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역사적·문화적·사회적 관점에서 본 커피에 대한 오랜 탐구를 바탕으로 했다. 학문적 수준의 정확성을 유지하며 진실을 추구하고자 애를 썼다. 과학적 근거와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통해 커피의 기원부터 커피의 미래까지 그 여정을 조명했다. 동시에, 오랜 세월 사람들을 매혹시켜온 전설과 신화들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의미를 파헤쳤다.
제1장에서는 커피의 풍부한 향미와 감각, 커피의 미래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했다. 커피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감성적 경험과 심리적 영향,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또한, 끊임없이 진화하는 커피 소비 트렌드와 혁신적인 제품들을 소개하며, 미래 커피 시장의 방향을 제시했다.
제2장에서는 커피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문화적 배경을 살폈다. 전쟁, 정치, 경제, 노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커피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했다. 커피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적 관습과 전통을 소개하며, 커피가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유를 분석했다.
제3장에서는 커피 생산 과정의 모든 단계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커피 재배지의 특징과 다양한 종류의 커피콩, 로스팅과 추출 방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아울러 홈로스팅 방법과 다양한 커피 음료 레시피를 소개해 직접 맛있는 커피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4장에서는 커피의 건강 효과와 다양한 활용법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소개했다. 커피의 영양 성분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다이어트·탈모 예방·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을 풀이했다.
출판사 리뷰
커피, 역사와 문화와 사회를 로스팅하다
“커피의 탄생부터 커피의 미래까지”
“커피 한 잔에 담긴 파란만장한 역사”
★ 커피도 멸종될 수 있다
★ 커피를 탄압한 자들에게 내린 저주
★ 펠레의 ‘커피에 보내는 뜨거운 절규’
★ 마크 트웨인이 사랑한 ‘하와이 코나 커피’
★ 소금 커피는 언제부터 유행하게 되었을까?
★ 영국의 찰스 2세가 커피하우스 폐쇄령을 내린 이유
★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왜 ‘여왕의 커피’라고 불렸을까?
★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비엔나 연사(Vienna Affair)’
커피는 정서를 보듬어주는 향미뿐만 아니라 천일야화보다도 매혹적인 이야기로 우리를 설레게 한다. 아라비아의 고독한 사막에서 유럽의 화려한 궁전까지, 커피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역사와 문화와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이 놀라운 여정 속에 사실과 허구가 혼재되어왔다. 과장된 전설과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커피의 진정한 가치를 가려 버렸다.
『파란만장한 커피사』는 역사적·문화적·사회적 관점에서 본 커피에 대한 오랜 탐구를 바탕으로 했다. 학문적 수준의 정확성을 유지하며 진실을 추구하고자 애를 썼다. 과학적 근거와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통해 커피의 기원부터 커피의 미래까지 그 여정을 조명했다. 동시에, 오랜 세월 사람들을 매혹시켜온 전설과 신화들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의미를 파헤쳤다.
제1장에서는 커피의 풍부한 향미와 감각, 커피의 미래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했다. 커피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감성적 경험과 심리적 영향,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또한, 끊임없이 진화하는 커피 소비 트렌드와 혁신적인 제품들을 소개하며, 미래 커피 시장의 방향을 제시했다. 제2장에서는 커피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문화적 배경을 살폈다. 전쟁, 정치, 경제, 노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커피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했다. 커피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적 관습과 전통을 소개하며, 커피가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유를 분석했다.
제3장에서는 커피 생산 과정의 모든 단계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커피 재배지의 특징과 다양한 종류의 커피콩, 로스팅과 추출 방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아울러 홈로스팅 방법과 다양한 커피 음료 레시피를 소개해 직접 맛있는 커피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4장에서는 커피의 건강 효과와 다양한 활용법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소개했다. 커피의 영양 성분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다이어트·탈모 예방·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을 풀이했다.
커피를 알고 마시면 자신과 가족이 건강해지고,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들의 삶이 개선되며, 커피를 즐기는 자리가 숱한 이야기로 더욱 행복해진다. 커피야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 커피는 ‘네버 엔딩 스토리’와 같다. 이제 커피는 별다른 의식 없이 숨 쉬는 공기처럼 우리 삶의 디폴트값이 되었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단지 낭만인 시대는 지났다. 커피 한 잔에서 심적 위로를 받고 물리적 에너지를 찾는 시대다. 훗날 인류의 특징 중 하나로 ‘항상 혈액에 카페인이 존재하는 포유동물’이 사전에 추가될 것이다.
