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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사회평론아카데미 | 청소년 |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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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역사책에서 볼 수 없던 임진왜란의 참모습 오희문의 ‘난중일기’ 속 보통 사람들의 역사 『쇄미록』은 조선의 양반 오희문이 임진왜란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며 쓴 피란일기다. 군인도 관리도 아닌 평범한 양반 오희문의 일기에는 전쟁의 참혹함과 당시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그 어떤 기록물에서보다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조선 전기 사회를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기록임에도 방대한 분량과 일기라는 형식 탓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고전 『쇄미록』이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서윤희 학예연구관의 손에서 이야기책으로 새로 태어났다.

이 책에서 우리는 오희문의 기억을 빌려 전쟁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이들은 불행과 절망을 딛고 희망을 품은 채 농사를 짓고, 벌을 키우고, 누에를 치는 한편, 과거 시험을 보고, 혼례를 치르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이 책을 통해 전쟁의 폐해와 삶의 의미,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난중일기』, 『징비록』에 이은 임진왜란 3대 기록물
『청소년을 위한 쇄미록』, 이야기로 새로 태어난 오희문의 ‘난중일기’


『쇄미록』은 조선의 양반 오희문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며 9년 3개월 동안 기록한 피란일기다. 비슷한 시기에 기록된 이순신의 『난중일기』, 유성룡의 『징비록』과 더불어 임진왜란 3대 기록물로 꼽힌다. 『난중일기』에는 여러 차례 불리한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의 일대기가, 『징비록』에는 전쟁의 원인을 반성적으로 살펴본 관료의 성찰이 담겨 있다. 반면 『쇄미록』에는 전쟁으로 인한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과 피란지에서의 하루하루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전쟁의 참혹함과 당시 조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 어떤 기록물에서보다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이는 『난중일기』나 『징비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쇄미록』만의 강점이다.
이러한 까닭에 『쇄미록』은 조선 전기의 생활사와 사회경제사를 연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어 1991년에 국가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처럼 조선 전기 사회를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기록임에도 방대한 분량과 일기라는 형식 탓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고전 『쇄미록』이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서윤희 학예연구관의 손에서 이야기책으로 새로 태어났다.

임진왜란 발발부터 정유재란 이후까지
전란을 살아 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신묘년 동짓달(1591년 11월), 조선의 평범한 양반 오희문은 지방에 사는 노비들에게 신공(공물)을 받으러 눈길을 뚫고 한양을 떠난다. 충청도를 지나 전라도 장수에 있는 처남의 집에 잠시 머물던 오희문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왜군이 부산으로 쳐들어온 것이다. 머지않아 난리가 지나갈 것이라는 오희문의 예상과 달리, 왜군은 한양으로 빠르게 진격해 오고, 임금인 선조는 도성을 버리고 도망간다. 조선의 전 국토가 왜군의 손에 넘어갈 지경에 이르자, 왜군의 서슬 퍼런 칼날에 집과 식량을 빼앗기고 가족과 헤어져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며 떠도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오희문의 가족도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지고,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떠도는 처지에 내몰린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각지에서 고경명, 김천일, 최경회, 곽재우 등이 이끄는 의병이 일어나고, 명나라의 대군이 조선을 돕기 위해 압록강을 건넌다. 천만다행으로 오희문도 꿈에 그리던 가족과 다시 만나지만, 만만치 않은 왜군의 공세에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염병과 전쟁, 굶주림으로 죽은 주변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오지만, 오희문은 마음껏 슬퍼하지 못한다. 자신의 가족에게도 전염병과 왜군이 닥쳐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전쟁이 일상을 파괴하고, 비일상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도 오희문 가족의 삶은 계속된다. 그러나 모든 순간이 이처럼 극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쇄미록』에 기록된 오희문의 삶에는 언뜻 보면 비극인지 희극인지, 비상시기인지 평시인지 헷갈리는 장면도 많다. 오희문은 말 안 듣는 노비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곡식을 훔쳐 먹는 쥐들의 횡포에 분개하고, 고양이, 강아지, 솔개 따위에게 애써 키운 병아리를 빼앗긴다. 그런가 하면 지인들과 바둑을 두고, 가족들과 물놀이를 가는 등 전쟁 중에도 일상의 소중함을 지켜 나간다. 그렇게 큰아들이 과거에 합격하고, 아들딸이 혼례를 치르고, 자식들이 다시 자식들을 낳고, 전쟁의 포화가 조금씩 걷혀 가는 가운데 세월은 꿈같이 흐른다.

