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6.25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평신도 신학연구소 우리신학연구소에서 뜻깊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의 저자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 소장은 대전 산내 곤령골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한 후, 심한 몸살을 앓았다. 이 체험 이후 6.25 전쟁 전후로 참혹하게 죽어간 이에 대해 연구하기로 마음먹고, 《가톨릭평론》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 기획 연재가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6.25전쟁은 지워지지 않는 육신의 상처뿐 아니라 깊은 마음의 상처도 남겼다. 전쟁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시간이자 공간이기에 그에 관여된 이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다. 이 트라우마는 또한 대를 물려 전수되기도 한다.특별한 무엇인가를 보태주지 않더라도 사실 그대로 기억하고 서술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저자는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임을 밝힌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6.25전쟁의 실상과 이 전쟁이 오늘날에도 어떻게 우리와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전쟁 중에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기를 바라고 있다.
출판사 리뷰
지금 한국의 사회적 병리현상의 근원인 전쟁의 트라우마를 추적하다
오랫동안 앓아온 역사적 실어증을 풀어내며, 해원(解冤)의 물꼬를 튼다
기억과 기록 시리즈
민족사, 교회사, 천주교사회운동사에서 우리신학연구소 설립 목적 실현에 부합하는 경험을 역사화하기 위해 우리 신학의 눈으로 기록합니다. 우리신학연구소가 설립 이후 전개한 활동에 대한 기억도 평신도 운동, 평신도 신학운동의 사료로 남기기 위해 기록합니다.
01 | 천주교 평신도 사회 운동가 13인
02 | 6·25전쟁의 트라우마
지금 한국의 사회적 병리현상의 근원인 전쟁의 트라우마를 추적하다
오랫동안 앓아온 역사적 실어증을 풀어내며, 해원(解冤)의 물꼬를 튼다
“6·25전쟁이 휴전으로 마무리된 지 70여 년이 지났다. 두 세대가 훨씬 더 지난 시간이다. 전쟁 트라우마는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흐려지는 면이 있지만 그대로 전수되거나 더 깊어지는 면도 있다. 대형 참사나 이번 내란 사태 같은 일을 겪을 때다. 전쟁 당시 가해자들이 피해자 유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발언을 할 때, 겪지도 않은 젊은이들이 그 사태를 악의적으로 떠벌일 때도 더 깊어진다. 이런 말을 밥 먹듯 하는 극우들이 준동할 때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 이제껏 봐왔듯이 이런 트라우마가 살아 있으면 민주화는 한없이 더디게 된다. 지역감정도 사라지지 않는다. 남북 화해는 언감생심이다. 그러니 이 트라우마의 치유 없이 평화와 통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75주년이 된다. 이제 두 세대가 훨씬 더 지난 시간이 흘렀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전쟁이 한국사회에 남긴 상흔은 너무 깊고도 치명적이다. 전쟁 트라우마는 시간이 흘러 흐려지는 면이 있지만 그대로 전수되거나 더 깊어지는 면도 있다. 그 트라우마가 살아 있으면 민주화는 한없이 더디게 된다. 지역감정도 사라지지 않는다. 남북 화해는 언감생심이다. 그러니 이 트라우마의 치유 없이 평화와 통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책은 트라우마의 치유, 해원과 화해를 위한 첫 실타래를 풀어가는 책이다. 은폐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내고, 또 그 사실을 발화해내 역사적 실어증에서 벗어나는 일이 그 첫 시작일 것이다.
한국사회의 발목을 잡는 전쟁의 트라우마
6.25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평신도 신학연구소 우리신학연구소에서 뜻깊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의 저자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 소장은 대전 산내 곤령골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한 후, 심한 몸살을 앓았다. 이 체험 이후 6.25 전쟁 전후로 참혹하게 죽어간 이에 대해 연구하기로 마음먹고, 《가톨릭평론》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 기획 연재가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6.25전쟁은 지워지지 않는 육신의 상처뿐 아니라 깊은 마음의 상처도 남겼다. 전쟁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시간이자 공간이기에 그에 관여된 이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다. 이 트라우마는 또한 대를 물려 전수되기도 한다.
저자는 나는 12.3 내란을 통해 이 트라우마가 현재 진행형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6.25전쟁기 민간인 학살 피해 유족들이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5.18을 경험한 이들은 12.3 계엄 다음 날 가슴이 떨려 서울에 오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실제로 내란 주범 가운데 한 명이었던 노상원의 수첩 속 수거 대상 명단은 그것이 기우가 아님을 확인시켜주었다. 연좌제 피해를 당했던 이들에게도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넘겨버릴 일이 아니었다. 이처럼 전쟁 트라우마는 오늘날에도 생생히 살아 있다.
