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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
혜화1117 | 부모님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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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또는 안다고 생각했으나 어렴풋했던 4·3의 실체를 정확하게 담기 위해 4·3의 시대적 배경, 그 원인, 진행 과정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책이다. 이로써 이미 지나버린 역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4·3의 진상, 현대 한국사에서 4·3이 차지하는 의미를 세상에 알리는 것은 물론, 4·3을 단지 제주 지역, 나아가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아가 세계사 안에서 냉전 체제의 산물로 바라보는 인식의 확장 역시 이 책의 존재 이유다.

이 책의 흐름은 철저히 이러한 목적을 향해 전진한다. 첫 장은 역사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의 국면, 나아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맞물리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4·3이 일어나게 된 경위, 제주도 안팎을 둘러싼 내외부의 상황, 나아가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왜 하필 제주도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나게 되었는가를 살피는 것으로 문을 연 뒤 이어지는 장은 그날로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를 다룬, 끝나지 않은 역사다.

국가 권력은 4·3을 어떻게 은폐했는가, 4·3을 이야기한 이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 민주화의 여정에 발맞춰 4·3은 어떻게 우리 앞에 다시 등장했는가, 정치권에서 4·3을 공론화하고 존중해온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떤 역사를 만들어 왔으며 또 그 역사는 어떻게 축소, 왜곡, 폄훼되었는가. 참극 속에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은 때마다 어떻게 스스로를 드러내 왔는가. 지난 75년 역사의 이러한 일별은 지난 시간의 회고에서 나아가 앞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해야 할 바를 해야 한다는 촉구이자 요구에 다름아니다.

이 책은 또한 멀리는 일제강점기 한반도 최대 규모의 여성 항일 운동으로 평가 받는 ‘해녀 투쟁’으로부터, 미군정과의 최초 대립으로 기록된 제주 청년학생들의 ‘양과자 반대 운동’을 비롯한 제주 섬 사람들의 항쟁의 역사의 연장선으로 4·3을 자리매김한다. 이러한 항쟁사의 연원을 따라 4·3의 내력을 설명함으로써 단순하고 획일적으로 수식되던 4·3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부여한다.

  출판사 리뷰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2,762일,
한국 현대사의 빼놓을 수 없는 비극, 43,
우리는 43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의 제목은 낯선 숫자의 조합이다. 『43, 19470301-19540921』. 43의 첫날과 마지막 날짜다.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43을 이렇게 정의한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해마다 봄이 오면 제주에서는 4월 3일을 기려 추념식이 열린다. 그러나 43은 오랜 시간 입밖에 낼 수조차 없는 일, 때문에 그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 드문 일이었다. 누군가는 4월 3일, 하루에 일어난 일이라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한두 달, 또는 길어야 1~2년에 걸쳐 일어난 일이라고도 한다. 또 누군가는 여기에 사상과 이념의 잣대를 들이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이었다고도 한다.

