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나비가 살랑살랑, 발바닥을 간질간질.
아이, 간지러워. 와하하하하!노란 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왔어요.
새하얗고 보송보송한 발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어요.
나비가 날개를 살랑살랑, 발바닥을 간질간질,
도대체 누구 발바닥일까요?
“깔깔깔깔깔!”
간지럼을 참지 못해 시원한 웃음을 터트린 건
바로 토끼였네요!
나비는 또다시 살랑살랑 날아다니며 동글동글 딱딱한 말 발바닥,
토실토실 새까만 판다 발바닥, 뾰족뾰족 갈퀴가 있는 청둥오리 발바닥,
둥글넓적 커다란 코끼리 발바닥에 내려앉아요.
그리고 발바닥을 간질여서
“이히히히히!” “헤헤헤헤헤!” “큭큭큭큭큭!” “오호호호호!”
커다란 웃음을 선물하지요.
아니, 그런데 아무리 간질여도 꼼짝하지 않는
이 발바닥의 주인은 도대체 누구인가요?
잠이라도 들었을까요? 아니에요. 자세히 보면
토실토실한 엉덩이랑 오동통한 발바닥을 꼼질꼼질 움직이고 있어요.
그건 바로, 우리 아기랍니다!
호기심쟁이 장난꾸러기 나비 덕분에 모두 시원한 웃음 잔치를 벌였어요.
좋은 아기 책의 필수 요소를 고루 갖춘 그림책감히 독자들에게 엉덩이를 떡하니 들이밀며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소박하고 간결한 그림 속에 아기 책의 필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좋은 아기 책이 갖춰야 할 필수 요소라는 건 과연 무엇일까요?
첫째, 책을 읽는 아이와 부모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돌 전후 아기들은 어른이 읽어 주는 그림책을 가만히 듣고 앉아 있지 못합니다. 책을 만지고 구기고 물어뜯고 던지며 온몸으로 그림책을 탐색합니다. 그러니 이 시기의 아기에게 가만히 앉아 부모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림을 보는 모습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이 어린 아기에게 어떻게 책을 읽어 주면 될까요? 먼저 할 수 있는 한 가장 심하게 ‘오버’해서 글을 읽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기에게 책 내용처럼 발바닥을 간질이고, 책을 다음 장으로 휙 넘기면서 그 장면의 주인공처럼 깔깔깔 웃습니다. 부모가 웃는 모습을 보며 아기도 까르르 따라 웃지요. “누구 발바닥일까?” “토끼가 웃네.” “토끼가 간지러운가 봐.” “우리 아기도 간질간질.” 부모는 그림을 짚어 가며, 또는 아기와 눈을 맞추며 다양하게 말을 겁니다. 이렇게 실제 놀이와 대화로 연결되어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는 것이 아기들과 책을 읽는 기본 방식이지요.
둘째, 아기들의 인지 수준에 맞게 단순하고 반복적이면서도 리듬감이 풍부해야 합니다. 《발바닥이 간질간질》은 앞 장면에서 여러 동물들의 사랑스런 뒤태를 보여 주고, 뒤 장면에서는 동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에 따라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이렇게 단순한 구조가 이어지다 마지막에는 나비가 간질여도 돌아보지 않는 아기가 나옵니다. 반복되던 방식을 살짝 변주하여 긴장감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지요. 이어 마지막 장면에서는 등장했던 모든 동물들이 한꺼번에 시원스레 웃음을 터뜨려서 따뜻하고 행복하게 마무리합니다. 텍스트 또한 “~하고 ~한 발, 누구 발바닥일까? / 살랑살랑 간질간질. // 나야, 나. ??!”라는 기본 틀을 계속 반복하여 어른이 들려주는 재미난 말을 따라하고 싶은 아기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아기자기한 의성어 의태어가 넘치지 않게 양념으로 들어가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해 주는 것은 물론이지요.
셋째,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책에 나온 동물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보고 다양한 웃음소리를 따라 읽다 보면 웃음을 터뜨리지 않고는 못 배깁니다. 부모가 아기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 주면 아기도 자연스레 따라 웃게 되고, 아기의 웃음소리는 다시 부모에게 전염되어 읽는 내내 하하 호호 웃게 됩니다. 이렇게 부모와 아기 사이에 즐겁고 따뜻한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게 하는 그림책이 바로 《발바닥이 간질간질》이지요.
기본에 충실한 그림책이 갖는 힘세상에는 아기들을 위한 멋진 그림책도 많고, 근사한 장난감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장난감들은 온갖 신기한 기능들로 아이들의 관심과 시선을 빼앗고, 그림책도 노벨티 북 또는 토이 북이라 해서 소리 나는 책, 조각조각 날개가 달려 들춰 보는 책, 다양한 재질의 조각을 붙여 촉감을 자극하는 책, 목욕 놀이를 위한 스펀지 책을 비롯해 아주 다양한 형태로 나와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의 역동적인 화면들이 아기들을 홀린다는 이야기는 더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기능을 갖춘 장난감과 그림책, 동영상들에 대해 유아 심리 전문가들은 종종 문제를 지적합니다. 아기들이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스스로 고안해 낸 방식으로 다양하게 즐기기보다는, 주어진 기능에 따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발바닥이 간질간질》처럼 평범한 종이와 양장 제본으로 만들어진, 가장 기본에 충실한 그림책들이 좀 더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를 바라는 이유입니다.
누군가는 책이란 ‘어두운 동굴을 지나갈 때 들고 가는 등불’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담긴 책과 가까워지는 첫걸음으로, 순수한 즐거움이 담긴 그림책과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보송보송 새하얀 발, / 누구 발바닥일까? / 살랑살랑 간질간질.
깔깔깔깔깔. / 나야, 나. 토끼!
동글동글 딱딱한 발, / 누구 발바닥일까? / 살랑살랑 간질간질.
이히히히히. / 나야, 나. 말!
(중략)
꼼질꼼질 오동통한 발, / 이건 누구 발바닥이지? / 살랑살랑 간질간질.
어어, 잠들었나? / 꼼짝도 안 하네.
까르르르르. / 나야, 나. / 내 발바닥이야!
발바닥을 간질간질. / 아이, 간지러워! / 와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