비청소년시선’의 서른일곱 번째 권이다.

청소년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따뜻한 손길

오랜 세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해 온 만큼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은 자상하기 그지없다. 시인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무릎을 낮추어 눈높이를 맞추고,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아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보면서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빠짐없이 짚어 낸다. 신발 멀리 차기 놀이를 하다가 문득 별거 중인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서 “아빠의 마음도/별거 중인 엄마한테/깨금발로 뛰어갔으면 좋겠다”(「신발 멀리 차기」)는 아이의 간절한 바람을 새겨듣거나, “암세포들을 데리고/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간 엄마” 생각에 “매일 눈물 밥을 짓는”(「은행」) 아이의 슬픔을 헤아려 본다. 다리를 심하게 떠는 아이에게는 “스스로 터득했다는 비법”(「다리 떠는 버릇」)을 알려 주기도 하고, “시험 때만 되면/가슴이 울렁울렁/한 시간에 한 번꼴로/꼭 지퍼를 내려야 하는”(「시험 증후군」) 아이의 불안한 마음까지 세심하게 읽어 낸다.

1
공부를 끄고
쉬고 싶음!

2
생각을 켜고
살고 싶음!
―「콘센트」 전문(35쪽)

머리털은
꼬박꼬박 잘도 자라는데
공부 실력은
왜 자라지 않는 걸까?
공부 실력도
꼬박꼬박 잘 자라서
덥수룩한 걱정을
시원히 깎았으면 좋겠다
―「미용실에서」 전문(36쪽)

아이들의 속내까지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

이 시집에는 유독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부모가 없거나 엄마 아빠가 별거 중인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외로움을/건너”(「꽃다발」)가며 꿋꿋하게 지낸다.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엄마가 밉기는 해도 “미움의 겉껍질”을 벗겨 내고 “희디흰 그리움”만 간직한 채 애써 마음을 달랜다. “아빠 엄마가/낡은 집 문짝처럼/삐거덕거릴 때마다/나와 동생들은 자꾸 달달거리”(「싸늘한 여름」)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오히려 “흩어진 엄마 아빠 마음을/어떻게 다시 모을 수 있을까?”(「계약금」) 곰곰 궁리해 본다.

멀리 떨어진
신발 한 짝을 주우러
깨금발로 뛰어가면서
생각한다
아빠의 마음도
별거 중인 엄마한테
깨금발로 뛰어갔으면 좋겠다
잠시 높은 곳 먼 데에 갔다가
땅으로 내려온 신발을
찾으러 가듯이
엄마를 만나러 갔으면 좋겠다
―「신발 멀리 차기」 부분(16쪽)

때로는 어려운 집안 형편을 헤아려 스스로 마음을 다독일 줄도 안다. “아빠 일이/뜻대로 되지 않아” 좁은 집으로 이사 와 “형과 한방에서/짬짜면처럼 지내게 되었”지만 “이까짓 추위는/우리가 발산하는 열에/힘을 못 쓸” 것이라면서 “그래도 뭐, 괜찮다”(「이사」)고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무가 자라면/그늘도 넓어지듯이”(「엄마 생각」) 아이들은 그렇게 시련을 이겨 내고 온전히 성장해 나간다.

집 맡겨 빌린 돈
사업하는 친구한테 죄다 떼이고
공사판을 다니는
우리 아빠
낮엔 보험 일
밤엔 고깃집 알바를 하는
우리 엄마
끙끙대는
우리 집
낑낑대는

―「변비」 부분(49쪽)

나무가 자라면 그늘도 넓어지듯이, 더듬더듬 삶을 읽어 가며

청소년이라고 해서 마냥 철부지 어린아이만은 아니다. 가끔은 어른 못지않게 생각이 깊다. 평생 농사를 지어 온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을 보며 “아주 오래 쓴 연필”(「손 연필」)이라는 생각에 닿기도 하고, “우리는 거울 속에 비친/잘난 얼굴만 봐서는 안 되고/육안으로 자기 몸을/구석구석 살펴야 한다는 것”(「다리 떠는 버릇」)을 알아채기도 한다. 또 부모님의 욕심에 눌리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바를 “움츠리지 않고”(「그림자」) 당당히 말할 용기를 내 보기도 한다. 심지어 “내가 꼭두새벽까지/웹툰이며 유튜브를 보고/학교에 와서는 졸면서/허투루 보내는 하루가/하루살이에게는/백 년의 시간”(「하루살이」)이라는 자못 놀라운 깨달음에 이르기도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은
아주 오래 쓴 연필
논밭이라는 종이에
평생 곡식을 기르는
한 가지 일로
이력서를 쓰느라
뭉툭하게 닳고 갈라진 것
―「손 연필」 전문(45쪽)

