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35년 넘게 국제 분쟁 지역을 누비며 총성이 울리는 현장을 취재해 온 전선기자 정문태의 특별한 회고. 정문태는 국제 언론을 통틀어 가장 많은 전선을 가고, 가장 많은 최고위급 정치인을 인터뷰한 기자로 손꼽힌다. 그의 기사 이력에는 ‘최초’ ‘유일’ ‘단독’이라는 문구가 가득하다. 전쟁과 국제 정치 취재의 역사와 경험이 짧은 한국 언론에서 정문태의 가치는 독보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의 긴 기자 생활에서 얻은 소중한 기억과 교훈을 나누고자 한다. 하여 전쟁을 취재할 때는 어떤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어떻게 전쟁 현장을 똑바로 목격하고 시민 사회에 알려야 하는지를 자신의 진한 체험 속에 녹여냈다. 총탄과 위협도 두려워 않고, 막힌 국경과 전선을 뚫으며 누비는 그의 취재기는 흡사 모험극이라고 할 만큼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한다.그날 밤, 나는 철 지난 일기장을 꺼내 먼지를 털었다기웃기웃, 30년 웃도는 기억창고를 하염없이 헤맸다동틀 무렵, 문득 무겁고도 날카로운 화두를 잡았다“개인의 체험도 공적 도구가 되어야 한다!”겁 많은 나는 석 달 보름 망설임 끝에 맘을 곧추세웠다전선기자가 죽은 시대를 벗들과 함께 고민해보기로그 처음과 끝은 모두 전쟁의 환상을 걷어내는 일,‘독백’ ‘고백’ ‘자백’, 외로움을 연장 삼자고 다짐하며
이처럼 대한민국과 달리 모든 언어권에서 전쟁 취재하는 기자를 군대와 한통속으로 묶어 ‘군대를 따르는 기자’, 즉 종군기자라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스무 명 웃도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출신 외신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군대를 따르는 기자’란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인종, 문화, 지역과 상관없는 역사적 경험의 차이였던 셈이다. 20세기 초 일본 군국주의자가 침략전쟁에 끌고 다니며 호전 나팔수 노릇을 시킨 자들한테 붙인 이름이 종군기자였으니 외신판 친구들이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을 수밖에.
걸러낼 장치 없는 전쟁 보도는 기자한테서 곧장 시민사회로 전해지는 치명성을 지녔다. 시민 생명이 걸린 전쟁판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뒤늦은 후회나 반성 따위를 인정하지 않는 까닭이다. 따라서 전선기자들한테는 오보 정정이란 게 없다. 이게 한 문장, 한마디를 돌이킬 수 없는 최후로 여겨온 전선기자들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도시의 욕망으로 전쟁을 다루지 말라는 무서운 경고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문태
35년 넘게 국제분쟁 최전선을 뛰어온 베테랑 독립 기자. 역사가 굴러가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시민 감시의 눈길이 닿지 않는 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기록하기 위해서 세계 곳곳의 전선으로 향했다. 1990년부터 방콕을 베이스 삼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팔레스타인, 예멘, 레바논, 코소보, 아쩨, 카슈미르를 비롯한 40여 개 분쟁 지역을 뛰었고, 전선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왔다. 그 사이 숱한 저항 세력 지도자와 소수민족 반군 본부를 최초로 취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도 ‘소수, 비주류, 피해자, 방어자 쪽에서 취재한다’는 원칙을 좇아서 현장에 가고 있다.지은 책으로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2003년), 『현장은 역사다』(2010년), 『위험한 프레임』(2016년),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기록』(2017년 개정판), 『국경일기』(2021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