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제1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손현주의 신작!
“청소년들은 온전히 자신만의 꿈을 꾸고 있는가?”
타인의 꿈을 짊어진 ‘가짜 모범생’들에게
“나는 모범생의 삶을 끝내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오롯이 나로 살아가려는 청소년들을 위하여제1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불량 가족 레시피』의 손현주 작가가 부모의 기대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가짜 모범생』을 출간했다.
『가짜 모범생』은 전교 1등 영재 코스만 밟아오던 쌍둥이 형이 목숨을 끊은 뒤, 엄마의 집착이 동생 선휘에게 옮겨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선휘는 저희 쌍둥이가 분노 조절 장애나 우울증을 겪더라도 1등이라는 ‘완벽함’만 유지할 수 있다면 신경 쓰지 않는 엄마의 비뚤어진 관심 아래에서 숨 막히는 하루를 버티며 자신도 ‘형처럼 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소설 속 선휘는 끊임없이 말한다. “나는 형처럼 되고 싶지 않아.” 살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그 한마디는 지금도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꿈보다 학벌이 중요시되는 사회에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과연 지금의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자신만의 꿈’을 꿀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너를 위해서’라는 말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교육 학대사람은 태어나면서 자신만의 수레를 짊어지게 된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수레를 이끌고 살아가지만, 어느 부모는 자식의 수레에 올라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탓에 청소년들은 오롯이 자신만의 꿈을 꾸지 못하고, 때론 부모의 꿈을 자신의 꿈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청소년의 꿈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는 이유다.
손현주 작가는 이를 ‘너를 위해서’라는 허울 좋은 말과 사랑, 교육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휘두르는 ‘교육 학대’라고 지적한다. 모든 아이들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모범생’이 되라는 보이지 않는 강요가 평생 아이의 재능을 매몰시킨다.
사람들은 ‘교육 학대’에 무감각합니다. 학교 성적으로 서열을 매기는 사회가 아닌 자신의 재능으로 박수갈채를 받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창작 노트에서
청소년들이 학교 성적이나 부모의 기대, 타인의 시선 따위에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갈 때, 꿈꾸는 방법조차 모르는 ‘가짜 모범생’이 사라질 것이다. 여전히 부모의 꿈을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는 아이들, ‘완벽함’이라는 허상에 속아 진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가짜 모범생』은 가려진 눈을 뜨고 꿈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병원 밖으로 나오자마자 편의점부터 찾았다. 길 건너에 편의점이 보였다. 신호등도 무시하고 길을 건넜다. 목이 탔다. 갑자기 자동차 경적이 크게 울렸다. 길을 걷는 동안 편의점만 오롯이 떠올리다 보니 도로 위의 차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나는 고갯짓을 하며 후다닥 편의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음료 냉장고가 편의점 안쪽에 깊이 들어가 있었다. 냉장고 앞으로 다가가 닥치는 대로 빠르게 콜라 캔을 몇 개 집었다. 계산도 하기 전에 먼저 콜라 캔을 하나 따서 마셨다. 톡 쏘는 콜라가 목울대를 지나자 가슴에서 불이 날 것 같은 더운 기운이 가라앉았다. 편의점에서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콜라 중독자다. 언제 어디서나 내 손에는 콜라가 들려 있다. 콜라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하루에 1.5리터짜리 콜라를 세 병까지 마실 때도 있다. 콜라가 눈앞에 없으면 불안해 손이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언제부터 콜라에 중독된 것인지 나도 모른다. 엄마는 콜라 성분에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물질이 있다고 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는다. 콜라를 먹어서 죽나 스트레스로 죽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형이 두 번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3분 먼저 태어난 쌍둥이 형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어쩌면 못된 상상이어야 했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리고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 밖으로 뛰쳐나간 후에야 전화할 수 있었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온 엄마의 첫마디는 이랬다.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니? 선휘야…….”
엄마는 바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방바닥에 손을 짚으며 주저앉았다. 119 구급차가 오고 의료인이 구급처치를 했지만 형은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
“네가 왜 죽어야 하는 거니? 왜!”라며 질러대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그날 분명히 두 눈으로 생지옥을 보았다. 의식불명이었던 형은 그렇게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우린 새로 맞이할 열일곱 살을 며칠 남기지 못한 채 각자 다른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