『쇄미록』에는 16세기 말 조선의 보통 사람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어떻게 살아 냈는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기록 속 오희문은 다소 소심하고, 때때로 비겁하고, 어떤 면에서는 어리석어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오희문이 그의 수족 같은 노비 막정과 송노, 아들딸과 여동생 부부, 어머니 등 주변 사람들과 맺은 관계는 현대인들의 인간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세월이 흘러 삶의 모습이 변했지만, 그 의미는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오희문의 기억을 빌려 사랑하는 이들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만난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쟁의 폐해와 삶의 의미,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불행과 절망을 딛고 희망을 품은 삶의 위대함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교과서가 담지 못한 조선의 생생한 생활상
조선 전기 사회, 경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430여 년 전에 기록된 보통 사람의 일기에 무슨 의미가 있기에 아직도 많은 이가 『쇄미록』을 찾는 것일까? 오희문은 군인도 관리도 아닌 평범한 양반이다. 그래서인지 『쇄미록』에는 다른 역사책에서라면 기록되지 않았을 소소한 일상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에게 어떤 먹거리를 얻어먹었는지 등 시시콜콜한 음식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어디에서 어떤 작물로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까지 깨알같이 적혀 있다. 16세기 조선의 먹거리 중에는 쌀, 보리, 메밀, 두부, 버섯, 산나물, 미역, 소고기, 꿀 등 현대인에게 친숙한 먹거리도 많지만, 수단(쌀 경단을 넣은 일종의 화채), 꿩고기, 멧돼지고기, 노루고기 등 다소 낯선 먹거리도 있다. 반면 우리에게 익숙한 고추, 감자, 고구마 등에 대한 기록은 없는데, 모두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작물로, 당시에는 조선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전쟁으로 인해 먹을 것이 없어 회화나무 잎, 소나무 속껍질 등을 달여 먹었다는 기록에서 전쟁의 참상이 엿보인다.
먹거리뿐 아니라 노비에 대한 기록도 흥미롭다. 조선의 노비는 양반의 재산으로 취급되었다. 노비 중에는 주인과 함께 살며 주인의 손발처럼 일하는 노비가 있었는가 하면, 다른 지역에 살며 정기적으로 주인에게 신공, 즉 곡식 등의 물품을 바치던 노비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여느 역사책에도 기록된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자신의 삶을 살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몇 가지 궁금한 게 생긴다. 노비는 일을 열심히 했을까? 노비도 사랑을 했을까? 오희문의 일기 속에는 게으름 피우는 노비, 주인의 음식을 훔쳐 먹는 노비, 서로 눈이 맞아 도망가는 노비 등이 등장한다. 오희문은 노비가 없어 외출하지 못하는가 하면, 아끼던 종 막정이 죽자 제사를 지내 주기도 한다. 『쇄미록』에는 이처럼 다른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는 양반과 노비의 관계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조선 여성들의 삶은 어땠을까?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었을까? 연애는 할 수 있었을까? 부모와 딸의 관계는 어땠을까? 조선 전기의 여성은 집안에서만큼은 남성과 비교적 동등한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남녀 구분 없이 나이순으로 족보에 이름이 올랐고, 재산도 균등하게 상속받았다. 『쇄미록』에도 오희문이 어머니에게 상속된 노비를 되찾아 오는 장면이 나온다. 반면 사회적으로는 불평등한 점도 많았다. 여성에 대한 호칭이 그렇다. 조선의 여성은 주로 혼례 전 가문의 지역과 남편 혹은 아버지의 성으로 불렸다. 오희문의 어머니 역시 대개 ‘고성 남씨’라고 칭해진다. 오희문의 부인 ‘연안 이씨’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여성 대부분이 누군가의 어머니, 아내, 딸 등으로만 불렸다. 그러나 딸에 대한 오희문 부부의 사랑은 각별했다. 『쇄미록』에는 딸들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표현되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조선시대 아버지들의 권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제사, 혼인, 과거 시험 등 당시의 일상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전쟁으로 당장 오늘 먹을 것과 잠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제사를 지내고, 혼례를 치르고, 과거 시험을 보는 등 어제와 오늘을 연결하여 끝내 내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청소년을 위한 쇄미록』은 7권에 달하는 오희문의 일기에서 반복되는 내용과 지나치게 자세히 서술된 이야기를 생략하여 한 권으로 압축한 책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서윤희 학예연구관은 오희문의 피란 여정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일기 형식의 글을 이야기 형식으로 새롭게 작성했다. 이에 더해 같은 사건을 겪고도 이를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오희문의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상상하여 쓴 글을 덧붙였다. 오희문과 주변 인물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듯한 문체에는 옛 말투가 살아 있어, 예스러운 말맛이 느껴진다. 또한 각 장의 끝에 있는 ‘쉽게 읽는 쇄미록’에는 16세기 조선시대의 생활상과 임진왜란의 경과 등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독자가 전쟁으로 무너진 보통 사람들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쟁이 일어난 지 6일째에 남자 종 둘과 말을 한양으로 보냈다. 원래대로라면 아버지 제삿날에 맞춰 물건도 보내 줘야 했지만, 어머니와 처자식의 피란이 우선이었다. 종들이 무사히 한양까지 갈 수 있을지, 설사 한양까지 가더라도 노모와 처자식이 한양에 그대로 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1장, 「한양을 떠나다」 중에서

