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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들여다보는 테크 업계와 서비스의 이면
휴머니스트 | 부모님 |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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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챗GPT의 공개로 인공지능의 새 시대가 열린 것처럼 보이는 지금, 기술진보가 다시 한번 세상을 바꿀 기세다. 이에 편승해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다시금 상승세를 타고 있고, 많은 사람이 최신 기술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궁리를 거듭하고 있다. 기술이 공기처럼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시대이니, 이런 현상이 펼쳐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IT 서비스와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테크 기업을 다른 시선으로 보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여성 청소년들이 랜덤채팅 앱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기술의 중립성’ 뒤로 숨는다. 여성들이 젠더폭력에 맞서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해놓아도 국가기관은 이를 방치하기만 한다. 테크 업계는 ‘압박을 견뎌내는 것도 능력’이라며 가혹한 노동환경을 개인이 돌파해야 할 몫이라고 강변하고, 남성 엔지니어들의 독성 말투와 여성 개발자 차별을 ‘실력’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한다. 기술을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바라볼 때 우리 앞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는 테크-페미 활동가인 지은이가 여성-노동자로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엮은 테크 업계 관찰기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가 테크 업계와 IT 서비스 바깥으로 밀려나는, 말 그대로 ‘액세스가 거부되는’ 장면을 조망한다. 디지털 성폭력을 조장하는 IT 서비스, 터무니없이 부족한 젠더데이터, 테크 업계에 만연한 독성 말투와 48시간 안 자고 일하는 게 당연한 근로조건까지, 서비스 최적화를 위해 배제되고 희생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들여다본다. 독자들은 테크 업계에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모두를 위한 기술’을 새롭게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기술과 여성이 만나면 이런 비판과 통찰
그리고 이런 희망이 가능하다!”

테크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소수자에게,
결국 시민 모두에게 열린 기술을 모색하다

“이번 생이 안 된다면 다음 생에 여성 개발자로 태어나 쓰고 싶던 책이 바로 여기 있다.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원한다면 이 책부터 읽어야 한다.”
- 임소연(《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지은이,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조교수)

챗GPT의 공개로 인공지능의 새 시대가 열린 것처럼 보이는 지금, 기술진보가 다시 한번 세상을 바꿀 기세다. 이에 편승해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다시금 상승세를 타고 있고, 많은 사람이 최신 기술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궁리를 거듭하고 있다. 기술이 공기처럼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시대이니, 이런 현상이 펼쳐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IT 서비스와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테크 기업을 다른 시선으로 보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여성 청소년들이 랜덤채팅 앱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기술의 중립성’ 뒤로 숨는다. 여성들이 젠더폭력에 맞서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해놓아도 국가기관은 이를 방치하기만 한다. 테크 업계는 ‘압박을 견뎌내는 것도 능력’이라며 가혹한 노동환경을 개인이 돌파해야 할 몫이라고 강변하고, 남성 엔지니어들의 독성 말투와 여성 개발자 차별을 ‘실력’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한다. 기술을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바라볼 때 우리 앞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는 테크-페미 활동가인 지은이가 여성-노동자로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엮은 테크 업계 관찰기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가 테크 업계와 IT 서비스 바깥으로 밀려나는, 말 그대로 ‘액세스가 거부되는’ 장면을 조망한다. 디지털 성폭력을 조장하는 IT 서비스, 터무니없이 부족한 젠더데이터, 테크 업계에 만연한 독성 말투와 48시간 안 자고 일하는 게 당연한 근로조건까지, 서비스 최적화를 위해 배제되고 희생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들여다본다. 독자들은 테크 업계에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모두를 위한 기술’을 새롭게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1. 기술은 결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본 IT 서비스

지은이는 SI(시스템 통합) 업무를 진행하는 기업에 입사해 개발자의 길로 들어섰다. 전공보다 현장에 대한 이해와 고객사와의 소통능력을 우선시하는 채용 방침에 따라 들어온 테크 업계는 날 선 말투, 이른바 ‘독성 말투’가 횡행하는 곳이었다. “이런 것도 모르면서 개발자라고 할 수 있나요?” “이건 어차피 안 돼요.” “아무튼 못 합니다.” 업무 중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압박을 견뎌내는 것’도 모두 능력이라면서 개발자들의 독성 말투를 당연시했다. 지은이는 실적 중심, 남성 중심의 직군에서 드러나는 독성 말투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이를 무조건 개인의 인성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압박을 견뎌낼 것을 강요하는 개발자 문화와 이에 동조하고 활용하는 성과 중심의 조직이 더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IT 서비스가 젠더 문제에 결코 중립적일 수 없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IT 서비스를 어떻게 설계해야 성평등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보다, 수익성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중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랜덤채팅 앱이 대표적으로, 익명의 사용자와 무작위로 매칭하는 이 서비스는 위기청소년을 꾀어내 성착취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또한 현재 IT 서비스의 핵심적인 자원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도 편향적으로 걸러지고 있다. 2022년 신당역 여성 살인 사건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발했지만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가해자가 얼마든지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발생했다.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는 사회문화적인 편견도 작용했겠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데이터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범죄를 예방해야 할 국가기관이 젠더데이터를 충실하게 모으고 정리했다면, 판사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엄밀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면 사건을 막을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이다.