1947년 3월 1일 오후 2시 45분, 제주도 관덕정 광장에서 38발의 총성이 울렸다. 경찰이 쏜 총에 6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 직전,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채여 넘어졌다. 그냥 지나치려는 경찰을 향한 사람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그 직전, 인근 제주북국민학교에서 제28주년 31절 제주도 기념대회가 열렸다. 제주도 전체 인구의 약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이들이 이곳에 모여 대회를 치르고 관덕정 앞 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모든 역사의 순간은 누적된 시간들의 결과값이다. 43도 예외가 아니다. 관덕정 광장을 울린 총성은 이 무렵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팽팽한 긴장으로 둘러싸여 있던 제주를 순식간에 혼돈으로 밀어넣었다.
그 긴장은 어디에서 비롯한 걸까. 때는 해방 직후였다. 이 땅을 강점한 일본은 물러갔으나 정부 수립은 아직이었다. 일장기 대신 성조기가 게양된 미군정 체제, 평화는 아직 도래하기 전이었다. 일제강점기 각처로 떠났던 이들이 고향 제주를 찾아 돌아왔다. 인구가 급증했다. 경제를 떠받치던 제조 업체는 태평양전쟁을 전후하여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 보리 작황은 최악의 흉작을 기록했다. 여기에 콜레라가 온 섬을 휩쓸었다. 해방군으로 여긴 미군정은 친일 경찰 출신 모리배들과 손을 잡았다. 민심은 무섭게 분노하고 있었다. 관덕정 광장에서 총성이 울린 건 바로 그런 때였다.
분노한 민심은 곧바로 타올랐다. 3월 10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제주도 전역에서 총파업이 일어났다. 3월 1일 발포자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군정은 이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 그들의 대응은 뜻밖에도 제주에 온통 ‘붉은색’을 덧입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공포와 테러였다. 새로 임명된 도지사는 극우주의자였으며, 그를 위시한 우익 단체들이 제주도 곳곳을 활보하며 도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거와 고문을 일삼았다. 제주 사회는 극심한 혼돈을 겪어야 했으며, 외부 세력의 침탈에 제주 도민들의 인내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냉전의 시대였다. 정부 수립 이전 한반도 남으로는 미국이, 북에는 소련이 각각 들어와 있었다.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 점령군이 직접 대면하는 세계 유일의 지역이며, 동과 서 투쟁의 장으로 여겨졌다. 남한은 반공의 전초 기지가 되었으며 미국은 모든 정책의 초점을 소련의 팽창, 남한의 공산화 저지에 맞추고 있었다. 이를 위한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권력을 쥔 이들은 자신들이 덧칠한 붉은 섬 제주를 더욱 더 극단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고문 치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고, 가까스로 해방된 조국은 분단과 민족의 분열로 향해 가고 있었다.
4월 3일, 제주도 오름 곳곳에 봉화가 타올랐다. 제주도 민중들이 들고 일어난 무장봉기의 신호탄이었다. 제주 지역 선거는 실패했고, 미군정은 좌시하지 않았다. 그뒤 단독 선거로 들어선 이승만 정부는 제주에 온통 붉은색을 덧입혀 초토화 작전과 계엄령을 진행했다. 제주도는 온통 죽음의 섬이 되었다. 섬 전체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이 참극은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 해제로 겨우 마침표를 찍었다. 2,762일 만이었다.
이로써 43은 끝난 듯했으나 끝이 아니었다. 이후로 반세기 남짓 43은 금기의 역사였다. 폭도나 빨갱이로 매도당하기 일쑤였던 생존자들은 겪은 일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으며, 희생자 유족들은 폭도 가족,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국가 권력은 43 담론을 독점, 그 역사는 완전히 봉인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엄연히 존재했으나 몰라야 했던 그 역사를 오랜 시간 잊고 지냈다.

