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세계의 모래가 고갈되고 있다
세계의 모래가 고갈되고 있다. 거대화되어 가는 도시가 탐욕스럽게 모래를 빨아들이고, 인류가 지구 생태용량을 초과할 정도로 골재, 실리콘칩, 유리, 인터넷 광케이블 등을 무분별하게 소비하면서 현대 문명의 원천인 모래가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는 모래 없이 살 수 없다. 공기나 물이면 모를까, 모래 없이 살 수 없다니 납득되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래가 만든 문명의 흔적이 도처에 있다. 우리가 들어와 있는 건물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는데, 콘크리트의 70퍼센트가 모래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도, PC에도, 다른 전자제품에도 반도체가 들어 있다. 반도체의 주원료인 실리콘은 모래에서 추출한 것이다. 안경, 물컵, 창문의 유리, 치약 연마제 수화실리카도 모래로 만든 것이다. 모래는 이렇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가 누리는 현대 문명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모래는 화석 연료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추출되고 있는 자원이다. 문명은 모래로 진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 확장 등으로 세계에서 매년 채굴되는 500억 톤의 모래로 높이 5미터, 폭 1미터의 벽을 쌓는다면 지구를 125바퀴나 감는 벽을 만들 수 있다. “해변의 모래는 얼마나 많으냐”라는 오랜 의문이 무색하게도 모래는 무한정 있는 자원이 아니다.
전 지구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중국과 중동 등에 300미터가 넘는 고층 빌딩이 수백 채 들어섰다. 사막의 모래는 그 성질 때문에 콘크리트에 쓸 수 없다. 두바이의 초근대적 도시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모래를 대량으로 수입해서 건설됐다.
‘모래 코먼스의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코먼스는 중요한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애초에 모래는 주인이 없는 것이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동의 자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래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코먼스의 비극’이 빚어지고 있다.
식량난 겪는 북한, 모래까지 중국으로 수출
그 수많은 모래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저자는 모래를 고갈시킨 주요 원인이 급격한 도시화라고 본다. 1950년에는 세계의 도시화율은 30퍼센트였다. 하지만 2018년 도시의 비율은 55퍼센트로 늘어났고, 2050년에는 전 세계의 68퍼센트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지않아 전 세계 인구의 70퍼센트가 도시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도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들이 생활하고 활동하는 건물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470억 톤에서 590억 톤의 모래가 채굴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소비량은 전 세계의 강들이 1년간 운반하는 토사량의 두 배나 된다. 자연이 공급하는 양 이상으로 모래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할 것 같았던 모래도 결국에는 고갈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모래 거래의 총량은 지난 25년 사이 6배로 급증했다. 고갈되어 가는 모래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모래를 놓고 나라와 나라가, 개인과 개인이 쟁탈전을 벌인다. 자국의 모래가 수출되지 못하게 막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모래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흉악범도 있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래 쟁탈전을 들여다본다. 중국은 자국 내 모래가 부족해지자 대만과 북한의 모래까지 노리고 있다. 식량난을 겪는 북한이 석탄 철광석 등의 지하자원에 이어 서해안의 모래까지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충격적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선진국방연구센터가 공개한 위성사진에는 북한 해주시 항구에서 중국 깃발을 단 배 279척이 모래를 담고 있는 현장이 찍혀 있었다. 이렇듯 모래로 인한 치열한 전쟁에서 우리도 벗어날 수 없다. 싱가포르는 모래로 국토를 매립해 이전 면적의 25%에 달하는 면적을 늘렸다. 그렇게 인공적으로 국토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모래를 수입하고 소비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싱가포르에 모래를 수출해 온 국가들의 정부들은 모래 고갈 문제가 심각해지자 싱가포르에 대한 모래 수출을 제한하고 금지했다. 이렇게 자원 고갈로 모래 수출을 금지하는 나라가 급증하면서 모래는 글로벌 희소 상품이 되었다.
모래 마피아는 살인까지 불사하며 모래 고갈시켜
모래를 불법으로 채굴해 매매하는 나라는 70개국에 이른다. 모래를 불법 거래하는 모래 마피아들은 채굴을 반대하는 활동가나 저널리스트들, 단속하는 경찰들을 살해하기까지 한다. 지난 10년 새 수백 명이 살해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 흔한, 아니 흔하다고 생각했던 모래 때문에 전 세계 곳곳에서 피 튀기는 전쟁이 일어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렇게 모래 자원 위기는 심각하고 전 세계에 걸쳐 격렬한 모래 쟁탈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거래를 규제할 국제 조약조차 없다.