이처럼 서비스를 어떤 관점에서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의 해법이 도출된다. 문제는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챗봇은 방대한 대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장을 생성한다. 공개 초기에 소수자 차별·혐오발언 문제를 노출했던 인공지능 챗봇은 이제 자체적인 윤리 규정을 두고 혐오발언을 걸러낸다. 그런데 부적절한 언어를 걸러내는 데이터 레이블링 작업에 제3세계 노동자가 동원될 때, 폭력과 소수자성에 민감한 이들이 챗봇을 사용하면서 상처받을 때 비로소 ‘안전한 챗봇’이 가능해진다는 걸 생각하면 난감해진다. 그렇다면 IT 서비스가 발생하는 문제를 외면하거나 완벽한 서비스는 없다고 체념해야 하는 것일까. ‘모두를 위한 기술’을 위해서는 결국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실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에는 새로운 위험성이 따른다. 인스타그램에 장소 태그가 생겨나면서 사이버 스토킹의 위험이 생겨나고, 페이스북에 ‘함께 아는 친구’가 노출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이슈가 떠오른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사진을 합성해 직접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도 가시화되고 있다. 물론 모든 서비스가 처음부터 이런 사건에 사전 대응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면 어떻게든 조치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순간, 서비스 제작자에게도 책임이 생긴다.
- 〈02. IT 서비스에도 중립은 없다〉, 45~46쪽

젠더데이터 공백은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가 가해자를 고소하자 검찰은 즉각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구속영장은 왜 기각됐을까? (…) 그러나 관행에 의거하지 않더라도 법원은 스토킹 범죄가 무엇인지, 왜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떠는지, 가해자를 구속시키는 것이 왜 필요한지 ‘증명’하지 못한다. 여성 대상 스토킹 범죄의 특수성을 가늠할 만한 데이터가 사실상 공백에 가깝기 때문이다. 젠더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아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보고되었지만 수집하지 않았기에 없는 영역이다.
- 〈04. 우리에게는 더 많은 젠더데이터가 필요하다〉, 66~67쪽

2. 48시간 정도, 안 잘 수 있나요?
― 업계 한복판에서 체감하는 테크 노동의 현실

우리는 보통 개발자 하면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남성 노동자를 떠올린다. 하지만 개발 작업에는 예상보다 많은 여성이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기획, 디자인, 프로젝트 운영과 관리까지 시야를 넓히면 여성의 수는 급격하게 늘어난다. 개발 영역에서 남성의 비중이 높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오직 남성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또한 편견이다. 지은이가 개발자에서 ‘개발진’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테크 업계의 남성 중심성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정작 현업에 있는 여성을 지워버리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 노동자를 분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여성 노동자의 존재감이 테크 노동의 현실에서 흐릿해지는 데는 테크 업계의 너무나 열악한 근로조건도 한몫한다. 한 회사의 사내시스템 운영부서에서 면접을 본 지은이는 그날 들은 한마디를 잊지 못했다. “48시간 정도, 안 자고 깨어 있을 수 있으신가요?” ‘크런치 모드’라 불리는, 말 그대로 명줄을 갈아 넣는 고강도 노동을 하지 않으면 경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압박은 대규모 채용과 해고를 반복하는 업계의 관행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라 불리며 국내 테크 업계 서열의 상층부에 자리한 기업들은 ‘실력’을 확인한다는 명분으로 구직자들에게 실제 개발과는 거리가 먼 코딩테스트와 사실상 무급노동이나 다름없는 사전과제를 요구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겨우 입사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테크 기업의 경영자들이 낙관주의에 빠져 사업의 비전을 주장하고 난 뒤, 부진한 실적과 악화되는 재정을 만회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은 결국 대량 해고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중단되는 서비스의 시간주기가 테크 업계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셈이다.