‘커피 심리학’ 시대
커피를 마신 뒤 쇼핑을 자제해야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따뜻한 커피를 대접해야 하는 등의 이유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밝힌 연구 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커피 심리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커피는 인간의 몸뿐만 아니라 심리에도 영향을 끼친다. 카페인이 중추신경에 작용하니 당연한 말이 아닌가 싶다. 커피 한 잔이 지닌 특정한 맛과 향, 그것을 경험하는 심리적 기대감이 카페인만 섭취할 때와는 다른 정신 작용을 유발하는 것이다. 커피를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각성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각성은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어 정신이 또렷해지고 주의력이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의 본질은 정서를 보듬어 삶의 결을 되살려주는 달램에 있다. 가을의 커피는 더욱이 감각적이다. 프랑스의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이 되어 숲길을 걷는다면, ‘바스락바스락’ 낙엽의 영혼이 되살아날 것 같은 기운도 느껴진다. “가을은 가슴을 찢는다”는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절규가 들리는 것 같다. 우리의 몸은 커피가 목을 타고 들어와 감성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경험하고 있다. 커피가 우리의 관능을 위로하는 것은 단맛이 행복감을 주는 것과 같다. 따뜻한 카페라테는 가을날 허전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묘약이 된다. 특히 비 오는 날에 커피를 간절하게 찾는 것은 정서를 만드는 커피 향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커피는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도 유익하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약 5만 명 이상의 참가자들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20퍼센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하루에 2~3잔의 커피를 마시면 자살률이 절반 가깝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뇌내 신경전달물질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일종의 항우울제 역할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커피에 대한 뜨거운 찬사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카페를 집필실로 삼기도 했다. 카페 마니아로 소문난 사르트르가 모카포트에 매달리는 바람에 그가 나오는 사진의 배경에서 자주 목격되자 “모카포트는 철학자의 커피”라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공공연하게 에스프레소보다 모카포트가 더 맛있다고 고백했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는 세상을 떠나기 2개월여 전인 2022년 10월 17일 “브라질 사람들에게 커피는 신성한 음료다. 브라질 커피 한 잔 드시고 싶은 분 없습니까?”라는 글과 함께 젊은 시절 직접 커피를 추출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펠레의 마지막 메시지인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영원히”는 커피 애호가들에게 ‘커피에 보내는 뜨거운 절규’로 가슴을 울린다.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사랑에는 비엔나커피가 있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190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는데, 1933년에 스위스 여행을 갔다가 제네바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당시 58세의 이승만과 합석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두 사람은 비엔나커피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가다가 이듬해 결혼을 했다. 이 사연이 나중에 ‘비엔나 연사’로 회자되면서 비엔나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증폭되었다. 미국 정부가 선정한 ‘6·25전쟁의 4대 영웅’인 백선엽 장군도 커피와 인연이 있다. 6·25전쟁 당시 백선엽과 함께 생활하던 미군의 메이 중위가 버너를 들고 막사를 찾아가 커피를 끓여주었는데, 백선엽은 “그가 타주는 커피는 적잖은 위안이었다”며 “차가운 겨울에 찾아온 말라리아의 오한이 좀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와이 코나 커피는 ‘미국 문학의 링컨’으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이 찬사를 보내면서 ‘마크 트웨인이 사랑한 커피’로 유명세를 탔다. 그는 “코나 커피는 그 어느 곳에서 재배되는 커피보다 향미가 풍성하다. 코나 커피는 최고의 커피가 자라야 할 곳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당신의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1911년 노르웨이의 로알 아문센이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커피는 탐험대의 몸과 마음을 지켜주었다. 영하 70도에 달하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아문센은 커피만은 챙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문센은 “아무리 졸리고 짜증이 나더라도 한 모금의 뜨거운 커피는 금세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밤샘 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커피만큼은 항상 제공했다”고 말했다.
커피를 탄압한 자들에게 내린 저주
18세기 프리드리히 대왕은 7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큰돈을 주고 수입해 마시는 커피를 탄압했다. 왕이 허락한 공장에서만 커피를 볶게 했고, 코로 로스팅 냄새를 맡는 ‘카피리처’를 고용해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감시하도록 했다. 이렇듯 커피 음용을 금지하고, 커피를 마신 자의 목숨을 빼앗은 ‘커피 박해’는 대부분 권력을 가진 자의 통치를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대중이 위정자의 탄압에 굴복한 사례는 없었다. 1511년 메카의 총독인 카이르 베그는 어느 날 밤에 예배를 마치고 사원을 나서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밤샘 기도를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커피가 사람들을 방종에 빠뜨릴 것을 우려해 커피를 못 마시게 하고, 무리를 사원 밖으로 쫓아냈다.