43의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그 배경부터 이후의 역사, 세계사 속에서의 의미까지
제주 땅 항쟁의 역사부터 오늘날 제주에 남은 흔적까지
이 모든 것의 종횡 교직을 통해 마침내 일구어낸,
이제야, 이제라도, 이제야 비로소 등장한 43으로 가는 길!
43을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한 권의 책!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또는 안다고 생각했으나 어렴풋했던 43의 실체를 정확하게 담기 위해 43의 시대적 배경, 그 원인, 진행 과정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로써 이미 지나버린 역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43의 진상, 현대 한국사에서 43이 차지하는 의미를 세상에 알리는 것은 물론, 43을 단지 제주 지역, 나아가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아가 세계사 안에서 냉전 체제의 산물로 바라보는 인식의 확장 역시 이 책의 존재 이유다.
이 책의 흐름은 철저히 이러한 목적을 향해 전진한다. 첫 장은 역사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의 국면, 나아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맞물리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43이 일어나게 된 경위, 제주도 안팎을 둘러싼 내외부의 상황, 나아가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왜 하필 제주도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나게 되었는가를 살피는 것으로 문을 연 뒤 이어지는 장은 그날로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를 다룬, 끝나지 않은 역사다. 국가 권력은 43을 어떻게 은폐했는가, 43을 이야기한 이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 민주화의 여정에 발맞춰 43은 어떻게 우리 앞에 다시 등장했는가, 정치권에서 43을 공론화하고 존중해온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떤 역사를 만들어 왔으며 또 그 역사는 어떻게 축소, 왜곡, 폄훼되었는가. 참극 속에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은 때마다 어떻게 스스로를 드러내 왔는가. 지난 75년 역사의 이러한 일별은 지난 시간의 회고에서 나아가 앞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해야 할 바를 해야 한다는 촉구이자 요구에 다름아니다. 이 책은 또한 멀리는 일제강점기 한반도 최대 규모의 여성 항일 운동으로 평가 받는 ‘해녀 투쟁’으로부터, 미군정과의 최초 대립으로 기록된 제주 청년학생들의 ‘양과자 반대 운동’을 비롯한 제주 섬 사람들의 항쟁의 역사의 연장선으로 43을 자리매김한다. 이러한 항쟁사의 연원을 따라 43의 내력을 설명함으로써 단순하고 획일적으로 수식되던 43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부여한다.
역사는 흔적을 남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43의 흔적은 아름다운 절경, 제주 섬 곳곳에 오롯이 남았다. 핏빛으로 얼룩졌던 길, 참혹한 학살의 현장은 오늘날 올레길로, 폭포의 물줄기로, 한라산 풍광을 찾는 이들로 분주하다. 그러나 바로 같은 그 길, 그 땅 위에 그날들을 포개어 드러냄으로써 오늘의 그 길이 어떤 역사의 현장이었는지 경험케 한다.
또한 이 책은 냉전의 한 축, 미국의 책임론을 엄중하게 제기한다. 43은 제주에서 일어난 일이기는 하나, 제주만의 역사는 아니다. 1947년 3월 1일로부터 1948년 4월 3일을 거쳐 1954년 9월 21일까지 한반도는 ‘이데올로기의 전쟁터’였으며, 냉전 체제의 극단적인 격전지였다. 세계사의 갈등이 첨예하게 부딪히던 그때, 제주는 바로 그 격전지였으며, 43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러한 43의 의미에 대해 주목한 이 책은 당시 미군 정보 보고서와 미군 방첩대 자료, 당시 한반도 정세에 관여한 미국 고위 관리들의 미 국무부 보고 문서, 국내외 언론사 기사 등 흩어진 온갖 사료를 모아, 매우 구체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당시 미국의 개입 정황을 밝히고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한 대응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낸다. 이로써 한국 현대사 내에서, 좌우익 이념 대결의 한 부분으로만 여겨지던 43에 대한 폭 좁은 인식을 뛰어넘어 제주에서 일어난 이 비극이 세계사 복판에서 냉전 체제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의미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43의 역사는 곧 희생자 개인의 역사,
관덕정 광장의 목격자, 집단 학살에서 살아남은 이들,
죽음을 피해 제주를 떠난 이들, 피신한 가족 대신 죽어야 했던 이들,
비극을 온몸으로 겪었으나 폐허를 딛고 섬을 일군 여성들……
생존 희생자, 유족들 10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들은 그때 그날의 기록들!

43은 제주의 역사이며, 한국 현대사의 한 장이며, 냉전 체제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동시에 43은 부모와 형제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살아남았기에 살아남기 위해 추운 한라산 골짜기를 헤매던 12살 소녀, 11살 소년의 역사다. 산으로 피신한 오빠와 내통했다는 누군가의 신고로 전기 고문을 당해야 했던 소녀의 한 달, 하루아침에 온 가족을 잃어버린 갓난아이의 평생이 그 안에 흐른다.
역사는 때로 크고 거시적인 시선으로 조망해야 할 필요도 있으나, 실체를 정확히 마주하기 위해서는 그 시간을 온몸으로 겪었던 개인들의 삶, 바로 그 현장의 하루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근간은 바로 이러한 생존 희생자들의 증언에 기대고 있다. 저자는 43의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43 당시 소녀 소년이었던 이들, 43의 불을 당긴 1947년 3월 1일 관덕정 광장의 목격자들, 가장 큰 규모의 집단 학살이 일어난 1949년 1월 17일 북촌리의 하루, 43으로 인해 고향 제주를 떠날 수밖에 없던 43디아스포라, 도피한 가족 대신 죽어야 했던 이들(대살)의 유족들을 만나 그들이 보고 듣고 겪은 바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때로 그것은 너무 참담하여 외면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들이 겪은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아픈 마음을 주체하기 어렵기도 하나, 이 책은 이들의 고통을 전시하여 참상의 비극성을 드러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역사라는 큰 이름 아래 자칫 가려지기 쉬운 개인의 삶의 총합이 곧 43의 진상 그 자체임을 바로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의 독자에게 증언한다.
또한 43을 누구보다 힘들게 겪었을 여성들이 폐허가 된 제주 땅을 어떻게 복원하고 일으켰으며 자신들의 삶을 주체적으로 쟁취했는가를 서술함으로써 “살암시난 살앗주”라고 스스로의 생을 회고하는 이들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이러한 증언을 통해 우리는 역사라는 거대한 존재 안에서 자칫 가려지기 쉬운 개별적 존재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발견한다. 이 역사를 제대로 성찰하지 않는 행위, 그 의미에 대한 축소와 망각, 섣부른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는 시선, 나아가 정치적 유불리의 계산 아래 오늘날에도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43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건조한 역사 속 수없이 많은 사건 중 하나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온몸으로 겪고 감내해야 했던 바로 이들, 매우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들에게 향하는 무례이며 모욕이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가해임을 직시하게 하는 것 또한 이 책의 유의미한 효용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정명(正名)이다. 43은 아직 정식 명칭도 갖지 못했다. 이름을 갖지 못한 것은 그 자체로 43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의 차가 만들어낸 오늘의 과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과제는 이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희생자들의 완전한 명예 회복, 진상의 구체적 규명도 갈 길이 멀다. 머나먼 길을 돌고 돌아 43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금이 지급되기 시작했으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 책은 답을 제시하고 주장을 전하기보다 이후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해보자고 독자들에게 손을 내민다. 말하자면 이 책은 지금 오늘, 이 순간을 발판 삼아 새로운 전진을 촉구하는 제안이자, 마중물인 셈이다. 2023년 2월, 43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추진위원회가 출범한 것 역시 마중물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다.