전쟁이 터지고 나서 산속으로 들어가 86일을 보내고 장수 관아로 돌아왔다. 날이 추워지면서 얼음도 얼고 한기가 살 속을 파고들어서 아무리 두꺼운 옷을 껴입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전쟁으로 죽은 사람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왔다. 잘못된 소식도 많았지만, 알고 지내던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은 그냥 흘려들을 수 없었다.
---2장, 「고통스러운 전쟁의 나날」 중에서

계사년(1593) 11월 5일 저녁에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어머니가 손수 적으신 편지를 읽어 보니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편에 들으니, 여자 종 서대가 병이 나 냇가에 움막을 쳐서 내보냈는데,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냇가로 기어가다가 엎어져 죽었다고 한다. 서대는 열 살도 되기 전에 어머니가 데리고 온 종으로, 어머니는 서대를 잠시도 곁에서 떼어 놓지 않으셨다. 부지런하고 없는 것도 어떻게든 구해 오는 재주가 있어 어머니가 많이 의지하셨다.
---3장, 「꿈에 그리던 가족을 다시 만나다」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오희문
조선의 양반이다. 외가인 충청도 영동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혼인한 뒤에는 한양에 있는 처가에서 아들 넷과 딸 셋을 두고 살았다. 오희문은 1591년 11월 27일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노비들에게 공물을 받기 위해 길을 떠났다가, 이듬해 4월에 전라도 장수에 사는 처남의 집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 9년 3개월 동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그때 쓴 일기를 엮어 ‘쇄미록’이라고 이름 지었다.

  목차

엮어쓴이의 말: 임진왜란을 살아 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오희문의 가계도
『쇄미록』에 나오는 주요 지역

서序: 나는 오희문이오

1 한양을 떠나다

[쉽게 읽는 쇄미록 1] 조선시대의 연도 표기법

2 고통스러운 전쟁의 나날
[쉽게 읽는 쇄미록 2] 20일 만에 한양이 점령되다

3 꿈에 그리던 가족을 다시 만나다
[쉽게 읽는 쇄미록 3] 학질이 뭐길래…

4 떠돌이 생활을 하며 농사를 짓다
[쉽게 읽는 쇄미록 4] 조선시대 민간요법

5 임천 생활을 정리하다
[쉽게 읽는 쇄미록 5] 양반의 재산, 노비

6 막내딸의 고통
[쉽게 읽는 쇄미록 6] 조선의 딸들

7 큰아들 윤겸이 과거에 합격하다
[쉽게 읽는 쇄미록 7] 험난한 교육의 나라

8 다시 전쟁이 터지고
[쉽게 읽는 쇄미록 8] 조선의 정보 통신
[쉽게 읽는 쇄미록 9] 극악한 왜군과 무도한 명군의 틈바구니에서

9 세월은 꿈같이 흐르고
[쉽게 읽는 쇄미록 10] 오희문의 ‘반려동물’들

10 다시 한양으로
[쉽게 읽는 쇄미록 11] 『쇄미록』: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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