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예술을 사랑하는 투포환 소녀,
꿈을 안고 영화계에 발을 디디다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많았던 박남옥은 예체능 능력자였어요. 고등학교 시절 육상부에서 활동하며 높이뛰기, 투포환 선수로 활동하는 동시에 문학, 미술, 영화를 좋아했지요. 가족의 반대로 좋아하던 운동을 그만두었을 때 좌절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낙천적인 성격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많았던 꿈 부자 면모 덕분이기도 했어요.
박남옥은 꿈을 이루지 못해도 오래 고민하고 걱정하기보다 다음 일을 실행하는 사람이었어요. 대학 공부가 적성에 안 맞으면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었고, 그럼에도 대학에 계속 다니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자 미련 없이 학교에서 나와 신문사 기자가 되었지요. 해방 이후 우리말을 잘하지 못해 신문 기자로 일할 수 없게 되자 영화사 촬영소에서 스크립터로 일했어요. 이 모든 경험이 영화감독으로 거듭나는 자양분이 되었지요.
자기 삶과 작품으로 나타낸 당당한 여성상,
여자도 하고 싶은 게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드러내다박남옥이 영화계에 발을 디딘 당시 영화계에는 남성 영화인이 많았어요. 박남옥이 스크립터로 일하다 촬영소를 그만둔 데에는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여성 영화인의 정착을 어렵게 하는 영화계의 현실도 영향을 미쳤어요. 경력을 쌓은 박남옥이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걱정스러운 목소리와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았어요. 영화 투자자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후반 작업을 위한 협조를 받기도 어려웠지요.
그런 박남옥이 만든 영화 〈미망인〉은 특별했어요. 당시 영화에서는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던 여성의 현실과 솔직한 마음을 잘 표현했어요. 자신의 꿈과 열정,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던 박남옥은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는 여성 주인공을 만들었지요. 영화 잡지를 낼 만큼 영화를 사랑했던 박남옥은 〈미망인〉 이후로는 작품 활동이 없었는데, 당시 박남옥이 겪었던 녹록지 않은 현실을 알 수 있어요.
예술인이자 리더 박남옥,
우리나라 여성 영화감독의 길을 열다영화는 글(시나리오), 연기,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아우르기 때문에 종합 예술이라고 불려요. 영화 촬영 과정을 책임지고 통솔하는 영화감독은 영화에 적용되는 예술 전반을 이해해야 하지요. 또 사람들이 모여 작업하기 때문에 통솔력도 필요해요. 사람들을 섭외하고, 영화를 촬영하고, 후반 작업까지 맡은 박남옥은 영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리더십 있는 감독이었어요. 박남옥의 이런 선구자적인 활동이 오늘날 여성 영화감독들의 약진을 가능케 한 발판이 되었지요.
당시에는 여자는 잘하는 게 있어도 때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직업을 가지는 것보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는 게 더 중요했지요. 박남옥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았지만 영화를 향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어요. 박남옥은 아이를 업고 촬영장에 나와 일했지요. 박남옥이 세상을 떠난 후, 박남옥의 딸은 박남옥이 쓴 글을 모아 박남옥의 자서전을 출간했어요. 영화감독 박남옥은 엄마로서도 딸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통해 박남옥의 영화 한 편이 우리나라 영화계에, 여성의 사회생활에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해방 후에도, 전쟁 때에도, 전쟁이 멈추고 나서도 여성은 주체적으로 꿈을 선택하기 어려웠던 시절, 자신만의 꿈을 찾아 가며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놓지 않았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만나 보세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에는 6·25 전쟁(한국 전쟁)을 소개하는 ‘그때 그 사건’, 영화감독 박남옥을 알아보고 또 다른 여성 영화감독 홍은원을 소개하는 ‘인물 키워드’, 영화 제작 과정과 용어를 알 수 있는 ‘그때 그 현장’ 등 정보 페이지도 함께 구성되어 있어 박남옥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요.
청어람주니어 블로그(https://blog.naver.com/juniorbook)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독후 활동지를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인물 관계도, 낱말 퍼즐, 독서 퀴즈, 독서 토의·토론 등 다채로운 내용이 담겨 있으니 독후 활동 시 활용해 보세요.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를 소개합니다1. 왜 여성 인물일까요?
옛날에는 유교 사상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여성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 시대에도 정치, 사업, 복지, 문학, 의학, 독립운동, 노동 운동, 언론, 법,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 여성들이 있었어요.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남성들보다 덜 알려진, 하지만 알아야 할 여성들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 동화로 엮었어요.
2. 다른 인물 이야기와 무엇이 다를까요?
인물이 살던 시대와 역사적 사건을 연대기적 구성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역경을 이겨 내는 인물의 성격과 삶의 태도에 집중했어요.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는지, 어떤 점에서 뛰어났는지 조명함으로써 입체감 있는 인물의 삶에 몰입해 실감나게 읽을 수 있는 인물 동화예요.
3. 인물 이야기로 어떻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 앞에 ‘인물 관계도’와 ‘연표’를 넣어 인물과 연관된 사람들과 인물의 생애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어요. 이야기 끝에는 인물이 살던 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알려 주는 ‘그때 그 사건’, 인물의 특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인물 키워드’, 인물이 활동하던 분야의 작업 과정을 알아 볼 수 있는 ‘그때 그 현장’을 넣었어요. 인물 이야기와 더불어 역사 정보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한 역사 동화예요.
“언니, 여자는 왜 이리 안 되는 게 많아?”
속이 상한 남옥이 작은언니에게 툴툴거렸다.
“남옥아, 투포환을 그만두는 게 아쉽구나.”
작은언니가 남옥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정스레 다독였다.
“어떤 길이 막히면 또 다른 길이 열린대. 넌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잖아? 투포환만큼 재미있고 기쁨을 주는 걸 찾아 보는 건 어때?”
언니의 조언은 남옥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래, 분명히 있을 거야. 난 원래 꿈 부자이니까.’
남옥의 취미는 변함이 없었다. 영화배우의 브로마이드를 모으고 사진을 스크랩했다. 한 걸음 나아가 영화에 관한 신문 기사나 광고까지 오려 붙였다. 그 꾸준함 덕분에 몇 년간 모은 결과물은 대단했다. 한번은 어릴 때부터 모았던 스크랩북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영화배우들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네. 나중에는 좋은 자료가 되겠는걸.’
그때부터 남옥은 영화 감상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간단하게 내용을 요약하고, 영화를 본 느낌과 생각을 적었다. 다른 영화와 비교할 점이 있으면 써 놓았다. 어떨 때는 영화에 관한 전문 서적까지 찾아 읽고서 보충해 놓았다.
얼마 뒤, 남옥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조선영화사 광희동 촬영소에서 일하게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