사실 커피가 사람들을 불러모아 정보를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 이를 통해 개개인이 지식을 얻고 지성에 눈떠 지배 세력에 대항하게 되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카이르 베그는 메카 시내의 모든 커피하우스를 폐업 조치하고 커피를 발견하는 즉시 소각하도록 했다. 커피를 몰래 마시는 사람들은 불복종죄로 불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나귀에 실려 메카 중심지 여기저기로 끌려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카이르 베그는 ‘공공의 강탈자’로 낙인 찍혀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 이처럼 커피의 역사에서 이들의 운명은 ‘커피를 탄압한 자들에게 내린 저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찰스 2세 때인 1674년 여성들이 커피 음용을 금지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 청원서에서 여성들은 커피를 ‘남자들을 사막처럼 메마르게 하고 쇠약하게 하는 음료’라고 묘사했다. 또한 커피를 자주 마시는 남편들이 잠자리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노골적인 불만도 터트렸다. 그러자 찰스 2세는 커피하우스 폐쇄령을 내리고 커피 음용을 금지했다. 사실 그는 지식인들이 커피하우스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서민들을 교육시키는 것을 두려워했다. 최초의 시민혁명으로 기록된 청교도혁명에서 부친인 찰스 1세가 처형당하는 일을 겪은 그에게 ‘시민의 계몽’은 트라우마로 작용할 만했다.
아인슈페너와 ‘비엔나커피’, 블루마운틴과 ‘여왕의 커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뜨거운 커피 위에 휘핑크림을 얹은 커피를 ‘아인슈페너’라고 부른다. 17세기 마부들이 흔들리는 마차에서도 커피를 흘리지 않도록 생크림을 얹어 먹은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비엔나커피는 커피의 역사에서 맛에 중점을 둔 ‘유럽 최초의 카페 베리에이션 메뉴’라는 평가를 받는다. 커피를 문화로 즐기려는 오스트리아인들은 커피에 우유와 크림을 섞으며 부드럽고 달달하게 커피를 즐기면서 다양한 베리에이션 메뉴를 만들어냈다. 오스트리아는 빵을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빵 반죽에 사용하는 크림이 커피를 만나면서 ‘아인슈페너’, 곧 ‘비엔나커피’가 탄생한 것이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여왕의 커피’라고 불린다. ‘여왕의 커피’라는 마케팅 수법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영국 왕실이 세계 구석구석을 뒤져 찾아낼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지만 실상 사연은 엉뚱한 데 있었다. 1964년 자메이카와 수교를 맺은 일본은 자메이카커피산업위원회로 하여금 품질보증서 제도를 도입하게 함으로써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넘버원’이라는 등급을 만들었다. 일본은 블루마운틴 커피를 하와이 코나 커피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최상급인 넘버원 커피를 전량 선점해 90퍼센트를 일본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10퍼센트만을 세계에 유통했다. 블루마운틴 넘버원은 ‘인위적인 희소성’ 덕분에 값이 치솟아 비싸게 팔리며 ‘커피의 황제’라는 닉네임을 얻게 되었다.
소금 커피가 전 세계로 퍼진 계기를 제공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미국 해군의 함선에는 바닷물을 식수로 전환하는 담수화 장치가 있었는데, 소금을 100퍼센트 제거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해군이 전쟁 중에 마신 커피는 약간 짠맛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간 해군 참전 용사들이 커피에 소금을 뿌려 마시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아이리시 커피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아일랜드 국제공항에 사람이 몰리며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레스토랑 주인인 조지프 셰리든이 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커피에 위스키를 넣으면서 탄생했다.
미국에서 아이스커피는 20세기 초 특히 북동부와 남동부 지역에서 일반화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여름이 덥고 습하기 때문에 뜨거운 커피를 즐기기 어려웠고, 이때 간편하게 얼음을 만들어주는 냉장고의 보급은 아이스커피를 가정까지 퍼트리는 동력이 되었다. 커피와 우유의 만남에서 ‘라테 아트’를 빼놓을 수 없다. 라테 아트는 1980년대 중반 미국 시애틀에서 유래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에 거품 우유를 붓다가 비중 차이로 우유가 위로 뜨면서 문양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수많은 연습 끝에 하트 모양을 그려냈다.
