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청 작가의 첫 소설집 <럭키, 스트라이크>가 '푸른사상 소설선 42'로 출간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8편의 단편에는 강박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 문제적 아동, 점성술사 등 심상치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덤덤한 표정 아래 숨겨진 인물들의 상처와 결핍을 들여다봄으로써 현대인들의 모습을 독특하고 신선하게 포착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이청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럭키, 스트라이크』에는 강박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 문제적 아동, 점성술사, 트랜스젠더 등 낯설고도 심상치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데 서툴러 보이지만, 작가의 문장은 덤덤한 표정 아래 숨겨진 인물들의 상처와 결핍을 포착하며 현대인의 일그러진 초상을 독특하게 펼쳐내 보여준다.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단:추」는 상호는 ‘단추, 카페’이지만 단추도, 음료도 팔지 않는 단추 공방을 운영하는 주인공 ‘단추’의 독특한 소통 방식이 흥미를 끈다. 「칠교」의 주인공은 아내가 실종된 후 익명의 발신자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를 근거로 죽은 아내의 신체 부위를 하나하나 찾아가야 한다. 「투명한 숨바꼭질」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렸던 일 때문에 죄책감으로 고통받던 한 여자가 아이에게 집착하는 강박적 행동을 보여준다.
표제작인 「럭키, 스트라이크」의 주인공 A는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건조한 직업 의식으로 복지 업무를 수행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던 중 럭키라는 일곱 살짜리 아이를 만난다. 어머니는 가출했고 아버지 역시 돈 떨어지면 찾아오는 전과자라, 폐지를 주우며 사는 할머니 밑에서 불우하게 자란 럭키는 서슴없이 할머니에게 욕설을 내뱉고 일탈과 방황을 일삼는 아이다. 럭키는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고급 아파트와 가난한 동네가 마주하고 있는 대조된 환경과 가난한 이웃을 업신여기는 부유층을 향한 적대감 속에서 살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에 볼이 들어가야 제대로 칠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만 때로는 “스트라이크 존이 너무 좁고 가파”른 인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젠가 홈런을 치게 될 미래의 럭키를 기대하게 된다.

어린 시절 그녀는 친구들에게 손바닥의 두꺼운 피부를 옷감 삼아 바늘로 땀을 떠 보여주기를 좋아했다. 손바닥의 두꺼운 피부는 바늘을 아무리 찔러 넣어도 아프지 않았다. 피도 나지 않았다. 친구들은 그녀의 놀이를 보며 징그럽다고도 했고. 신기하다고도 했다. 바늘과 실로 몸의 일부에 모양을 내는 것. 그것은 그녀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녀 자신은 그 행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바늘에 가는 실을 꿰어 손바닥에 세모나 네모, 별 모양의 무늬를 만들어내면 그녀 자신이 왠지 멋있어지는 것 같았다. 때때로 그녀는 허벅지나 배에도 살금살금 바늘땀을 떠보았다. 자신의 몸을 천 삼아 단추를 붙이고 수를 놓는 것이 재미있기만 했다. 그것도 시시하면 손가락 마디 끝에 바늘을 고정시켜 붙이고 자신의 몸을 긁었다. 짜릿한 쾌감. 상처는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냈다. (「단:추」)
그는 여전히 누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문자 메시지를 받고, 그 뒤엔 보관함을 뒤졌다. 처음으로 아내의 몸을 발견한 건 서울 시내 병원 장례식장에서였다. 보관함 속 네모난 상자에 담긴 건 아내의 오른손이었다. 반지 자국이 동그랗고 하얗게 남아 있는 생경한 손. 무슨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손의 색깔이 푸르거나 검게 변하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의 손처럼 보였다. 그런 아내의 손을 마주한 그는 반가움보다 무서운 감정이 앞섰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그 속도로 멀리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달리고 달리다 멈추면, 아내가 사라지기 전의 멀쩡한 일상으로 돌아가 있는 불가능한 일이 제발 일어났으면 싶었다. (「칠교」)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청
고려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순천향대학교 교양학부에서 가르치고 있다.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영화관에 들어서다』(공저), 『파르마콘, 몸의 소설』 등을 썼다. 2016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설을 쓰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about blank
단:추
ॐ
칠교
투명한 숨바꼭질
G
자주 엘 구피
럭키, 스트라이크
작품 해설:당신의 거울은? _ 정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