일본의 환경 저널리스트 이시 히로유키는 이 책 『모래 전쟁』에서 우리가 몰랐던 모래의 진실을 파헤쳐 간다. 저자는 『아사히신문』에서 30여 년 동안 환경 전문 기자로 활동해 왔다. 그는 세계 곳곳의 환경 문제를 취재하며 세상에 환경 문제를 알렸고, UN이 환경을 살리는 데 공헌한 개인과 단체에게 주는 상 ‘글로벌 500’을 수상했다. 그런 그도 2013년 NHK에서 방영된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모래 전쟁>을 보고 나서야 모래를 둘러싼 현실을 알게 되었다. 3년 뒤인 2016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저널리스트 빈스 베이저의 칼럼도 그에게 충격을 주었다. 2005년 이후 모래 채굴로 인도네시아에서 작은 섬이 두 다스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모래를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고, 모래 문제를 다룬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모래가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진다
망가진 모래사장, 파괴된 습지···
모래로 쌓아 올린 바벨탑이 위기에 놓였다
인간이 모래 쟁탈전을 벌이는 사이, 모래 고갈로 직접 타격을 입는 것은 자연 속 생물이다. 저자는 모래 고갈로 생물들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를 입체적으로 조사했다. 중국의 중요 철새 도래지인 포양호 주위의 습지가 사라지면서, 철새들은 보금자리를 잃었다. 모래 채굴선이 소음을 내는 데다 모래를 캐내면서 퇴적물이 물속에서 떠올라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물속의 생물들은 모래가 채굴되면서 떠오른 퇴적물들 때문에 숨을 쉴 수도 없다. 모래사장이 사라지면서 바다거북이 산란할 곳도 사라졌다. 세계에 4종밖에 없는 담수산 돌고래 중 한 종인 양쯔강돌고래는 지금 멸종 위기에 놓였다. 양쯔강돌고래의 개체 수가 감소한 원인 중 하나는 모래 채굴이다. 세계 곳곳의 어류, 갑각류도 줄어들고 있다.
과도한 모래 채굴로 환경이 파괴되면 인간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이 책은 분명히 보여준다. 모래로 쌓아 올린 바벨탑이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개발 세력들은 쓰나미와 높은 파도와 홍수의 무서움을 목청껏 경고하면서 해안을 테트라포드, 방파제, 돌제 등 인공 구조물로 완전히 망가뜨렸다. 해안이 망가지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극심해졌다. 모래 채굴이 2004년 스리랑카에서 일어난 쓰나미 피해를 악화시켰다는 국제단체의 보고서도 있다. 인도네시아 파리섬에서는 모래사장이 사라지자 그 주변에 살고 있던 어류들도 자취를 감췄다. 인도네시아의 인공 섬 건설을 위해 상카란 제도 부근의 해저에서 모래를 채굴하자 제도 주변의 어획량이 3분의 2로 격감했다. 이에 어장을 잃은 어부들이 모래 준설선을 빼앗는 등 저항을 벌였다. 가난한 지역 국가들이 모래로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감비아에서는 모래를 지나치게 많이 채굴한 나머지 강바닥이 낮아져, 만조일 때 바닷물이 역류해 경작지까지 흘러들어온다. 피해를 입는 것은 평범한 농민들이다. 다리 주변의 모래를 채취하는 바람에 교각이 노출되어 다리가 붕괴되고 사람들이 죽는 사건도 일어났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저지른 일이 인간에게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다.
저자는 모래뿐만 아니라 다른 자연 자원들의 상황도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구가 수박이라면 우리는 그 달콤한 과육을 거의 다 먹어치운 셈이다. 모래는 우리가 먹어치운 수많은 과육 중 일부일 뿐이다.

모래와 물처럼 넘치고 넘치는 자원이 거대한 인류 활동 앞에서 고갈되고 있다. 이것이 지구의 현실이다.
『침묵의 봄』의 저자로 유명한 레이첼 카슨은 “세상의 모든 구불구불한 해안, 모든 모래 알갱이에 지구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라고 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찾아가 보겠다.
- 「머리말」 중에서
애초에 모래는 주인이 없는 것이라 여겨, 모래를 채취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 쟁탈전이 전개되고 있는 자원 모래는 『사이언스』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코먼스의 비극’ 그 자체다. 국제적 규칙이 없는 가운데, 국가나 기업이나 특정 조직이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로 키우기 위해 서로 빼앗고 있다.
- 제1장 「모래 코먼스의 비극」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시 히로유키
1940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 대학교를 졸업한 후 아사히 신문사에 입사했다. 뉴욕 특파원, 편집위원 등을 거쳐 퇴사했다. 유엔환경계획 상급 고문이었으며, 1996년부터 도쿄 대학교 대학원 교수, 잠비아 특명전권대사, 홋카이도 대학교 대학원 교수, 도쿄농업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그사이에 국제 협력 사업단에 참여했고, 중・동유럽 환경센터 이사 등을 겸임했다. 유엔 BOMA상, 유엔 글로벌500상,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세계 문학 속 지구 환경 이야기 1, 2』, 『감염증의 세계사(感染症の世界史)』, 『철조망의 세계사(鉄条網の世界史)』』(공저), 『환경 부흥사(環境再興史)』, 『지구 환경 보고(地球環境報告)』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