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1년 마우둔 문학상 수상작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이탈리아 노니노 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
중국 대륙 최초의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모옌의 최신작
중국 대륙 최초의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모옌의 신작 『개구리』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모옌은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공상을 수상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이며, 최근에는 만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우리에게 친근한 이름이다. 등단 이후 그는 줄곧 고향인 산둥 성 가오미 현 둥베이 향을 주요 무대로 소설을 창작하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거센 역사의 파고 속에서도 원시적 생명력을 잃지 않는 중국 민중의 삶에 천착해 왔다.\'홍까오량 가족\',\'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풍유비둔\',\'사십일포\',\'인생은 고달파\' 등 장편소설만 10여 편 넘게 발표하며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고,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이탈리아 노니노 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 홍콩 홍루몽 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그의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모옌을 가리켜 “중국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실력 있는 후보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구리』는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인간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1년 마우둔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마오둔 문학상은 4년에 한 번 시상하며, 루쉰 문학상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이다. 『개구리』는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의 실무자로서 농촌 마을을 돌아다니며 임신부를 납치해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해야 했던 한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모옌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부작용과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이 문제에 최초로 문제 제기를 했고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인에게 가장 민감한 주제를 다룬 대담한 소설”이라고 평했고, 중국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주간지로서 2009년 오바마 방중 당시 유일하게 인터뷰한 매체인 《남방주말》은 이 책이 “넓고 깊은 감성으로 역사가 수많은 이들에게 입힌 아픈 상처를 품어 주고 있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출판사 리뷰
중국 역사상 가장 첨예한 문제 ‘계획생육’이 불러온 비극을 최초로 파헤친 문제작
―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
모옌은 『개구리』에서 중국 최초로 ‘계획생육’을 정면으로 다뤄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계획생육’은 중국이 인구 억제를 위해 실시하는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으로, 본격적으로 실행된 1971년부터 지금까지도 수많은 중국인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고 있다. 1949년 신중국 무렵 5억 4천 100만여 명이던 인구가 1969년 8억을 넘어서자, 초조해진 중국 정부는 “핏물이 강을 이룰지라도 초과 출산은 허락할 수 없다”와 같은 과격한 구호와 함께 지방 관리들에게 무조건 ‘생육지표’를 끌어내리라고 몰아붙였고, 이에 강제집행에 따른 부작용이 중국 곳곳에서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나간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비극이다. 산둥 성 정부의 폭력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비판하다 4년 3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던 인권 변호사 천광청이 지난 4월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6월에는 중국 산시 성에서 계획생육을 위반하고 둘째를 가진 7개월 임신부를 강제로 낙태한 사실이 인터넷에 공개돼 비난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모옌 소설의 불변하는 주제는 ‘인성’이다. 그는 한국어 판 서문에서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을 쓰는 것”이며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의 고모를 소설의 주인공인 산부인과 의사 완신의 모델로 삼았는데, 그녀는 가오미 둥베이 향에서 50년 넘게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하면서 계획생육 정책에 따라 수많은 임신중절수술을 해야 했던 역사의 산증인이다. ‘계획생육’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모옌의 관심은 역사적 풍랑에 휘말린 인간이며, 이렇듯 자신이 지켜봐 온 인물들을 소설화하여 보다 생생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모옌은 ‘계획생육’이라는 주제 아래 사람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묘사하면서 폭력적 인구 정책이 몰고 온 여러 가지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어, 인물들 간의 갈등을 세세히 그리고 있다.
고모 때문에 아내를 잃은 커더우는 고모를 원망하지 못한다. 일차적인 책임은 아들을 낳아 입지를 굳힐 욕심에 불법으로 루프를 빼는 시술을 받고 남편을 속여 임신한 아내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커더우는 군관을 그만두고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까지 하고도 고모의 명령에 말대답 한번 제대로 못 하다가 아이를 없애면 부대대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회유에 넘어간 자신의 나약함을 부끄러워한다. 고모 역시 계획생육 실무자로서 상부의 압박에 시달리고 산모 가족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는다.