그런가 하면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사라져 가는 빙하를 애도하는 ‘빙하 장례식’에 관한 신문 기사를 보면서 “지구의 체온”과 “늘어난 이산화 탄소”와 “뒤죽박죽인 기후”(「빙하 장례식」)를 생각하며 기후 위기를 고민하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이렇듯 아이들의 관심은 비단 학교생활이나 가족에 그치지 않고 사회 문제로까지 퍼져 나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그렇게 청소년들은 “일제히 노를 저어서/허공을 밀고 나가”(「새」)며 “오늘도 더듬더듬/삶을 읽는다”(「어떤 수업」).

나는
공장에서 태어나
방방곡곡에서
가벼이 소용되다가
버려지면 그때
북태평양의 섬으로 가서
앨버트로스의 배 속에 누워
둥둥 둥둥
유유자적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불로장생할 것이다
―「플라스틱」 전문(75쪽)

어른이 되어도 시를 읽는 세상

서형오 시인은 고등학교에서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시를 읽는 습관을 들여 주고 싶은 마음이 남다를 만하다. 시인은 “해마다 수업 시간에 읽을 시 일 년 치를 한 번에 인쇄하여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시인의 말) 함께 시를 읽는다고 한다. 아마 시인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겠지만, 「비린내 현상」에 등장하는 선생님처럼 수업 시간마다 아이들과 함께 시를 읽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간다. 시인의 바람대로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도/시를 읽게”(「비린내 현상」) 된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 믿는다.

여러분!
비린내 현상 알아요?
생선 가게에 오래 머물면
옷에 비린내가 배죠
수업 시간마다
이렇게 시를 구경하면
시에서 나는 향기가 생각에 배어
어른이 되어도
시를 읽게 되죠

우리는 안다
선생님 고집을
물로 가신다 해도
굳게 버틸 비린내를
―「비린내 현상」 부분(28-29쪽)




중학교 다닐 때까지
축구를 하던 형은
운동이 적성이 안 맞아
진로를 바꾸는 바람에
나도 아는 문제를 못 풀 때가 있다

그래도 형은
뭐, 괜찮단다
좀 돌아서 가면 된단다
바람을 가득 넣은 공처럼
더 멀리 날아가려고
길을 닦는 중이란다
―「닮은꼴」 부분

그러나 오늘은 내가
꽃을 받는 날
넓은 운동장 앞에 이르렀을 때
나에게 말을 건넵니다
졸업 축하해!
너는 외로움을
건너갈 수 있어!
그러고는 문장 끝에
마침표를 찍듯
셀카를 찍습니다
―「꽃다발」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서형오
경남 하동군 금남면 대치리 진구지라는 바닷가 마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어른들이 쓰던 욕설에 관심이 많았고, 좋아하는 누나가 국어 국문학과를 다닌 것이 동기가 되어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했습니다. ‘귀성’이라는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시 쓰는 일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습니다.2016년 『문예연구』 가을호에 「가지나물 사발을 들고」 외 3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고, 3인 시집 『낙하산을 펴다』와 청소년 시집 『급식 시간』을 냈습니다. 부대문학상, 문예연구 신인상, 전국계간문예지 작품상을 받았고, ‘제1회 전국 예쁜 손글씨’ 공모전에서 최우수상(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았습니다. 부산 성모여고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면서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시를 읽고, 짬이 날 때에는 지은 시를 널빤지 등에 옮기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목차

제1부 비빔밥 잔치
우리들의 착한 식단
글짓기
다리 떠는 버릇
운동장에서
신발 멀리 차기
은행
신발
시험 증후군
도끼로 연필 깎기
하루살이
비린내 현상
그림자
별별 별
비빔밥 잔치
손톱
콘센트
미용실에서
요산 문학관에서
꽃다발

제2부 싸움과 싸움

심부름

손 연필
코로나에게
안전거리
싸움과 싸움
변비
아빠 구두
짭짤한 말맛
계약금
설거지하는 아빠
이사
바지 주머니
김해 고모
할머니
허리띠
싸늘한 여름
어떤 계산법
아빠의 폐
닮은꼴
새벽

제3부 빙하 장례식


그리움
태풍
플라스틱
나뭇잎
용수철
돌부리의 시
문자 메시지
새끼 고양이에 대한 예의
단발령
빙하 장례식
아파트
꽃을 사는 일
거미의 오해
역원근법
묵언 수행을 하라고요?
엄마 생각
멸치볶음
어떤 수업

해설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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