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45년 미국의 핵무기 투하의 불법성을 밝히고 그 책임을 물음으로써 한국원폭피해자의 한을 달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4년 6월 7~8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원폭국제민중법정 제2차 국제토론회 자료집이 발간되었다. 유럽과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전 세계의 저명한 국제법 학자와 법률가, 반핵·군축 연구자들이 발표와 토론을 맡았으며, 발표문과 토론문은 각각 한국어, 영어, 일본어 세 가지 언어로 번역되었다.2023년 6월 한국 성주에서 개최된 1차 토론회가 1945년 기준 조약국제법에 의해서든 관습국제법에 의해서든 핵무기 투하가 반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불법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2차 토론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핵무기 사용과 위협을 불법으로 단죄할 수 있는 법리를 확립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또한 1·2차 토론회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인 원폭국제민중법정 국제조직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국제조직위원회는 한국의 강우일 전 제주교구 주교, 일본의 히라오카 다카시 전 히로시마 시장, 미국의 존 웨스터 대주교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으며, 법리검토팀, 홍보, 교육, 청중조직, 운영 팀으로 구성되어 현재 뉴욕 민중법정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파트너단체로 국제반핵법률가협회(IALANA), 국제화해위원회(IFOR), 일본반핵법률가협회(JALANA), '죽음의 상인 전쟁범죄' 민중법정추진위원회(Merchant of Death War Crimes Tribunal), 평화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 World BEYOND War, Peace Action 등 30개가 넘는 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다.히로시마의 폭심지에서 북서쪽 1.5킬로미터 반경에는 조선인이 많이 살고 있던 피차별 부락, 후쿠시마쵸가 있었다. 이곳에 거주하던 많은 조선인에게 원폭은 죽음이었지만, 또한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생애 평생 동안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대를 이은 고통을 부담 지웠다. 이들은 피식민지인으로서 일본에서 원폭을 경험해야 했으며, 미국의 재일조선인 귀환 정책에 따라 가산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피폭된 몸을 이끌고 고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해방 이후의 정치적 혼란과 전쟁 그리고 이어진 경제적 궁핍은 이들이 새롭게 생활기반을 잡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원폭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도 제공하지 못했다. 한국으로 귀환한 원폭피해자들은 여러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1965년 한·일 간의 외교 정상화, 일본의 원폭의료법과 원폭특별조치법 성립을 계기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모아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정부에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인도적 구상(또는 흐름)과 함께 거주 지역, 특히 대도시에서의 핵폭발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상당수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2013년 3월 오슬로 회의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맨체스터 크기의 도시에서 (100킬로톤의) 핵무기가 폭발하면 폭풍 및 열의 영향으로 8만 명 이상이 즉사하고 21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으며, 주택과 상업용 건물이 파괴되고, 필수 인프라가 파괴되며,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하고, 지역의 응급서비스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속적인 방사선은 건강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치고 위기에 대응하는 모든 노력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국가가 그 영향을 통제할 수 없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필요성 규칙에 따라서도 불법이다. 국가가 어떤 무기의 영향을 통제할 수 없는 경우, 국가는 필요성 규칙이 요구하는 대로 무기의 사용이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준의 무력만을 수반하고, 과도한 상해는 초래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할 수 없다. 미 공군 국제법 교범은 필요성 규칙의 기본 요건으로 “사용되는 무력을 사용자가 규제할 수 있고, 실제 규제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