그럴 때 테크 노동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끊임없는 공부다. 수시로 바뀌는 개발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개발언어를 강박적으로 학습하고, 테크 컨퍼런스에 꼬박꼬박 출석해 정보를 공유한다. 개인시간의 50%를 업무 관련 자기계발에 쓰는 사람, 컴퓨터공학 전공을 이수하기 위해 방송통신대에 등록하는 사람도 있다. 개발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이토록 분투하지만 출산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 노동자는 만성적인 시간빈곤에 시달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확산된 유연근무제는 얼핏 시간빈곤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를 위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연근무는 일과 가정을 양립시킨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여성 노동자가 일-가정-학습을 ‘삼립’해야 하는 상황을 고착시킬 뿐이다. 테크 노동의 현실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개발자가 아니라 개발진으로 인식의 범위를 확대할 때, 개발진의 성비는 어떻게 달라질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의 처참한 개발자 성비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다. 이는 단순히 숫자만 다르게 셈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확장을 꾀하는 일이다. 우리는 테크 산업 안의 여성들을 더 다채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미 일터에 있는 여성들을 지워 내지 않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있는 그대로 직시할 수 있도록.
- 〈09. ‘개발진’으로 시선을 옮길 때 드러나는 존재들〉, 145~146쪽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말에는 좀 더 복잡한 속내가 들어 있다. 테크 업계는 사회가 기술에 더 많이 의존하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항상 접속해주기를, 무언가 올려주기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를. 방향성은 나중에 결정해도 된다는, 일단 서비스가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기만 하면 된다는 낙관주의에 맹목적인 한, 우리는 서비스가 불러일으키는 영향력에 무감해지고 무책임해진다.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테크 업계 노동자들조차 마찬가지다.
- 〈12. 왜 테크 업계는 대량해고를 밥 먹듯 할까〉, 186~187쪽

3. 시스템이라는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 모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마음

IT 서비스와 테크 업계의 이면을 여성의 시선으로 들여다볼수록 그 속에는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가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지은이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이 정말로 더 가치 있는 일이냐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두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만 몰두할수록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진다는 사실이다.

서비스의 생산주기가 빨라질수록 노후화된 개발언어도 서비스도 늘어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유지보수다. 낡은 부분을 손보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은이는 오래전 선배에게 들었던 말 한마디를 오래 기억한다. 시스템은 그릇이기 때문에 개발자는 그릇에 무엇이 어떻게 담기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라는 그릇을 깨끗하게 다듬으면서 오류를 바로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고려를 넘어 사회적인 영향력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진이 새로운 상품의 개발이라는 측면만 볼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생산물을 어떻게 만들어내야 할지 고민할 때, 무엇보다 소수자의 관점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점검하며 유지보수할 때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서비스가,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한 기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컵을 씻지 않는다면 어떨까. 누구도 거리를 청소하지 않는다면.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는 사람도, 전봇대에 올라가 전선을 고치는 사람도 없어진다면. 대륙을 끊임없이 횡단하는 설국열차조차 어린아이가 노동하지 않으면 금세 멈춰버릴 만큼 허술하지 않았나. 어쩌면 나는 바로 그런 장면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유지보수되지 않아 모든 것이 멈춰 섰을 때, 우리가 미처 몰랐던 노동을 발견하는 한순간을, 노동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비로소 떠올리는 시간을.
- 〈나가며_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유지보수한다〉, 238쪽

“이건 어차피 안 돼요.” “이것도 몰라요?” “아무튼 못 합니다.” 때로 어떤 개발자는 타인과 소통을 거부한 채 이런 식의 말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한다. 실제로 기술이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고, 혹은 안 되는 이유를 개발지식 없는 이에게 설명하기 어려워 단칼에 끊어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이런 말은 듣는 이에게 오해와 불쾌감을 남긴다. 동료를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방식은 매우 잘못되었고 분명 개선되어야 할 언어습관이다. 그런데 그런 습관이 단지 개인의 문제인 걸까?
- 〈01. “이거 안 되는데요?” 개발자 ‘독성 말투’의 이면〉

새로운 서비스에는 새로운 위험성이 따른다. 인스타그램에 장소 태그가 생겨나면서 사이버 스토킹의 위험이 생겨나고, 페이스북에 ‘함께 아는 친구’가 노출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이슈가 떠오른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사진을 합성해 직접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도 가시화되고 있다. 물론 모든 서비스가 처음부터 이런 사건에 사전 대응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면 어떻게든 조치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순간, 서비스 제작자에게도 책임이 생긴다.
- 〈02. IT 서비스에도 중립은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른 if를 묻고 있다. ‘만약 카카오가 다중화를 제대로 설계했다면’이 아니라 ‘만약 카카오가 독식하지 않았더라면’이라고 말이다. 2022년 5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결정했고,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에 대한 사업 확장 제재를 권고한 바 있다. 대기업이 선진적인 기술력을 무기 삼아 돌격할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건 중소기업뿐만이 아니라 그 아래 계약된 개별 노동자다. 플랫폼은 이용자에게는 일상의 편리를 돕는 순풍이지만, 해당 산업이나 생태계에는 파괴적으로 몰아치는 폭풍이다. ‘공동 성장’은 테크 업계가 아니라 그들이 침투한 생태계에,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플랫폼 노동자가 된 모든 이를 향한 단어여야 한다.
- 〈03. 신비롭지 않은 기술들〉

