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주정을 만들고, 사람들의 희망을 담던 공장은 한순간에 절망이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공장은 그 터에 다시 세워져 참혹한 기억을 노래한다. 주정 공장이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자. 제주 4.3의 기억을 담고 있는 공장, 주정 공장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출판사 리뷰
"난 감옥이 아니에요. 나는 주정을 만들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공장이에요."
주정 공장에 담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주정을 만들고, 사람들의 희망을 담던 공장은 한순간에 절망이 가득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장은 그 터에 다시 세워져 참혹한 기억을 노래합니다.
주정 공장이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그 노래에 답해 주세요. 기억하겠다고 말해 주세요.
1. 제주 4.3의 기억을 담고 있는 공장, 주정 공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제주에는 많은 기억을 담고 있는 공장이 있어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공장은 제주에서 나는 고구마, 설탕, 강냉이로 알코올을 만들었어요. 알코올은 군사용 비행기의 연료로 사용되었지요. 해방 후에는 미군정에서 공장을 관리했어요. 이곳에 있던 고구마는 도민들의 식량으로 쓰이기도 했지요. 해방 후, 모두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이 무색하게, 제주 4·3이 일어났어요.
이념의 갈등과 정치적 격변 속에 일어난 제주 4·3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다를 것만 같다는 이유로 일어난 학살이었어요. 이념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어린아이까지도 희생되었지요. 그때 주정 공장은 사람들을 가두는 수용소로 사용되었어요. 열악한 환경 탓에 주정 공장 안에서 죽는 사람도 있었고, 아기를 낳는 일도 있었어요. 이곳에 수용되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정뜨르 비행장에서 학살당하거나 육지의 다른 형무소로 이송되었고, 그곳에서 희생당했죠.
주정을 만들고, 사람들의 희망을 담던 공장은 한순간에 절망이 가득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 공장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주정 공장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우리가 꼭 알아야 하고,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2.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힘껏 불러요.
해녀들이 주정 공장에 잘 말린 고구마를 팔러 갑니다. 고구마를 들고 가는 길에 상군 해녀가 '이어도 사나'를 부르자, 다른 해녀들과 함께 애기 해녀 찬희도 후렴을 부릅니다.
'이어도 사나'는 바다에서 노를 저을 때나 헤엄을 칠 때 서로 주고받으며 부르던 해녀들의 노래입니다. 험한 파도를 넘나드는 해녀들에게 이 노래는 무사히 돌아오라는 인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해녀들의 노래가 어느 순간, 뚝 끊기고 맙니다. 아무도 주정 공장에 오지 않았거든요. 한동안 닫혀 있던 공장이 다시 열렸을 때, 주정 공장이 본 사람들의 모습은 이전과는 달랐습니다. 사람들은 군인들에게 끌려 왔고, 마음대로 공장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공장은 감옥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절망하고 있던 때에 주정 공장 안에서 애기 해녀 찬희가 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희망을 담아 부릅니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모두의 안부를 빌며 부르는 노래가 수용소에 울려 퍼집니다.
주정 공장은 터가 남아 있던 자리에 다시 세워졌습니다. 그 터에서 사람들에게 4·3을 기억해 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똑바로 서서 노래를 부릅니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파도를 넘어간다."
“난 감옥이 아니에요. 나는 주정을 만들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공장이에요.”
주정 공장에 담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나는 주정을 만드는 공장이에요.
내 안에는 여러 사람이 모였고,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냈어요.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사람들의 노래가 내 속에 울려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무도 오지 않아요.
모두 어디 숨은 걸까요?
한참 외로워하고 있을 때,
다시 사람들이 공장에 들어왔어요.
하지만 아무도 즐거워 보이지 않아요.
상처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공장 안에 갇혀요.
나는 왜 감옥이 되어야 하는 걸까요?
내 문을 열어 주세요. 난 감옥이 아니에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안오일
저는 어릴 적부터 꿈이 많았어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인조인간이 되고 싶기도 했고, 나쁜 사람을 잡는 형사가 되고 싶기도 했고, 진실을 추구하고 알리는 기자가 되고 싶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데미안을 읽으며 작가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열기도 하지만, 자신의 틀을 깨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 매력에 빠져 결국 작가가 되었고, 힘 있고 따뜻한 글을 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그림책 《딱지 딱지 등딱지》 《여순에 핀 빨간 봉선화》, 동화책 《호야, 아빠를 구합니다!》 《외계에서 온 전기수》 등 여러 권의 동화책과 시집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