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문화적 기억이란 말 그대로 문화적으로 창출된 기억이다. 집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그 속에 담겨있다. 이 책은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고대 이래 그것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형성, 발전, 변이, 망각, 재생되었는지, 그것이 어떤 기능을 수행해 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핵심 고대문명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고찰한다. 무엇보다 아스만은 초창기 문명의 형성 및 발전 과정을 이끈 다양한 문화적 요소 중, 우리가 전통, 과거 혹은 역사의식, 신화적 세계관, 자기 인식 등으로 부르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문화적 기억”을 제안한다. 나아가 고대문명의 성쇠와 밀접하게 연관된 그러한 문화적 요소들을 역사/신화전설의 이분법적 틀을 넘어서 문화적 기억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국내외의 많은 연구자가 고대보다는 근현대의 사례들에서 문화적 기억의 다양한 양상을 추구하듯이, 그의 이론은 실상 시대를 초월하여 적용되고 있다.나는 카논을 사회의 ‘의식적 기억’으로 부르기 원하는데, 이는 그것을 초기 문명의 훨씬 유동적인 ‘전통의 물줄기’ 및 ‘탈경전’ 문화—문헌 전승이 구속력을 상실한 시대—의 자율적 기억과 대조하기 위해서다. 사회는 자아상을 가지고, 기억으로부터 문화를 빚어냄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대대로 유지한다. 많은 사회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그렇게 하는데,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중요한 초점이다.
전통 형성, 과거 원용, 정치적 정체성과 상상력 같은 모든 기능적 개념들을 포괄하는 하나의 용어 말이다. 그러한 용어가 바로 ‘문화적 기억’이다. 그것은 제도적으로, 인공적으로만 실현될 수 있기에 ‘문화적’이다. 또한 사회적 소통과 관련하여 그것은 개인 기억이 의식과 관련하여 기능하는 방식과 똑같이 기능하기 때문에 ‘기억’이다.
옛것과 새것의 차이를 의식하게 해주는 많은 다른 요인들—이 중 상당수가 비언어적 요인들임—이 있다. 전통(연속성)의 모든 중요한 단절은 그것이 새로운 시작의 창출을 의미할 때마다 과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르네상스나 종교개혁 같은 현상은 언제나 과거에 호소하여 그 모습을 갖추게 된다. 문명들은 과거를 재발견하면서 미래를 개발하고, 산출하여, 구축해나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얀 아스만
독일의 이집트학자이자 종교사상가, 문화사학자. 뮌헨과 하이델베르크, 파리, 괴팅겐 대학에서 이집트학과 고전 고고학, 그리스학을 공부했다. 이집트 현장 연구를 거친 후 1976년 하이델베르크대학 교수로 임용되어 이집트학과 기억 연구를 주도했다. 2003년 퇴직 후에도 부인 알라이다 아스만이 재직하던 콘스탄츠대학의 명예교수로 왕성하게 연구를 이어갔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걸쳐 다양한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하여 주로 이집트의 종교, 문학, 역사를 다룬 25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부부 공동으로 혹은 얀 아스만 단독으로 수여한 여러 저명 학술상과 펠로우쉽이 전 세계 학계에 끼친 그의 뛰어난 공헌을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