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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씨남정기
청소년들아, 김만중을 만나자
보리 | 청소년 | 20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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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보리 청소년 고전 ‘만남’ 시리즈 네 번째 책 《사씨남정기-청소년들아, 김만중을 만나자》가 출간됐다. 김만중이 쓴 한글 소설 《사씨남정기》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양반집 현숙한 부인 사정옥과 요망한 첩 교채란, 그리고 여러 인물들이 이 펼치는 긴박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선한 이는 복을 받고 악한 이는 벌을 받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글로 쉽고 재미있게 쓴 이야기에 유교 질서의 모순을 꼬집고 임금의 잘못을 나무라는 배짱도 담았다.

현직 국어 교사인 박소연 작가가 청소년들이 읽기 쉽도록 다시 쓰고 친절한 해설을 달았다. 소설 속 명장면을 무돌 작가가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 냈다. 우리 고전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소설 속 시대와 배경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삼백 년 전 베스트셀러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사랑받는 책들이 있다. 그 책을 읽어야 사람들 이야기에 낄 수 있고, 사 보거나 빌려 보려고 애태우며 기다리는 책,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해 단숨에 읽어 버릴 수밖에 없는 책.
여기, 삼백 년 전 베스트셀러 한 권이 있다. 중국 명나라의 한 집안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한글로 쓴 책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사대부와 백성,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사랑받았고, 임금에게까지 알려졌다고 한다. 이본이 74본에 이를 정도로 많이 필사되고 인쇄되었으며, 조선 후기 성행했다는 세책방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1910년대에는 딱지본 소설(또는 육전소설)로 나와 숱하게 팔렸고, 요즘 독자들에게도 ‘술술 읽게 되는 재미있는 책’이라는 평을 듣는다. 이런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책이 재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통쾌한 응징으로 재미를, 유교 질서의 모순과 임금의 잘못을 꼬집는 풍자로 의미까지 함께 담아냈다.
양반집 현숙한 부인 사 씨가 집에서 쫓겨나 남쪽 지방을 떠돌게 된 이야기, 바로 《사씨남정기》다.

사대부가 한글로 쓴 소설, 우리 문학의 혁신
보리 청소년 고전 ‘만남’ 시리즈 네 번째로 선보이는 《사씨남정기 삼국유사-청소년들아, 김만중을 만나자》는 17세기 문신이자 소설가 김만중이 한글로 쓴 소설이다.
사대부 대부분이 한글을 천하게 대하고 소설을 하찮게 여기던 시기에 한글로 소설을 쓴 것은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김만중은 한글로 쓴 송강 정철의 가사를 칭찬하면서, 남의 나라 말로 시문을 짓는 것은 앵무새가 사람을 흉내 내는 것과 같고 마을의 나무하는 아이와 물 긷는 아낙네들이 흥얼거리는 소리가 참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소설이라며 소설의 힘을 앞세웠다.
김만중이 유배지에서 어머니를 위해 《사씨남정기》를 썼다고 알려졌지만, 유교적 가족제도의 문제점, 처첩 사이 갈등, 적서 차별의 폐해, 인현왕후가 폐위되고 장희빈이 중전이 된 일을 비판하기 위해 썼다고 알려졌다. 이런 생각들을 재미있는 이야기에 담아 누구나 읽기 쉬운 우리글로 썼다.
보리 청소년 고전 《사씨남정기》는 북녘 학자 림호권이 옛글로 남아 있는 원전을 요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옮겨 쓴 글을 바탕으로 현직 국어교사인 박소연 작가가 청소년들이 읽기 쉽게 문장을 더욱 쉽게 다듬고 설명을 달았다. 또 무돌 작가의 생동감 넘치고 재치 있는 그림을 넣어 흥미를 더한다.

사씨남정기의 선과 악, 지금은 어떻게 봐야 할까?
《사씨남정기》의 주인공 사정옥은 유교사회에서 이상적으로 여기는 여성이다. 덕이 많고 글 솜씨가 뛰어나고 베 짜기, 수놓기 같은 ‘여성의 일’도 잘했으며 미모까지 갖췄다. 사정옥은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을 낳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첩을 들이자고 한다. 그 뒤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참고 처분을 기다리기만 할 뿐 누명을 벗으려고 나서지도 않는다. 모진 일들을 다 겪고 난 뒤에도 가문을 위해 다시 첩을 들인다. 김만중이 살던 시대에 사정옥의 이런 행동들은 분명 ‘선’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것을 ‘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는 맞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틀린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 보는 것도 의미 있다. 지금 우리가 옳다고 굳게 믿는 것들을 삼백 년쯤 지나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선’도 있다. 사정옥은 인간의 도리를 지켰다. 사정옥은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고, 도움을 건네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리고 신분에 상관없이 사람을 귀하게 여겼다. 사람을 속이고 이용하며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교채란의 ‘악’도 지금의 ‘악’과 다를 바가 없다. 《사씨남정기》에 또렷이 드러난 선과 악을 살펴보면서 선과 악에 관해 생각의 가지를 뻗어 보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래된 고전소설을 다시 꺼내 읽는 이유 중 하나다.