  작가 소개

지은이 : 조경숙
테크-페미 활동가, 만화평론가. 개발자로 일하며, 십대여성인권센터 IT지원단 활동과 같이 여성의 시선으로 기술을 들여다보는 자리에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교란하는 인스타툰: 수신지 작가론(스포로이드 진 3호)》, 《아무튼, 후드티》를 썼고, 《웹툰 내비게이션》, 《웹툰 입문》을 함께 썼다.《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는 지은이가 여성-노동자로서 살아온 경험과 시선을 바탕으로 엮은 테크 업계 관찰기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가 테크 업계와 IT 서비스 바깥으로 밀려나는, 말 그대로 ‘액세스가 거부되는’ 장면을 조망한다. 업계에 만연한 독성 말투, 디지털 성폭력을 조장하는 IT 서비스, 터무니없이 부족한 젠더데이터, 48시간 안 자고 일하는 게 당연한 근로조건, 밥 먹듯 벌어지는 정리해고까지, 서비스 최적화를 위해 누가 배제되고 희생되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광풍처럼 질주하는 기술을 여성의 시선으로 살필 때 ‘모두를 위한 기술’이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이 책을 썼다.

  목차

들어가며_세상을 바꾸는 건 기술이 아니라 관점이다

1부. 전지적 여성 시점으로 본 IT 서비스

01. “이거 안 되는데요?” 개발자 ‘독성 말투’의 이면
‘비전공자’가 테크 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
스트레스 관리마저 일하는 사람의 몫이라니
‘압박을 견뎌내는 것도 능력’이라는 말의 함정

02. IT 서비스에도 중립은 없다
문제는 서비스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디지털 성폭력을 조장하는 IT 서비스들
새로운 서비스에는 새로운 위험성이 따른다

03. 신비롭지 않은 기술들
서비스 장애보다 그 후의 태도야말로 치부다
기술이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04. 우리에게는 더 많은 젠더데이터가 필요하다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이 드러낸 젠더데이터 공백
데이터 사이로 들리는 여성들의 외침
이런데도 왜 젠더폭력이 아니란 말인가

05. 이미지에도 젠더편향이 있다
성차별에서 시작된 이미지 기술의 역사
검색 결과는 ‘성적 대상화’입니다
이미지는 사회를 인식하는 참조점이다

06. 낙관하기도 비관하기도 이른 인공지능
감정노동 없이 물어볼 수 있는 사수, 챗GPT
기계의 윤리적 태도를 위해 희생되는 건 누구일까
우리는 챗GPT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07. 누구를 위한 웹 접근성인가
‘누구나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념
모두를 위한 서비스를 찾는 길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나의 해방이 당신의 해방과 연결될 수 있도록

08. 서비스에도 끝이 있다
서비스를 닫을 때도 사용자를 고려해야 한다
사라질 서비스를 아카이브한다는 것의 의미

2부. 업계 한복판에서 체감하는 테크 노동의 현실

09. ‘개발진’으로 시선을 옮길 때 드러나는 존재들
여성들이 현업에 있어도 가려지는 현실
개발자에서 개발진으로 시선을 옮겨야 할 때

10. 48시간 정도, 안 잘 수 있나요?
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
서비스의 연속성을 위해 삶의 연속성을 희생해도 괜찮은가
‘야간작업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11. ‘네카라쿠배’라는 새로운 입시
“네카라쿠배 입사시켜드립니다”
말이 사전과제지 실상은 무급노동
누가 실력을 규정하고 이용하는가

12. 왜 테크 업계는 대량해고를 밥 먹듯 할까
정리해고가 일상적인 테크 업계의 풍경
낙관주의의 결과를 감당하는 건 누구인가

13. 불안과 시간빈곤이 그리는 러닝커브
열정착취의 다른 이름, 러닝커브
시간조차 사람마다 평등하지 않다
불안에 잠식된 시간을 이제는 끝낼 수 있을까

14. 유연근무제는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될까
마미트랙이라는 허상과 차별
재택근무가 만능일 수 없는 이유
유연근무가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15. 커뮤니티는 나의 힘
페미니즘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
나의 외연을 넓히는 커뮤니티
우리의 장르는 성장물이 아니니까

나가며_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유지보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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