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강원도의 새로운 직장에 익숙해질 때쯤 겨울이 찾아왔다. 퇴근길 들렀던 마트 안에서 떨이 밀키트를 또 들었다 놨다 했다. 멀리서 나를 힐긋 바라보는 종업원 아주머니의 눈에는 아마 조금은 꼴불견으로 보였을 것이다. 혼자 먹기엔 양이 많다고 결국 빈손으로 나오는 길, 입구에는 사랑의 모금함이 있었다. 호주머니 속을 뒤져 지갑을 꺼냈다. 만 원짜리 한 장, 천 원짜리 세 장이 있었다. 어릴 적 봤던 젊은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가지고 있던 돈 만삼천 원 중 천 원짜리들만 넣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엔 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식당을 나설 때 잘 먹었다며 인사를 건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 고마운 것을 고맙다고 제때 말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우리 아버지처럼 아주 작은 것이라도 가진 것을 아깝지 않게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다. 꼴랑 삼천 원 내고 뒤돌아서면서 ‘그냥 내지 말 걸 그랬나?’ 중얼거리는 나는 여전히 좋은 어른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거리에 깔린 눈을 밟으며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나만 이렇게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뜬금없이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 것 같냐는 내 물음에 친구는 대답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민석
1995년 4월 새벽에 태어났습니다.내가 행복하기 위해 쓴 글과 그림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에 쑥스러움을 느낍니다.각자의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알려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책이 만들어졌고, 책을 구매해준 당신 덕분에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