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100여 년 전 출간된 세계적 명작을
그때 그 감동 그대로 다시 만난다! 영국의 대표 작가 케네스 그레이엄. 지금이야 영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작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기 전에 그는 평범한 은행원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병으로 죽고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아이들을 양육하지 못하자 친척 집과 할머니 손에서 키워졌다. 가난한 형편에서 벗어나기 위해 은행에 취직했고, 고된 생활과 무료함을 달래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던 그에게 아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기쁨이었다. 안타깝게도 날 때부터 시력이 약해 앞을 잘 보지 못했고, 그런 아들을 위해 편지를 쓰고 머리맡에서 잠들기 전까지 읽어줬던 글이 바로 세계적 명작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다. 1908년 발표되어 지금까지 100년이 흘러도 여전히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그동안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꾸준히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를 펴내온 인디고에서도 그때 그 감동 그대로, 아름다운 현대적 일러스트가 가미된 이번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새롭게 출간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버드나무 숲에서 펼쳐지는
동물 4인방의 ‘꿈같은 이야기’케네스 그레이엄의 사색적이고 시적인 문체, 다채롭고 화려한 문장은 아름다운 버드나무 숲을 묘사할 때 극에 달한다. 그 숲 속에 살고 있는 기묘한 존재, 숲의 정령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읽힌다. 세월이 지나도, 다른 나라로 흘러가서도 변하지 않는 작가만의 탄탄한 필력에 감탄하고야 만다.
그래서일까. 그 속에서 전개되는 4인방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흥미롭다. 새로운 것만 보면 미친 듯이 몰두하다가도 금세 싫증을 잘 내는 두꺼비는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과도 같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늘 말썽만 피우는 건 또 아니다. 어른스럽고 의젓하고 생각이 깊을 때도 많다. 작품 속에서 물쥐와 두더지가 그런 역할을 담당하며, 사고뭉치 두꺼비의 위험스러운 모험에 제어를 걸고 우정을 과시한다. 그들 곁에는 언제나 아버지같이 든든하게 지켜주는 오소리 아저씨의 존재감도 크다.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치거나 논의해야 할 상황이 생길 때마다 지혜로운 두 친구 물쥐와 두더지는 오소리 아저씨를 찾아가곤 한다. 그 모든 경우가 두꺼비 덕분이긴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어느새 그들과 함께 버드나무 숲 속을 달리고 있는 감성에 젖어들 것이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유일무이 고전,
몽환적인 그림에 푹 빠져들다!‘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속 삽화들은 명작을 충분히 돋보이게 하는 매력이 있기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고전은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고 있는 『피노키오』『백설공주』『비밀의 화원』 등에서 아름다운 색감과 꿈꾸는 듯한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선보였던 천은실 작가가 또다시 세계적 명작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만나 더욱 매력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천방지축 두꺼비와 맘씨 착한 두더지, 영리한 물쥐와 언제나 진지한 오소리 아저씨의 캐릭터는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태어났다. 소설의 주요 배경인 버드나무 숲이 몽환적이고도 아름답게 표현되어, 마치 그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밤과 낮, 그리고 자연의 계절이 가져다주는 환상적인 변화가 그의 일러스트를 통해 더욱 실재감 있게 드러난다.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듯 4인방의 살아 있는 움직임과 이야기가 그 속에서 생생히 들려오기도 한다. 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보이며 사고만 일으키는 두꺼비가 친구들 앞에서 으쓱대며 노란 마차를 자랑하는 장면, 소복이 눈 내리는 숲을 지나 오소리 아저씨 댁으로 향하는 사뭇 진지한 모습의 물쥐와 두더지의 귀여운 발걸음, 밤하늘 초승달 아래 별빛이 쏟아지는 강가에서 물쥐와 두꺼비가 극적으로 재회하는 뭉클한 광경 등 원작보다 더 풍성해지고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눈부시게 아름다워진 그림들 덕분에 지금의 독자들은 더욱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야호! 드디어 내리는구나!”
“물쥐야, 왜 그래?”
두더지가 물었다.
“눈이 폴폴 날아다녀. 아니, 떨어지고 있어. 눈이 펑펑 내린다고!”
두더지도 물쥐 옆에 쭈그리고 앉아 내다보았다. 그렇게 무섭기만 하던 숲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구멍, 골짜기, 웅덩이, 함정처럼 여행자들에게 위험천만했던 시커먼 것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사방에서 요정나라의 반짝이는 양탄자가 나타났다. 차마 밟지 못할 만큼 얇고 가냘팠다. 고운 가루가 허공을 가득 채우고 뺨을 간질였다. 땅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빛이 까만 나무 구멍들을 비춰주었다.
물쥐가 잠시 생각에 잠기다 말했다.
“자, 이젠 어쩔 수 없어. 얼른 출발해야 해. 운에 맡겨봐야지.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딘지 정확히 모른다는 거야. 게다가 눈까지 내려서 사방이 완전히 다르게 보여.”
정말로 그랬다. 두더지는 그곳이 아까와 같은 숲인지도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길로 용감하게 출발했다. 서로 의지하면서 힘차게 걸었다. 마치 음산하고 조용하게 서 있는 나무들이 반가운 옛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공터나 틈새, 오솔길이 나오면 이미 알고 있는 곳인 듯 용감하게 모퉁이를 돌았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하얀 눈과 검은 나무밖에 없고 다 똑같았는데도 발걸음이 씩씩했다.
열심히 정어리 통조림을 따고 있는데 앞마당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작은 발로 자갈 위를 걷는 소리와 소곤소곤 알 수 없게 중얼거리는 소리 같았다. 이따금씩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있었다.
“아니, 모두 한 줄로……. 등불을 약간 들어 올려, 토미. 먼저 목청을 가다듬고 내가 하나, 둘, 셋이라고 한 다음에는 기침을 하면 안 돼. 꼬마 빌은 어디 있지? 야, 빨리 와. 모두 기다리고 있잖아…….”
“무슨 일이지?”
물쥐가 하던 일을 멈추고 물었다.
두더지가 약간 자랑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들쥐들일 거야. 매년 이맘때쯤에는 크리스마스캐럴을 부르며 돌아다니거든. 이 근처에서는 아주 유명해. 우리 집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어. 두더지네 집은 꼭 마지막에 들르지. 내가 따뜻한 음료는 물론이고 형편이 될 때는 저녁 식사를 대접한 적도 많았으니까. 들쥐들의 노래를 들으면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 들 거야.”
“나가서 보자!”
물쥐는 벌떡 일어나 문으로 달려갔다.
문을 활짝 열자 겨울에 잘 어울리는 멋진 풍경이 나타났다. 희미한 등불이 비추는 앞마당에 여덟에서 열 마리 정도 되는 작은 들쥐들이 반원 모양으로 둥글게 서 있었다. 목에는 털실로 짠 빨간색 목도리를 두르고, 앞발은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은 모습이었다. 추위를 물리치려는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반짝이는 구슬 같은 눈으로 서로 수줍게 쳐다보며 살짝 키득거리기도 하고 코를 킁킁대며 코트 소맷자락에 문지르기도 했다.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는 듯 등불을 든 나이 많은 들쥐가 “자! 하나, 둘, 셋!” 하고 외쳤다. 동시에 들쥐들의 가늘고 귀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