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창조적 예술가 레미 찰립의 『모두 어디 있나요?』
뉴욕타임스 ‘최고의 일러스트레이션’ 부분 3회 수상 작가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션’ 선정
“레미 찰립의『모두 어디 있나요?』는 그림책의 본령에 대해 알려 주는 책이다.
그가 왜 거장인지 알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_김지은
“이 책은 어린 친구들에게 완벽한 그림책이다. 한번 앉아 책을 펼치면
여러 번 읽을 수밖에 없으며, 풍성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피어날 것이다.”
-유스 서비스 북리뷰(Youth Services Book Review)
“레미 찰립은 평범한 경험을 마법 같은 여행으로 바꾸며
아이들 스스로 상상하고 즉흥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이끈다.”
-에디스 코헨(의회도서관 아동문학센터 자원봉사자)『모두 어디 있나요?』에는 독자가 적극적으로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숨구멍들이 여기저기 뚫려 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이야기 짓기로 놀라운 세계를 만드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탁월한 그림책이다. 발레 무용수처럼 리듬을 타며 춤을 추는 것 같은 글과 그림은 다양한 방법으로 읽힌다. 아이들과 자유롭게 상상하며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그림책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주인공인 그림책! “모두 어디 있나요?” 여기 빈 페이지로 시작하는 그림책이 있다. “하늘이 텅 비었어요.”라는 짧은 문장과 함께!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작가 레미 찰립은 무슨 이야기를 펼쳐 가려는 것일까? 궁금증과 호기심은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페이지를 넘기면 새 한 마리가 등장한다. 새 그림 안에 “새가”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다. 글과 그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다음 장면에서는 노란 해가 나타난다. “해는 하늘에서 빛나요.”라는 문장과 함께. 역시 해 그림 안에 “해는”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 새는 그 해를 향해 날아오르고 있고.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새로운 것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구불구불 언덕, 언덕 아래로는 강물, 헤엄치는 물고기, 나무 한 그루, 나무들이 이룬 숲, 숲에서 강으로 이어진 길, 사슴, 집 한 채, 아저씨와 아이, 돛단배, 그리고 먹구름…. 먹구름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이야기에 긴장감이 흐른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빗줄기가 점점 강해지면서 주변은 어두워지고 함께 있던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그러다 결국 비만 남게 된다.
그렇다면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누구? 비? 먹구름? 아저씨와 아이? 물고기? 사슴? 나무? 새? 해? 하늘? 글쎄, 누가 주인공이든 상관없다. 아니, 모두가 주인공이다. 각자 소중한 존재 이유를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까! 이 책을 읽는 독자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야기를 읽는 누군가가 자신을 그려 넣기만 하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세상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처럼 『모두 어디 있나요?』에는 독자가 적극적으로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숨구멍들이 여기저기 뚫려 있다. 아마도 레미 찰립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세상을 창조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길 원했을 것이다. “모두 어디 있나요?”라고 외치면서! 그의 부름으로 모두가 “저 여기 있어요!” 하고 짠 나타나기를 바라면서!
살아 움직이는 글과 그림의 완벽한 조화 “『모두 어디 있나요?』는 그림책의 본령에 대해 알려 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그림을 읽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배우게 되었다. 더불어 그림책의 글이 얼마나 산뜻할 수 있는지도 깨달았다. 어린이 독자는 이 책과 함께 그림책을 사랑하는 첫걸음, 세상을 더 사랑하게 되는 두 번째 걸음을 디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걸음은 거장 레미 찰립을 만나러 그림책의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그가 왜 거장인지 알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옮긴이의 말
레미 찰립이 생전에 한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어디서 왔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나는 다른 세계에 있어요. 정말 행운아죠.” 그의 작품 『네드는 참 운이 좋아!』의 네드처럼 온갖 불행을 운 좋게 비켜가면서 리듬을 타고 자유를 만끽하는 삶을 꿈꾸었던 그는 페인트공인 아버지와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시 쓰기를 즐긴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창조적이고 예술가적인 기질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타이틀이 붙는다. 예술가, 작가, 무용수, 발레 안무가, 연극 감독, 무대 디자이너, 교사…. 그중에서 그는 춤을 정말 사랑했다. 춤이 자유의 표현이라 여겼고 춤을 추며 온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또한 모든 예술 활동이 “내적인 댄스 internal dance”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두 어디 있나요?』를 보면 글과 그림이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각자 온전히 자립한 상태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고 할까? 마치 발레 무용수처럼 글과 그림이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지듯 리듬을 타며 춤을 춘다. 그래서 아이들과 노래하듯 글을 읽고 춤을 추듯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무한대로 즐기기에 아주 좋다. 춤추듯 즐기며 그림책을 읽다 보면 해의 움직임, 새의 비행, 물고기의 표정, 먹구름의 이동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극 무대를 옮겨 놓은 듯한 독특한 스타일의 그림책시인, 음악가, 건축가, 그림책 작가 등 당대 영향력 있는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그는 ‘어린이극단 Paper Bag Players’을 운영하는 일에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특히 무용과 그림책을 통해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고 장면을 구현하는 것을 즐겼다. 이 작품도 어린이를 위한 연극 무대 혹은 인형극 무대처럼 묘사되었다. 풍경을 이루는 요소와 각각의 캐릭터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화하며 무대 위에 하나씩 등장한다. 짧은 글은 연극 대본의 지문처럼 읽힌다. 그림은 단순한 점, 선, 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색도 면지의 그린, 본문의 해를 표현한 옐로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블랙이다. 단순한 선과 절제된 색의 그림은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화려한 색으로 꽉 찬 그림들보다 오히려 독자의 상상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무대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꾸밀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레미 찰립과 관련된 재미난 일화가 있다. 그는 자주 춤 동작을 묘사한 그림을 그려 항공우편으로 무용단에게 보내 무용수들이 스스로 안무를 짜도록 했다. 일명 ‘항공우편 댄스 Air Mail Dances’이다. 그렇다면 『모두 어디 있나요?』도 레미 찰립이 우리에게 보내는 항공우편 댄스일지 모른다.
자, 우리에게 임무가 주어졌다. 이 그림책을 통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무대를 꾸미고 의상을 디자인하고 춤을 추는 예술가가 되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