커피의 미래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직간접적으로 사용되는 물의 총량, 즉 ‘물발자국’은 132리터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10분간 샤워할 수 있는 분량의 물을 소모하는 것이다. 더구나 커피가 씨앗에서 한 잔의 음료로 완성되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나타낸 ‘탄소발자국’ 수치도 엄청나다.
세계자연기금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만 제곱킬로미터의 숲이 커피 농장을 만들기 위해 파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2014년에만 1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사라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해에 커피로 인해 3초마다 축구 경기장만 한 숲이 사라진 꼴이다. 삼림이 파괴되면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이는 생물다양성 손실을 초래한다. 세계 커피 산업은 연간 271조 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지만, 그만큼 삼림 훼손과 온실가스 배출, 물 부족 사태 등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국제커피기구에 따르면 커피 소비량이 마침내 생산량을 넘어섰다. 2021~2022년도에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은 2020~2021년도의 커피 소비량에 비해 3.3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2021~2022년도에는 커피 소비량이 생산량을 약 310만 포대 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맛이나 수익성을 따져 재배하지 않았던 리베리카종과 엑셀사종 커피나무도 다시 재배되기 시작했다. 로부스타보다 고온과 가뭄에 강한 커피가 리베리카와 엑셀사다. 최근 라오스에 유럽 자본이 투입되어 엑셀사를 집중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아라비카종은 고온과 병충해에 강한 신품종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병충해와 기온 변화를 견딜 수 있는 품종의 개발이다.
미래의 커피는 어떤 모습일까?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커피 재배지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2080년에는 커피나무가 멸종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커피는 인류사에서 사라지는 걸까? 이탈리아어로 ‘원자’를 뜻하는 ‘아토모’를 회사명으로 삼은 한 신생기업이 2023년 10월 10일부터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커피 매장에서 ‘대체 커피’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토모 커피는 1,000가지가 넘는 원료를 시험해서 커피와 동일한 향미를 내는 40여 개 원료를 찾아냈다. 이것이 바로 ‘빈리스 커피’다. 빈리스 커피는 환경을 훨씬 덜 파괴하며 기후변화와 상관없이 지속적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칼슘 손실, 카페인 과잉 반응, 잔류 농약 문제 등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을의 멜랑콜리를 커피로 극복할 수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토머스 엘리엇(Thomas Eliot),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등 수많은 문학가가 커피의 질감에서 위안을 받았다. 커피를 머금고 입안 구석구석 돌려보면 부드러움이 살아난다. 가을 커피의 매력은 보디(body)다. 보디는 와인의 향미를 표현하는 데 쓰는 용어인데, 커피 맛을 평가하는 데도 사용된다. 커피를 머금었을 때 그 무게감이 우유 쪽에 가까울수록 “보디가 무겁다(heavy)”고 표현한다. “보디가 무겁다”는 것은 커피에 들어 있는 성분이 많고 복합미가 좋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보디가 좋으면 목을 타고 내려오며 피워내는 향과 삼킨 뒤 길게 이어지는 뒷맛이 인상적이게 마련이다. 「가을에는 커피가 생각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인기도 맛으로 풀이할 수 있다. 뜨거운 커피에 비해 한 모금 가득 입안에 담을 수 있어 ‘양적 포만감’이 뛰어나다. 그 덕분에 입안의 점막을 눌러주는 강도가 상대적으로 강해 보디감이 뜨거운 커피보다 되레 묵직하고, 그로 인한 만족감이 크다. 차가움으로 인한 첫인상이 강렬하고 상쾌해 기분 전환에도 더욱 효과적이다. 또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마신 뒤 20~30분이 지나야 서서히 나타나는데, 이 공백 기간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청량감으로 메워준다. 마시는 즉시 깨어나는 듯한 물리적 자극을 준다는 점도 ‘따아’가 ‘아아’를 이겨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미국 남북전쟁의 스타는 커피였다.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국립미국사박물관의 큐레이터인 존 그린스펀(Jon Grinspan)은 「커피는 어떻게 남북전쟁을 부채질했는가?