전쟁 중에는 다양한 형태의 트라우마를 겪는다. 어느 날 북에서 포탄이 날아와 집과 가족을 산산조각나고, 인민군이 지나는 길에 있던 민간인은 이유없이 총탄을 맞았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피난을 떠났는데 미군이 그들을 향해 비행기에서 기총 소사를 했다. 분명 같은 편인데 자신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피난 길에는 시체가 널려 있었다. 피난 길에 편안한 잠자리는 상상할 수 없었다. 배고픔, 더위, 추위도 참기 어려웠다. 살기 위해 본능에 충실해야 했던 기억, 전쟁이 아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을 했던 수치스러운 기억,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했던 고생, 내가 살기 위해 남을 고발해야 했던 일, 국군과 미군에게 험한 꼴을 당한 기억 등이 트라우마를 안겼다. 어떤 이는 살아남기 위해 적에게 부역한 탓에 자신은 물론 가족, 친척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가운데 운 좋게 살아남은 이들은 연좌제에 시달려야 했다. 강한 자는 강한 자대로 약한 자는 약한 자대로 힘에 대한 공포를 갖게 한 것이 6·25전쟁이었다.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해원과 상생
이 트라우마는 개인한테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반공·반북 정서, 미국에 대한 두려움이 변질되어 나타난 미국 숭배, 반북의 연장에 있는 반중 정서, 군사 독재 정당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정권을 반대하는 일에 나섰다 골로 간다’는 말도 크게 보면 이 트라우마의 연장이다. 여기에 독재 정권이 저지른 국가 폭력은 이런 트라우마를 더 강화했다.
우리의 엄혹한 역사 속에서 전쟁 트라우마는 깊게 은폐되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긴 독재의 터널을 지나 사회가 민주화하면서, 겨우 그 트라우마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트라우마 치유의 첫 단계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국가주의, 이념에 물든 공식 기억을 정화하고 한 인간의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사태와 피해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바라볼 때 윤리적으로 잘못된 행위를 한 주체는 그가 개인이든 국가이든 피해 당사자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치유의 출발이다. 힘을 가진 이들이 오염되고 착색된 기억으로 피해자를 억압하는 이제까지 방식으로는 치유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은 가해자들이 기억과 해석 권한을 독점하고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진실 규명의 첫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입구부터 막힌 상황이다. 그래서 누군가 대신 진실을 밝히고 말해줌으로써 역사적 실어증을 풀어주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특별한 무엇인가를 보태주지 않더라도 사실 그대로 기억하고 서술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저자는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임을 밝힌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6.25전쟁의 실상과 이 전쟁이 오늘날에도 어떻게 우리와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전쟁 중에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 트라우마 치유의 첫 단계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국가주의, 이념에 물든 공식 기억을 정화하고 한 인간의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사태와 피해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바라볼 때 윤리적으로 잘못된 행위를 한 주체는 그가 개인이든 국가이든 피해 당사자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치유의 출발이다. 힘을 가진 이들이 오염되고 착색된 기억으로 피해자를 억압하는 이제까지의 방식으로는 치유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가해자들이 기억과 해석 권한을 독점하고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방해하고 있지 않은가? 피해자들은 여전히 진실 규명의 첫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입구부터 막힌 상황이다. 그래서 누군가 대신 진실을 밝히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달리 뭐를 보태주지 않더라도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고 서술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다.
전쟁의 모든 경험이 기록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런 여성들의 경험은 기록은커녕 애초에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기억이다. 이런 일은 분명히 있었지만 없었던 일이다. 남성들의 역사 그것도 군인이 기록하는 전쟁사에는 도저히 기록할 수 없는 기억이다. 그래서 국가 기억, 그것도 군인들이 오랜 시간 지배한 사회에서 공인하는 국가 기억은 선택적 기억일 수밖에 없다. 국민도 그럴진대 적이나 부역자들로 간주된 이들의 기억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런 경험을 기억하지 않는 사회는 같은 일을 반복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비공식적인 기억들, 공식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 하는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기억들을 공식 기록에 담아야 한다. 이것이 작지만 지금껏 남아 있는 전쟁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학살 피해자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진실을 밝히며 그들의 역사를 공식 역사에 남기는 일은 유족과 그들과 연대하는 소수의 몫이다. 그들의 외침은 작고 외롭다.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정권을 잡으면 이들의 목소리는 더 작아진다. 이들은 개명한 천지가 된 요즘에도 가해자들을 편들어 피해자들을 윽박지른다. 전쟁을 치른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기존의 기득권층이 전쟁 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했다. 이것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문수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가톨릭 신학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정치통일전공으로 북한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논문으로는 「정보사회의 그리스도교: 가톨릭교회의 미래전망」 외 70편이 있고, 저서로는 『정보사회와 그리스도교』외 공저 포함 40권이 있다. 현재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교육연구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책을 내면서 5
01 역사화된 기억과 강요된 망각
02 부역, 학살, 그리고 트라우마
03 6·25전쟁기 여성들의 곤경
04 전쟁 포로의 트라우마
05 기억되지 않는 죽음, 기억해야 할 죽음
06 강원도 북부 주민들의 분단 트라우마
07 6·25전쟁 중 탈영병
08 남은 자의 고통
09 개신교와 학살
10 천주교와 학살
11 적대 세력에 의한 희생
12 가해 트라우마
13 전쟁 중에 싹튼 인간애
14 평화지킴이 ‘진실화해평화’
15 기억 전쟁의 현장을 다녀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