묘혜는 가지고 갔던 족자를 얼른 내놓았다. 부인과 소저가 받아 펼쳐 보니 한없이 넓고 넓은 바다의 외로운 섬 속 대나무 숲 아래에 관음보살이 있었다. 흰옷을 입고 흐트러진 머리에 염주 목걸이도 없이 아이와 더불어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그림 솜씨가 어찌나 기묘한지 마치 살아 있는 듯하였다.
“소녀가 배운 것은 유교의 글이요, 불교는 잘 모르니 제 찬문이 대사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푸른 연잎과 흰 연꽃이 빛은 다르나 뿌리는 한 가지요, 공자와 석가모니가 비록 다르나 본받을 만한 성인(聖人)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_ ‘숙녀와 군자가 짝을 지으니’

한림이 불같이 노하여 사 씨에게 독을 내뱉듯 꾸짖었다.
“몹쓸 계집 같으니! 예전에 귀신을 불러들여 장주를 저주한 일이 예삿일이 아니지만 부부 간의 정을 생각하여 덮어두었고, 다른 남자에게 옥가락지를 주고 정을 통한 것도 당장 집에서 내쫓을 일이었으나 가문에 먹칠을 할까 두려워 참았는데, 아직도 제 죄를 반성하지 않고 간악한 시종과 한 패가 되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니 그 죄는 천지간에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여자를 집안에 두었다가는 우리 유씨 가문의 대가 끊기고 말겠구나!” _ ‘옥가락지가 사라졌으니’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만중
1637년에 태어나서 1692년까지 살았다. 명문가인 광산 김씨 집안에서 태어나 대사헌과 대제학 들을 지낸 문신이자 소설가다. 서인의 핵심 인물로 남인과의 당쟁에 휘말려 여러 차례 유배 생활을 했다. 기사년에 인현왕후가 궁에서 쫓겨나던 일로 남해에 귀양 가 그곳에서 쉰여섯 살로 죽었다. 유배 생활을 하면서 여러 문학작품을 썼다. <사씨남정기>와 <구운몽>도 이 시기에 쓴 것으로 보인다.김만중은 《서포만필》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시문은 제 말을 버리고 남의 나라 말을 배우고 있는데, 그것이 제아무리 비슷하더라도 앵무새가 사람을 흉내 내는 데 지나지 않는다. 마을의 나무하는 아이와 물 긷는 아낙네들이 흥얼거려 서로 화답하는 소리가 비록 비속하다고 하나 참과 거짓을 따진다면 사대부들의 시부 따위와는 결코 같이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라며 우리말 우리글로 된 문학을 높이 쳤다. 그리고 진수의 《삼국지》를 읽고 운 사람은 없으나,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읽고는 사람들이 운다면서 소설의 힘을 역사책보다 앞세웠다. 한글 소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썼고, 악부와 가곡도 지었다면 전하며, 평론집 《서포만필》과 문집 《서포집》이 전한다. 한글 소설을 여러 편 썼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안타깝게도 더 남아 있는 것은 없다.

  목차

숙녀와 군자가 짝을 지으니 6
어여쁜 새사람이 들어오다 24
혀를 끊는 칼, 벙어리 만드는 약 33
간악한 문객 41
옥가락지가 사라졌으니 44
남으로 가는 길 71
넓고 푸른 바다에 조각배라 84
어린 것은 어미 잃고, 아비는 귀양길로 103
“유연수의 머리를 베어 오라!” 117
그리운 옛사람을 만나는도다 126
요조숙녀 두 사람 145
틀림없는 악인 교 씨, 죽다 153
어진 이는 복을, 악한 이는 벌을 받는 법 159

우리 고전 깊이 읽기
⦁서포 김만중의 삶 162
⦁김만중이 쓴 한글 소설 165
⦁오늘날 다시 읽는 《사씨남정기》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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