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기는 실재하는가, 아니면 추상의 개념에 불과한가? 이 책의 주제 중 하나인 이 물음에 대해 저자는 돌려 말하는 법 없이 명확한 대답을 내놓는다. 이 책은 어떤 책이며,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동양철학자이며 유학자이다. 유학의 주요 경전에는 사서삼경, 더 확장하면 사서오경이 있고, 그 삼경 중 하나가 역경(주역)이다. 주역(역경)이 다루고자 하는 철학을 한마디로 말하면 세계(우주)의 운용법칙, 즉 음양오행론인데, 주역에서 말하는 음양이 작용하는 방식이 바로 ‘기’이다. 따라서 기는 만물 속에 있고, 또 만물과 함께 있다.동양인인 우리는 일상에서 기를 이야기하고, 무의식적으로 기에 기반한 생각과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감기와 같이 보이지 않는 기에 대한 생각이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는 말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신이나 정신 그리고 악마(악귀)를 이야기할 때, 또 정신, 영혼, 혼백을 이야기할 때 그리고 심기, 원기, 정기라고 할 때도 이 같은 기철학을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 책에서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양철학과 서양 철학, 동양 종교와 서양 종교로도 논의를 확장해 나갔다. 특히 서구의 과학과 과학적 사유를 다루는 데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의 활용과 응용 편에서는, 저자가 의학, 특히 한의학, 그리고 예술과 민속, 종교에 관해 다루면서 기철학과 동양 철학의 유기체론과 영성으로 그 관심과 논의를 넓혀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대개 기철학이 자연철학의 영역에 해당하지만, 인간의 윤리나 가치를 논할 때는 맑고 깨끗한 본체의 기에서 그 근거를 확보하기도 하고, 기존의 다른 이론에 의존하거나 또 다른 설명 방식을 취한다. 온전히 기철학의 체계 내에서 우주 자연과 인간 사회의 질서와 윤리와 도덕을 설명하는 일은 조선 후기에 와서야 가능했다. 물론 그때의 기철학은 앞에서 말한 전통의 기 이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기도 하고, 음양이나 오행 그리고 선천과 후천을 구별하는 것은 폐기하면서 전개되었는데, 기철학 체계 내에 서양 과학과 철학을 수용하면서 그 모습이 변하였기 때문이다.<제1장_ 동아시아 전통 속의 기氣> 중에서
마음을 기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 곧 논리적으로 가장 확실한 것 가운데 하나는 주희 성리학에서 엿볼 수 있다. 주희 성리학에서는 만물이 이(理)와 기(氣)로 이루어져 있고, 이 둘은 현실적으로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만물이 운동하고 변화하는 것은 기(氣)가 하는 일이다. 이란 기가 그렇게 운동할 수밖에 없는 원인자이자 원리이지 그 자체는 형체도 없고 운동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형체가 있고 운동하는 것은 기다.<제2장_ 기氣는 어떤 것인가?> 중에서
정약용(丁若鏞)도 서학을 받아들여 이(理)와 기의 생각을 주희 성리학의 관점에서 탈피하였다. 그는 이(理)라는 것이 절대 불변의 인간적 윤리 가치가 아니라 하나의 자연적 사물의 속성이라고 이해하려고 하였다. 곧 이를 옥석(玉石)이나 나무의 결에 해당하는 맥리(脈理)로 보았다. 더욱이 그는 이(理)가 스스로 존재할 수 없고,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천주실의에서 마테오 리치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계승하여 실체와 속성의 범주를 가지고 사물을 분류하면서 ‘자립자’(自立者: 실체)와 ‘의뢰자’(依賴者: 속성)로 분류한 말에서 가져온 개념이다.<제3장_ 기氣 개념의 변모>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종란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근무했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철학을 전공하고, 최한기(崔漢綺)의 철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철학)를 받았다. 한국방송대학교, 한국체육대학교, 성균관대학교에 출강하였으며, 조선대학교 리철학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을 지냈다. 현재는 집필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서양 문명의 도전과 기의 철학』 『민족종교와 민의 철학』(공저) 『기란 무엇인가』 『의산문답』 『최한기의 운화와 윤리』 『전래동화.민담의 철학적 이해』 『전래동화 속의 철학1~5』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논어』 『주역, 삶에 미학을 입히다』(공저) 『한국철학스케치』(공저) 등이 있고, 『쉽고 재미있는 동양고전 30』 외 다수의 철학동화가 있으며, 번역서로는 『운화측험』 『왕양명실기』 『공제격치』 『주희의 철학』(공역) 『왕부지 중용을 논하다』(공역)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주역』을 통해 구축한 동서철학 융합의 플랫폼」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