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여름의 시작부터 봄의 끝까지,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들을 담은 단상집이다. 계절을 지나거나 산책을 하는 이야기, 사람을 만나거나 기다리거나 하는 115개의 작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출판사 리뷰
적당한 마음을 좋아합니다. 너무 과하거나 부족하지도 않은, 서운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마음이 있다면 믿음을 쌓아가거나 작은 용기를 내어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농도의 사람이 되자고, 계절마다 혼자 되뇌어보던 다짐 속에 한 해를 지나며 다행히도 그런 마음과 사람, 순간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물론 바라던 것보다 커서 벅차던 마음이나 한없이 낮아지는 날들도 있었습니다만, 기록들을 갈무리하며 그런 일들도 삶에는 물론 필요했다는 것들 문득 깨닫습니다.
<적당한 농도의 사람>은 여름의 시작부터 봄의 끝까지,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들을 담은 단상집입니다. 계절을 지나거나 산책을 하는 이야기, 사람을 만나거나 기다리거나 하는 115개의 작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대단한 장치로 읽는 마음을 매료시키거나 탄성을 내게 하지는 않습니다. 별다를 것 없는 생활의 일부를 담아낸 것이라서요. 하지만 글을 쓰고, 읽어주시는 분들을 만나며 그런 종류의 이야기들이 작은 위로와 힘을 더하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강이나 호수에 아주 작게 일어나는 물결 같은 모양으로 닿고 싶습니다. 잠시 일어났다 자국 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그 사이 잠깐의 좋음이나 힘으로 남게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요즘에는 정말 꿈을 자주 꾼다. 상상력이 부족한지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고양이 가족과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고, 매번 자주 다니는 장소에 서 있거나, 주변을 걸어 다니거나, 하던 일을 하는 꿈이다. 꿈보다는 잠든 이후의 생활이 있는 느낌이다.
다만 어제는 그 사람과 한참을 걸어 다니는 꿈을 꿨고, 일어나자마자 오늘 날짜의 메모장에 ‘가장 꿈 같은 꿈을 꿨다’고 적었다.
오늘의 첫 일과는 빵을 굽는 것이었다. 조가비 모양의 작고 포슬포슬한 빵들. 언젠가 갖고 싶어했던 빵 만드는 책을 누군가 선물해주었고, 오전에는 밀가루와 부침가루가 무슨 차이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내내 반죽을 하고, 틀에 버터를 바르고, 오븐 안을 들여다보며 제발 타지 말아달라고 빌었다.
사실 혼자 먹을 생각이었다면 조금 덜 떨었을 텐데, 책을 준 이에게 빵을 돌려줘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더니 냄비를 태워먹거나 속이 덜 익거나 하는 일들이 잔뜩 있었다. 핑계 같지만 누군가를 생각하며 하는 일들은 그렇다. 괜히 손끝을 떨어 손을 데이거나 다 구운 빵을 떨어뜨리게 되거나 하는 것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찾은 첨성대는 (당연히) 어젯밤의 생각보다는 컸고, 그래서 기뻤다. 첨성대를 생각했던 처음의 마음이 가늠했던 정도, 딱 그 정도의 크기였기 때문이다. 정말 적당한 크기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네모난 돌들. 적당히 따듯한 갈색의 잔디밭과 낙엽 진 숲. 주변을 산책하는 동안도 첨성대는 내내 그곳에 있었다. 그 당연한 일이 그렇게 안심이 되어서 발바닥이 아파질 때까지 주변의 산책로를 빙글빙글 돌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한주안
@haanjuan생활의 작은 것들을 적습니다. 혼자 밥을 하고, 종종 찾아오는 고양이들의 밥을 챙깁니다.<겨울의 작은 집>,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