30여 년 전, 운명처럼 만난 43
기자로 연구자로 평생 43과 함께 한, 한 사람의 집요한 추적의 결과물
43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창, 매우 유용한 길잡이의 획득!

제주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에게 그러나 학창 시절 43은 어렴풋한 옛날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 기자가 된 그는 43과 운명처럼 만났다고 회고한다. 어느덧 30여 년 전이다. 그는 30여 년에 걸쳐 43 관련 기사를 취재, 세상을 향해 무수히 발신했고, 생존자와 유족들을 찾아 숱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저자는 43을 제주 안에서만이 아니라 그 시대적 배경 속에서 바라보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추적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그의 취재와 기록은 43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들 명예 회복의 발판이 되었으며, 일반인들에게 43의 실체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함으로써 이 시대 기자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43은 그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43을 운명으로 여긴 그는 취재 및 기록자로서의 역할에 멈추지 않고, 미국의 역할과 책임, 세계사 속에서의 43의 의미에 주목하여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음으로써 43을 학문적 화두로 삼은 연구자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이 책은 이렇듯 기자이자 연구자로서 저자가 지난 30여 년 동안 천착해온 43의 진실과 그 의미의 성취물이자 압축본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책을 통해 이제야, 이제라도 우리는 43을 제대로 바라보는 창이며 동시에 매우 유용한 길잡이를 갖게 되었다.

다가오는 2023년 4월 3일, 제주에서는 제75주년 추념식이 열릴 것이다. 우리는 해마다 봄이 오면 열리는 추념식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가. 이 책이 그 답을 찾는 여정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허호준
『한겨레』 기자. 제주 출생. 1989년 기자가 된 뒤 운명적으로 4·3을 만난 이래, 30여 년 동안 4·3의 진실과 그 의미를 밝히는 데 천착해 왔다. 연구와 취재를 통해 4·3의 진실을 밝히고, 드러내는 데 대한 노력으로 제주4·3평화재단이 주는 제1회 4·3언론상 본상(2022)을 수상했다. 기자이자 연구자로 활동하며 폭넓게 해온 취재의 기록이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지역사, 한국사의 범주를 넘어 4·3과 미국의 관계, 세계사 속에서의 4·3의 의미에 주목하여 제주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리스와 제주, 비극의 역사와 그 후』(2014), 『4·3, 미국에 묻다』(2021) 등 꾸준한 저술 작업을 이어왔다. 이밖에 『현대 사회와 제노사이드』(공동, 2005), 『20세기의 대량 학살과 제노사이드)(공동, 2006)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고, 제주4·3연구소가 펴낸 『무덤에서 살아나온 4·3 수형자들』(2002), 『그늘 속의 4·3』(2009), 『4·3과 여성』(전3권) 등 4·3 생존 희생자들의 육성을 담아낸 여러 구술집 작업에도 참여했다.