(How Coffee Fueled the Civil War)」라는 2014년 7월 9일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전쟁, 총알, 대포, 노예, 어머니, 심지어 링컨”이라는 단어보다 “커피”가 당시 병사들의 일기에 더 많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 박물관에 보관된 한 병사의 일기는 커피가 얼마나 절실한 ‘무기’였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북군의 기습부대 요원 에베네저 넬슨 길핀(Ebenezer Nelson Gilpin)은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865년 4월의 일기에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긴장감은 견딜 수 없을 정도다. 보급품이 전보다 4분의 1로 줄었으며 커피 보급 자체가 끊겼다. 커피 없이는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커피는 남북전쟁에서 군인의 무기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영순
1992년 『세계일보』 수습기자를 시작으로 20여 년간 언론계에 몸담으면서 법조(서울지검), ‘시경 캡’, 청와대 출입 기자 등을 지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생물학과 유전공학을 전공했고, 기자 시절 의학과 와인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식음료 향미 전문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와인 블렌더, 위스키 블렌더, 사케 소믈리에, 차 테이스터, 커피 로스터, 에스프레소 이탈리아노 스페셜리스트 등 40여 종의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디플로마(diploma) 과정을 밟았다. 커피에 더욱 심취한 50대에는 커피를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커피가 보듬어주고 불러일으키는 정서와 감성을 말과 글로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언어학에 도전해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커피인문학, 커피 테이스터, 플레이버(flavour) 마스터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었다. ‘마르퀴즈 후즈 후’는 “커피 분야에서는 한국 최초이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201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원대학교 교양학부에 ‘커피인문학’이 개설되어 교단에 섰고, 현재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커피인문학』·『이유 있는 바리스타』 등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 6
제1장 커피는 달다
가을에는 커피가 생각난다 ‧ 19
비 오는 날에는 커피가 간절해진다 ‧ 25
커피 심리학 시대 ‧ 31
커피에서 꽃향기가 난다 ‧ 37
커피는 정서로 남는다 ‧ 44
커피를 뜨겁게 마실까, 차갑게 마실까? ‧ 50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 57
고양이 똥 커피에 왜 열광하는가? ‧ 64
커피에 소금을 넣을까? ‧ 70
시나몬 커피와 복숭아 절임 커피 ‧ 76
빈리스 커피 ‧ 83
커피와 물발자국과 탄소발자국 ‧ 89
커피도 멸종될 수 있다 ‧ 95
우주 시대의 커피 ‧ 101
제2장 커피는 쓰다
커피를 탄압하다 ‧ 111
커피는 남북전쟁에서 군인의 무기였다 ‧ 117
커피가 ‘컵 오브 조’라고 불린 이유 ‧ 123
국가를 위해 헌신한 퇴역 군인을 돕는다 ‧ 128
커피 브레이크와 커피 타임 ‧ 134
블루마운틴은 왜 ‘여왕의 커피’라고 불렸을까? ‧ 140
아인슈페너는 왜 ‘비엔나커피’라고 알려졌을까? ‧ 146
커피와 공정무역 ‧ 153
노랫말 속에 커피가 있었다 ‧ 159
펠레의 ‘커피에 보내는 뜨거운 절규’ ‧ 167
커피 해방 일지 ‧ 173
‘다방 마담’은 어떻게 ‘다방 레지’로 전락했는가? ‧ 180
한국의 커피나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 186
커피는 인류에게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 ‧ 192
제3장 커피는 시다
제철 커피의 가치 ‧ 201
로스팅은 향미를 표현하는 과정이다 ‧ 208
커피 맛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 214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가 탄생했다 ‧ 220
에스프레소와 모카포트 ‧ 225
커피와 우유가 만났을 때 ‧ 232
커피와 술이 만났을 때 ‧ 239
세계가 코나 커피를 주목한다 ‧ 246
디카페인 커피는 어떻게 발명되었을까? ‧ 253
커피에서 카페인을 어떻게 제거할까? ‧ 259
커피는 경기력을 향상시킨다 ‧ 265
모든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다 ‧ 272
제4장 커피는 짜다
커피와 다이어트 ‧ 281
커피와 낮잠 ‧ 287
커피와 탈모 ‧ 293
카페인의 유혹 ‧ 299
미각도 늙는다 ‧ 305
커피는 역경을 이겨내게 한다 ‧ 311
커피와 차, 어느 것이 몸에 좋을까? ‧ 317
커피 한 잔의 용량은 얼마일까? ‧ 323
커피는 몇 잔까지 마셔도 될까? ‧ 330
세상에서 가장 큰 커피숍은 어디에 있을까? ‧ 336
커피 연대기 ‧ 342
커피 품종 연대기 ‧ 348
참고문헌 ‧ 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