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농촌사회에서 다문화 또는 이주민이라는 주제는 아직도 낯설다. 마주칠 일도 별로 없으니 어쩌다가 만나더라도 데면데면한 태로도 그 순간만 넘기기 일쑤다. 대상화를 넘어 이웃으로 ‘인정’하고 일상에서의 ‘연대’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전히 변화는 더디다. 이들의 곁을 지켜온 사람, 혹은 당사자로부터 우리나라 농촌사회가 이주민과 공생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실천들이 필요한지 들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출판사 리뷰
보통 인구 비율 중에 이주자들의 비율이 5%를 넘어서면 다문화사회로 정의한다. 2024년 9월 기준으로 체류 외국인 중 등록외국인은 268만 9,317명으로 전체 인구의 5%가 넘어 한국은 명실상부한 다문화사회다. ‘볼법체류자’라 부르는 미등록체류외국인도 42만 명이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농업노동에 종사하는 수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약 2~3만 명, 계절노동자제를 통해 1만 명 내외, 미등록 체류 상태의 농업노동자가 4면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적어도 8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국내에 머물며 농업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셈이다.
하지만 농촌사회에서 다문화 또는 이주민이라는 주제는 아직도 낯설다. 마주칠 일도 별로 없으니 어쩌다가 만나더라도 데면데면한 태로도 그 순간만 넘기기 일쑤다. 대상화를 넘어 이웃으로 ‘인정’하고 일상에서의 ‘연대’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전히 변화는 더디다.
이들의 곁을 지켜온 사람, 혹은 당사자로부터 우리나라 농촌사회가 이주민과 공생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실천들이 필요한지 들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흔히 쓰는 표현으로 ‘대상화한다’는 말이 있다 .농촌을 몇 번 들락거린 교수나 박사가 시골 사람들의 속내나 형편을 잘 모르면서 ‘농촌은 혹인 농민은 이러저러한 특징이 있다’는 식으로 헛소리를 늘어놓을 때, 그 말을 들은 농촌 주민 중에 누군가가 기분이 나빠져서 ‘우리를 대상화하지 말라’고 말할 때 쓰는, 그런 의미의 말이다. 농촌에 거주하는 어떠 가족들에 대핸 ‘다문화가족’ 운운하면서 너무도 쉽게 단정하는 태도, 즉 대상화하는 태도가 ‘연대’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미등록외국인들은 왜 양산되는가? 이는 이주를 위해 들인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여 과도한 이주 비용을 낮추고 안전한 상태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며 이는 이입국 정부가 결단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주 및 체류 조건을 내거는 것은 다름 아닌 정부이기 때문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추방될 때 가장 분노하는 이들은 농민이다. 제발 농번기만이라도 단속하지 말아달라 호소하는 이들도 농민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떠난 그 자리를 메울 한법적 한국인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하지 않는 이주민은 없다. 이주민은 한국에서 법적 복지 대상이 아니다. 스스로 일하지 않고는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일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은 생산적인 일을 한다. 퇴폐적이거나 소비적인 일이 아니라 밭에서 공장에서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주민은 소비도 한다. 번 돈을 모두 고국에 보내는 이주민은 한 사람도 없다. 아니 대부분이 번 돈의 많은 부분을 한국에서 생활하는 비용으로 쓰고 있다. 이주민은 노동자다. 노동한 만큼의 대가로 사는 사람들이다. 이주민의 임금은 일한 만큼의 권리다. 노동자 이주민은 큰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받을 수도 없다. 조금 더 받는다면 야근하고 주말 근무해서 그만큼의 급여를 받을 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마을학회 일소공도
2017년 6월에 충남 홍성군 장곡면과 홍동면 일대의 농촌 마을에서 창립되었다. 근대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체제의 폐해를 넘어서 21세기가 요청하는 공동의 자율적 삶에 바탕한 생태적 마을문명을 농촌에서 모색한다. 농민・주민・활동가・행정가・학자・예술가 등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새로운 형식의 학회다. 지구생명의 대멸종, 극한경쟁,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초래한 자본주의 문명을 전환시킬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일한다. 다층적인 실천-이론의 내용-형식을 농촌 마을의 삶과 앎 속에서 통합적으로 실험 중이며, 반연간지 『마을』과 격월간 《일소공도》를 발행하고 있다. ‘일소공도’는 일만 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는 뜻이다. ‘일하는 도깨비, 공부하는 소’라는 통합적-혼종적 삶의 가치와 실천을 추구하는 마을학회의 창립 취지를 담고 있다. *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oolocalsociety
목차
열며
다시 우리 사이의 연결을 생각한다ㅣ금창영 편집위원장
트임ㅣ다문화사회, 농촌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두 가지 형식: 권리와 연대ㅣ김정섭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었던 지척의 이웃, 이주민ㅣ정은정
우리의 이웃, 이주민ㅣ유요열
함께라서 힘이 되는: 전라북도 내 결혼이주여성 자조모임ㅣ진명숙
공존과 공영의 다문화교육ㅣ김선애
내가 만난 농촌의 다문화가족 아이들ㅣ이성희
인터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주체적인 활동을 꿈꿔요ㅣ옥천군 결혼이주여성협의회
스밈ㅣ농촌으로부터
상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설립기ㅣ김하동
진심으로 열결하는 청년들ㅣ사회적협동조합 녹원
밭에서 벗과 연결되기ㅣ배기현
농農을 위한 영농형 태양광의 길ㅣ 김형수
벼림ㅣ농업·농촌·농민 연속좌담 12
이미 이민사회로 진입한 농촌,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ㅣ금창영, 김선애, 김정섭, 유요열, 정민철
작품소개ㅣ투안 마미의《베트남 이민 정원》
우리는 함께 뿌리내릴 수 있을까?
- 예술이 이주와 이주민을 생각하는 방법ㅣ이하영
서평ㅣ책 너머 삶을 읽다
시골은 그런 곳이 아니다ㅣ금창영
양미 지음,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동녁,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