  목차

사진으로 보는 43
책을 펴내며
Preface

1. 역사그날로부터 2,762일
제주 섬을 감싼 태평양전쟁의 소용돌이 | 제주 역사에 흐르는 단결과 투쟁의 정신 | 해방, 자치의 섬을 꿈꾸다 | 미군정 실시, 혼란이 시작되다 | 경제난·식량난·전염병, 삼각편대의 검은 먹구름 | 3월 1일, 제주를 뒤흔든 총성, 분노한 민중의 총파업 | 미군정의 무능, 경찰 · 우익의 전횡, 고문과 테러 | 미국의 봉쇄 정책, 남한을 반공의 전초 기지로! | 탄압과 잇단 고문 치사 사건, 무장봉기에 불을 끼얹다 | 1948년 4월 3일, 임계점의 폭발, 오름마다 타오른 봉홧불 | 실패로 끝난 제주도 5 · 10선거, 강력한 토벌 작전의 예고 | 잿더미로 변한 제주도, 빨갱이로 불린 제주 섬 사람들 |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2,762일

2. 끝나지 않은 역사그날 이후 오늘까지
반세기에 걸친 탄압과 금기의 시대 | 1987년 6월 항쟁, 진상 규명을 향한 여정의 시작 | 2007년 제주국제공항 유해 발굴, 세상 밖으로 나온 희생자들 | 노무현 대통령, 국가 권력의 잘못을 공식 사과하다 | 문재인 대통령, “4 · 3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 2021년, 4 · 3특별법 전면 개정 | 4 · 3 수형인 명예 회복, 재심의 이름으로 | 더디지만 전진해온 역사, 멈춰서는 안 되는 진실 규명의 길

3. 흔적1올레길 위의 그날들
올레1코스, 성산일출봉 터진목 학살터에 묻혀 있던 어머니의 은반지 | 올레8코스, 중문성당에서 만나는 ‘4 · 3을 기억하는 기도’ | 올레10코스, 일제 강점기의 슬픈 역사, 길목마다 드리워진 4 · 3의 이면 | 올레14코스, 무명천 할머니 진아영의 사연 | 올레17코스, 제주국제공항을 지나 관덕정으로 | 올레18코스, 주정공장 수용소와 핏빛바다 곤을동 | 올레21코스, 해녀 투쟁의 진앙지가 학살터로

4. 미국냉전의 렌즈
미국의 얼굴, 그들에게 제주도란 | 이데올로기의 전쟁터, 남한 | 지정학적 요충지 제주를 둘러싼 미-소 논쟁 | “미군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미군정의 작전 계획, 그러나 | 5 · 10선거 실패, 미 구축함 제주로 급파 | ‘민간인 대량 학살’의 책임으로부터 그들은 자유로운가 | “소련 잠수함들이 제주에 나타났다”, 이 허위 보도의 이유는? | 제주도 진압을 둘러싼 이승만과 무초의 교감 | 제주도를 향한 미국의 지속적인 관심

5. 떠난 사람들4·3 디아스포라
북으로 간 우리 오빠 | “어떻게든 제주를 떠나야겠다”, 그들이 선택한 땅은 다시 일본 | “날마다 한국의 밀항자들을 붙잡고 있다” | “죽어도 돌아오지 말라”, 종손을 향한 할머니 유언 |”어머니를 죽인 자들에게 머리 숙이고 싶지 않다”, 일본에서 이름 바꿔 산 사연 |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잊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분노하는 재일동포

6. 양과자 반대 운동제주도 미군정과의 최초 대립
달콤한 양과자의 유혹 | 조선 착취의 미끼, 눈깔사탕 | 드롭프스 대신 쌀을 달라! | 미군정의 양과자 수입 비용, 백미 10만 5천 석 | 학생들이 직접 나선 제주 양과자 반대 운동 | 제주 청년학생들의 시위와 미군정의 해산 | 양과자 반대운동에 나선 그, 죽음을 피해 일본으로