스기타니 요시토가 중일 전쟁 당시 고모 가족을 납치했던 일본군 사령관의 아들임을 알게 되었을 때도 커더우는 고모를 떠올리며 화를 내지 못한다. “아버님 역시 피해자”이며 “전쟁이 (중략) 사람의 목숨을 구할 의사를 사람을 죽이는 군인으로 내몬 것이지요.”라고 회신할 뿐이다.(138쪽)
아이가 없어 고심하던 커더우는 대리모를 써서 아들을 얻으려 한다. 그런데 대리모가 왕단이 복숭아 운반 뗏목에서 낳은 딸 천메이임이 밝혀진다. 화재로 온몸에 화상을 입어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인데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를 당하자 병원비를 벌려고 대리모로 나선 것이다. 커더우는 고민 끝에 결국 아이를 낙태하지 않고 낳기로 한다.
출산 후 애끊는 모정에 실성한 천메이가 아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지만, 커더우는 미친 여자에게 아이를 줄 수 없다며 거절한다. 계획생육 정책 때문에 아내와 배 속 아이를 잃은 피해자였던 커더우가 천메이와 자기 아들의 인권을 짓밟는 가해자로 돌변한 것이다. 분쟁이 커지자 고모는 거짓 증언으로 커더우가 아이 친권을 인정받게 돕는다. 자신이 낙태 수술한 아이들과 수술 도중 사망한 여인들, 그리고 천메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고모는 스스로 검은색 밧줄에 목을 매달지만 커더우에 의해 구조된다. 이렇게 해서 아무도 계획생육에 대해서도, 대리모에 대해서도 끝내 비난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손에 피를 묻혀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가슴 아픈 현실, 그리고 참회가 있을 뿐이다.
작품의 제목 『개구리』는 작가의 고향인 중국 가오미 둥베이 향의 토템으로, 강력한 생식력 덕분에 다산의 상징으로 꼽히며 설날에 붙이는 민화에 단골로 등장한다. 또한 ‘개구리(蛙)’는 갓난아기를 뜻하는 와(娃)와 동음어이며, 중국 신화에서 인간을 창조한 것으로 알려진 여신 여와(女?)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가는 ‘개구리’를 통해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여성의 출산조차 법으로 옭아매려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 숨 쉬는 민중의 생명력을 찬미한다.
사실 개구리가 뭐 무서워요? 사람과 개구리는 조상이 같잖아요. 올챙이랑 사람 정자랑 모습도 비슷하고, 사람 난자랑 개구리 난자도 별반 차이 없어요. 그리고 당신 3개월 된 태아 표본 본 적 있어요? 긴 꼬리를 늘어뜨린 모습이 변태기 개구리의 모습과 거의 똑같다고요. (중략) 왜 ‘개구리 와(蛙)’하고 ‘인형 와(娃)’하고 발음이 같은지 알아요? 왜 엄마 배 속에서 아기가 처음 나왔을 때 우는 소리하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비슷한지 알아요? 왜 우리 둥베이 향 점토인형 가운데 많은 수가 개구리 한 마리를 안고 있는지 아냐고요! 왜 인류의 시조를 여와(女?)라고 할까요? 발음이 같은 걸 보면 인류의 시조가 바로 커다란 암컷 개구리였을 거예요. 인류가 개구리에서 진화했을 거라고요. 유인원에서 진화했다고 말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본문, 321~322쪽)
소설과 편지, 연극이 어우러진 소설
『개구리』는 형식적으로는 자전적 1인칭 소설이되 실제 주인공은 고모이며, 소설이긴 하되 커더우가 수신자인 스기타니 요시토에게 보내는 다섯 통의 장문 편지다. 또한 마지막 다섯 번째 편지에는 9막짜리 극본이 붙어 있다.
형식상 편지글이 분명하지만, 내용은 소설처럼 읽히고, 어찌 보면 소설인데 작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분명 서신체이다. 편지라면 당연히 발신자와 수신자가 있을 것인데, 발신자는 작가 자신이라고 해도 수신자로 적혀 있는 스기야 요시히토가 과연 누구인지 정확하지 않다. 작가가 서문에서 오에 겐자부로를 언급하였으니, 수신자가 바로 그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모옌은 부정하고 있다.
