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에이 뷰 2023 포트폴리오 리뷰 THE FIRST PLACE 최우수 포트폴리오 〉로 선정된 송상현의 작품 <병원>을 새롭게 구성한 작품집이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동경해 온 윤동주 시인이 시에서 영감을 받아 그가 있던 일본의 도시로 날아간다. 그곳에서 윤동주를 기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가 걷던 길을 걸으며 그의 시가 남겨진 장소에서 작가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쓰고, 읽으면서 윤동주와 조우 하였지만 이 작품집은 단순히 윤동주를 기리는 작업이 아니다. 우리는 윤동주와 같은 시대를 버텨낸 시를 대할 때 저항과 비저항, 서사와 비서사 등의 잣대를 넣어 분석하고 해체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그런 모든 해설을 걷어내면 결국 그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송상현의 윤동주는 시대적 젊은이의 하나인 존재이다.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이 지나친 시련이 지나친 피로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一千九百四十五年 二月 十六日, 스물일곱의 청년 윤동주는 광복을 불과 六個月 앞두고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을 거두었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진 바 없으나, 같이 수감된 사촌 송몽규의 증언에 의하면 일본군 생체 실험의 결과로 추정된다. 그리고 三年 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세상에 나오며, 그는 사랑했던 조국에서 국민 시인이 된다.중략윤동주의 시 <병원>의 구절처럼, 이 작업에는 명확한 답이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우울해하고 끝까지 침잠하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보는” 것이다. 세상 그 무엇도 사람들의 믿음만큼 명료하고 단순하지 않다. 분명 우리가 하는 고민들 사이에 중요한 것은 흩어져 있을 것이다.차연의 풍경 속에서, 윤동주와 만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