7. 목격자최초의 순간, 거기 있던 사람들
3 · 1사건, 그날 그 희생자들 | 가장 나이 어린 희생자, 오라리 출신 허두용의 동네 후배가 보고 들은 그날 | 어린아이를 안고 있던 박재옥, 그녀가 쓰러지는 걸 본 국교생 | 아버지를 잃은 아들, 살려 달라던 아버지를 잊을 수 없어 | 아라리 출신 오영수, 딸의 기억 속 아버지의 마지막 | 모든 현장에 ‘그들’이 있었다, 목격자들의 증언 | 정당방위? 진상과는 거리가 먼 진상 조사단의 발표 | 지지부진한 진상 조사, 3 · 10민 · 관 총파업을 부르다 | 3 · 1사건과 3 · 10민 · 관 총파업의 영향

8. 흔적2정방폭포에 남은 수용소와 학살의 기억
정방폭포에 흐르던 붉은 선혈 | 고문과 학살의 현장, 정방폭포 | 화가 이중섭이 거닐던 해안, 죽음의 수용소 | ‘석’방과 ‘대’석방 사이, 재판 아닌 재판 | 정방폭포 위에서 부모를 잃다 | 산속으로 피신한 가족, 토벌대에 잡혀 수용소에 갇히다 | “똑똑히 봤다, 정방폭포에 널린 시신들을”

9. 그날 그곳1949년 1월 17일 북촌리
하루, 한 마을, 300여 명, 집단 학살 | 불타는 집들, 학교 운동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 운동장을 채운 공포 | 군인들의 장대 밀어내기, 삶과 죽음의 선 |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핏빛 땅 | 다시 학교 운동장, 노을 지듯 불타는 마을 | 집으로 돌아가는 길 | 고구마 한 개, 사랑의 쌀 한 줌 모으기 운동 |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그들’은 누구인가

10. 흔적3한라산 눈 위에 뿌려진 붉은 동백꽃
그해 겨울, 12살 그녀의 한라산 | 한밤중 한라산을 오르는 소녀 | 갑자기 밀려온 고난의 시작 | 도피자 가족으로 몰린 식구들, 아버지가 총에 맞다 | “살려줍서! 살려줍서!”, 어머니의 마지막 몸부림 | 피신 또 피신, 수용소, 다시 만난 동생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많은 기억들, 시간의 고문 | 남원면 살던 11살 소년의 한라산 | “일주일이면 평화가 온다”, 삼촌들 따라 한라산으로 | 볼레로 연명하다, 11살에 산에 올라 12살에 내려오다 | 한라산 도꼬리낭 이파리로 견딘 20살 한남리 청년 | 수용소에서 징역 15년형, 죽을 고비 넘기고 7년 반 만에 고향으로

11. 대살代殺도피한 가족 대신 죽다
대살, 대신하여 죽다 | 국정감사장에 선 4 · 3 증인, “가족을 쏜 사람이 경찰이라는 말입니까?” | 도피의 대가를 치러야 했던 가족들 | 기적적으로 살아남다, 평생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 “자손 하나만이라도 살려 달라”, 그렇게 말하고 떠난 하도리의 그 부모 | “살려만 줍서, 살려만 줍서”, 애원하던 동생들 | 경찰에게 고문당해 피신한 형님, 도피자 가족이 된 남은 식구들 | 도피자 가족 학살, 국가의 폭력

12. 여성들침묵 넘어 세상 밖으로
침묵 넘어 진실은 세상 밖으로 | 비학동산의 비극, 그 여인 | 형무소 가는 품 안에서 아기를 잃은 어머니 | 임산부가 보고 겪은 패륜과 가혹의 현장 | 남편 잃고 청상이 된 그녀, 토벌대를 피해 산으로, 수용소로 | 수용소에서 출산한 며느리, 이름이 바뀐 탓에 육지로 끌려간 시어머니 | 12살 소녀, 고문을 당하다 | 여성들, 살아남은 자들의 살아남기 | 굶주림,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 식모로, 농사로, 물질로, 군대로 그렇게 꾸린 생 | “살암시난 살앗주”

13. 정명正名우리 이름 불러줄 자 누구인가
4 · 3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들 | 이름 짓지 못한 역사 | 탄압에 맞선 저항의 역사 그리고 4 · 3 | 섬 공동체, 그것이 갖는 특별한 의미 | 4 · 3, 정명正名과 정명定名

에필로그
부록
-대한민국 대통령 4·3 관련 연설문 전문
-제주4·3 주요 연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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