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낮은산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 시리즈 2권. <달의 방>, <별과 고양이와 우리>, <너의 세계> 등의 작품을 통해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청소년의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 온 최양선 작가의 단편 소설이다. 재건축으로 철거를 앞둔 오래 된 아파트에서 낯선 아이와의 신비로운 만남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변화와 무관하게 떠나지 못하는 존재들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보여 준다.
출판사 리뷰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 시리즈
짧은 소설을 천천히 읽는다
나와 세상을 새롭게 만난다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은 짧은 소설 한 편을 그림과 함께 천천히 읽으며 이야기의 재미를 오롯이 느껴 보는 낮은산의 새로운 문학 시리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최양선 작가의 단편 소설 『그 애 집은 어디일까』다.
30년 된 주공 아파트에서 태어나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 살아온 소이는 아기 때부터 친구인 경우와 모든 일을 함께해 왔다. 매일 학교에 가고 옆 동네에 있는 학원을 다니고 아침마다 아파트 고양이들을 돌보는 소소하고도 평범한 나날이었다. 그중에서도 색과 무늬로 구별되는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날마다 사료와 물을 주며 지켜보는 일은 소이와 경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상이었다.
우리는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검은 고양이는 간장이, 갈색 무늬가 많은 고양이는 쌈장이, 쌈장이보다 갈색 무늬가 적은 고양이는 된장이. 줄무늬가 노란 고양이는 두 마리였는데 색이 진한 정도에 따라 각각 참기름이, 들기름이로 불렀다. - 22쪽
소이와 경우가 함께했던 일상은 아파트 때문에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재건축이 결정되고 아파트는 철거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경우네 집도 이사를 가자 소이는 경우가 없는 빈 시간이 막막하기만 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아파트 단지에 존재하는 이야기들
경우랑 늘 함께였던 공터에 혼자 갔던 어느 날 밤, 소이는 그곳에서 낯선 남자아이를 만난다. 그 애와 소이는 인사를 하고, 어색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 애는 소이가 몰랐던 아파트 단지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소이가 본 적 없는 하얀 고양이, 벽에 간지러운 낙서를 남긴 연인들, 헌 옷 수거함에서 옷을 가져다 리폼해 입는 오빠, 그리고 밤이면 앞뜰에 물건을 가져다 묻는 할머니까지……. 오래 된 아파트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살아 있다.
아파트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흔하고 익숙한 공간이지만, 그 커다랗고 높은 건물 칸칸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건 종종 잊어버린다.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비롯해 다른 생명들도 살고 있다는 것은 더 자주 잊어버린다. 낯선 아이는 그곳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고양이에 대해 알려 준다.
아파트가 철거되면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아파트 철거하기 전에 고양이들도 떠나야 할 텐데.”
그 애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고양이들은 자기들이 살던 곳을 벗어나지 않아.” - 56쪽
마지막으로 소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그 애가 궁금하지만, 소이는 그 애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쓸쓸한 시간을 함께해 준 그 애는 누구일까. 그 애 집은 어디일까.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아파트는 누군가 태어나고 자라고 함께 웃고 울었던 기억이 깃든 공간이다. ‘그 애’를 만나 함께한 시간은 소이에게 ‘아파트’가 단지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수많은 추억이 숨 쉬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곳은 누군가 애쓰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었다는 걸, 세상의 변화와 무관하게 떠나지 못하는 존재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최양선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로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도에 없는 마을』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세대주 오영선』『너의 세계』『밤을 건너는 소년』『별과 고양이와 우리』『달의 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