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미술 작품을 볼 때, 우리는 종종 감정적인 반응을 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는 복잡한 문제다. 세계적인 뇌과학자 에릭 캔델은 심리학과 생물학에 기반하여 미술 감상의 과학을 구축하고자 한다. 그간의 학문적 여정에서 규명해온 관련 지식들을 망라하여 간결하게 제시하는 한편, 이를 다양한 미술 작품의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을 화려하게 수놓은 화가들부터 시작해, 유대인 문화의 두 갈래를 대표하는 샤갈과 수틴의 그림들, 인간의 타고난 시지각에 도전한 입체주의 등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의 여러 사조를 넘나든다. 친숙하거나 낯선 걸작들을 감상하는 가운데, 저자는 미술과 과학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왔는지에 줄곧 초점을 맞춘다. 그 과정에서 뇌가 강력한 창의성 기계라는 점, 그리고 현대 회화의 모호성이 그토록 매혹적인 이유가 드러난다. 또한 뇌가 왜 초상화에 끌리는지, 에로티시즘과 공격성이 얼마나 밀접한지, 질감이 뇌에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등이 과학적으로 규명된다. 저자는 추상 미술과 구상 미술의 차이는 물론, 조각과 회화의 대비를 통해서도 미술과 과학의 통섭을 시도한다.빈의 모더니스트들은 전통적인 태도와 가치에 새로운 사고 방식과 정서로 맞섰고, 현실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겉으로 보이는 사람과 사물과 사건의 아래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겉모습 아래에 놓여 있는 것을 탐구함으로써, 빈 모더니즘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특징짓는 태도를 제시했다.
클림트는 생물학 기호를 자신의 작품에 통합하기 시작했다. 직사각형은 정자, 타원은 난자를 상징했다. 〈다나에〉에서 이 기호들을 볼 수 있다. 부친에게 감금되고 황금 빗줄기의 형태로 제우스를 통해 잉태를 하는 그리스 공주의 초상화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금 빗방울 속에서 직사각형들을 볼 수 있다. 다나에의 맞은편에는 타원형들이 보인다. 배아, 수정된 난자다. 클림트는 다나에가 생식력을 통해서 정자를 생명의 최초 단계로 전환시키는 것을 보여준다.
곰브리치는 크리스의 모호성 개념을 시지각 자체에까지 확장했다. 그럼으로써 그는 뇌가 단순히 카메라가 아니라, 창의성 장치임을 깨닫게 되었다. 뇌는 바깥 세계로부터 불완전한 정보를 받아서 완성한다. 우리 뇌는 그렇게 하도록 진화했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많은 것들은 진화를 통해 우리 뇌에 새겨진 것이다. 예를 들어 뇌는 우리가 어디에 있든 간에 태양이 언제나 머리 위에 있을 것임을 알아차린다. 따라서 우리는 빛이 위에서 온다고 예상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뇌는 속을 수 있다. 착시 같은 사례가 그렇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에릭 캔델
세계적인 뇌과학자, 저술가. 기억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1929년 오스트리아 빈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아홉 살 때 나치의 위협이 점점 심해지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뒤, 1952년 뉴욕대학교에서 의학박사 과정을 밟아 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 컬럼비아대학교의 원로 석좌교수이며, 생리학ㆍ세포생물리학ㆍ정신의학ㆍ생화학ㆍ분자생물리학ㆍ신경과학 명예교수이다. 주커먼 연구소Zuckerman Institute와 카블리 뇌과학 연구소Kavli Institute for Brain Science의 공동 창립 이사이고, 1984년부터 2022년까지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으로 있었다. 지은 책으로 무의식의 세계를 과학, 예술, 인문학을 넘나들며 파헤치는 《통찰의 시대The Age of Insight》와 신경과학 분야의 표준 교과서인 《신경과학의 원리Principles of Neural Science》(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