편지에서 커더우는 고모의 일생을 주제로 극본을 쓰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극본에는 고모 이야기 대신 전체 소설의 결말이 들어가 있다. 이처럼 새로운 형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작가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소설 구성에서 서신체와 연극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했다. (중략) 동시에 허구와 진실이 번갈아 등장하는 방식과 ‘연극 속에 연극이 있는’ 일종의 소격효과는 소설의 서사 공간을 크게 확대시켜, 소설을 더욱 풍부하고 다의적으로 만들 것이다.”(옮긴이의 말, 536쪽)
작가 소개
저자 : 모옌
쟝이모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소설 『홍까오량 가족』의 작가. 그는 산둥성(山東省) 까오미(高密) 따란향(大欄鄕) 핑안춘(平安村)의 빈한한 가정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관모예(管謨業)이나, 글로만 뜻을 표할 뿐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모옌(莫言)\'이란 필명을 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문화대혁명이 일어나자 학업을 포기하고 수년 간 농촌 생활을 하다가 소학교를 중퇴한 뒤 18세 되던 해 면화 가공 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했다. 1976년 20세 나이로 고향을 떠나 중국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문학에 눈을 돌려 1978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해방군 예술학원에 입학, 1986년에 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베이징 사범대학과 루쉰 문학창작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81년부터 창작 활동을 시작하여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소속 1급 작가로 일하다가 1997년 사직하고, \'검찰일보\'에 재직하면서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1981년 격월간지 『연지(蓮池)』에 단편소설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春夜雨)」를 발표한 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며, 1984년 발표한 「황금색 홍당무(金色的紅蘿蔔)」(1985년 「투명한 홍당무(透明的紅蘿蔔)」로 개작)가 좋은 평가를 얻게 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1987년 대표적인 장편소설 『홍까오량 가족』을 발표해 반향을 일으켰고, 그 작품의 일부를 쟝이모 감독이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제작해 1988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이는 모옌의 작품이 전세계 20여 개국으로 번역 출간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장편소설 『티엔탕 마늘종 노래(天堂蒜S之歌)』(1988), 『열세 걸음(十三步)』, 『술의 나라(酒國)』(1993), 『풀을 먹는 가족(食草家族)』(1993), 『풍유비둔(豊乳肥臀)』(1995), 『탄샹싱(檀香刑)』(2001), 『사십일포』(2003), 『생사피로(生死疲勞)』(2006) 등을 발표하였고, 「환락」, 「생화를 품은 여인」, 「폭발」,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등의 중편소설과 「그네 틀의 흰둥이」, 「메마른 강」, 「엄지수갑」, 「눈얼음 미녀」등의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 중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는 장이모 감독에 의해 영화 \'행복한 날들(幸福時光, Happy Time, 2000)\'로 제작된 바 있다.
『풍유비둔』은 그의 창작상 최고조에 오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1,2』는 1980년대 중국의 개혁 · 개방의 전성기를 배경으로 농촌 마을과 관료 사회의 부패 양상을 탁월한 주제의식과 기교로 그려낸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희곡과 텔레비전 드라마 극본을 썼는데, 1997년 창작한 희곡 「패왕별희(覇王別姬)」는 무대에 올려져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두 달간 연속 공연되면서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1993년에 출간된 『술의 나라』는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에 소개되어 큰 호평을 받았고, 그는 데뷔 후 중국 최고의 문학상인 따자(大家)문학상을 비롯, 프랑스 루얼 파타이아 문학상, 이탈리아 노니로 문학상,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상, 홍콩 아시아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모옌은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중국의 첫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영예까지 얻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모옌이 현실과 환상을 역사적, 사회적 관점에서 절묘하게 융합한 문학 세계를 창조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의 고향인 산동성 까오미현 둥베이(東北)를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2002년 10월부터는 고향의 산둥 대학에 재직하고 있다.
역자 : 심규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중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양주대학교 방문학자로 한국어과 외국인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제주산업정보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육조 삼가 창작론 연구』, 『연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사』, 『한자로 세상읽기』 등이 있으며,『중국 사상사』,『백가쟁명』, 위치우위의『천년의 정원』,『중국문화답사기』,『유럽문화기행』, 등 수많은 번역서를 펴냈다.
역자 : 유소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다. 중국 양주대학교 한국어과 외국인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제주대학교 통역대학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위치우위의 『중국문화답사기』,『유럽문화기행』를 비롯하여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마교 사전』등 여러 분야의 책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