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강서구 마곡동 소재)은 오는 8월 9일부터 11월 10일까지 미국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카일리 매닝 (b.1983, Kylie Manning)’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의 작품은 광활한 자연 풍경 속 인물을 등장시켜 추상과 구상이 혼재된 화면을 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조수간만의 차가 큰 ‘황해’에 주목하고 ‘넘치는 잔해와 소음, 흔적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에 무엇이 걸러지고 농축되는가?’에 대한 회화적 사유를 전시 제목 《황해(Yellow Sea)》로 은유한다.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K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해 전시장 중간에 7미터 크기 대형 회화 3점을 매다는 등 총 20여 점이 소개된다.카일리 매닝은 거침없는 붓놀림으로 구상과 추상 사이를 오가며 작품 속 형상들을 통합한다. 이 과정에서 인물의 모습이 강조되기도 하고 반대로 축소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를 화면 안에서의 밀고 당기기로 설명하며 서로 다른 주체들을 조율한다. 작가는 네덜란드 바로크 회화 기법을 차용해, 엷게 채색한 층을 여러 겹 쌓고 각 층의 유분으로 빛을 굴절시켜 작품 스스로 발광하는 효과를 노린다. 때문에 작가의 화면은 윤택한 질감과 섬세한 색채의 균형이 돋보인다.
카일리 매닝은 뛰어난 회화 실력과 특유의 표현 방식으로 바다와 인물을 묘사한다. 작가는 미술 교사이자 히피였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알래스카와 멕시코 해안을 오가며 자랐다. 또한 학비를 벌기 위해 선원으로 일하며 500톤급 선박의 항해사 면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작가가 바다를 주제로 작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석사학위 취득 과정에서 독일 라이프치히 슈피너라이(Spinnerei) 레지던시에 참여하여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회화에 영향을 받았다. 당시 라이프치히에서 활동은 자신만의 회화관을 심도 있게 다듬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의 화면에는 특정한 자세나 움직임을 취한 상태로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별은 불분명하다. 작가는 ‘인물의 성별 구분을 보류함으로써 해석에 제한을 두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자연 안에서 인간을 강조하며 ‘우리는 산과 나무 사이에서 주변 환경에 통합되고 완성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탄생한 작가의 인물들은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화면 안에서 다양한 관계로 읽히도록 하여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