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모두가 안 된다고 한 도전에서 수많은 반대를 딛고 다시 계란으로 바위를 깨고 말았다. 20년 전 아테네에 있던 ‘선수 유승민’이 떠올랐다. 중국을 꺾는 건 절대 안 되는 거라고, 결승에 올라간 것만으로 충분하다던 말들 앞에서 첫 번째 바위를 깼다.
그리고 2016년,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던 나는 리우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홀로 출국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길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승민이 되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일어나 가장 늦게 잠들며 두 번째 바위를 깼다.
8년이 지나 IOC 선수위원으로서의 임기 마지막 해,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했다. 견고한 지지층을 가진 상대에 맞서 누구도 되지 않을 거로 생각한 선거에 도전하며 나는 세 번째 바위 앞에 선 것이었다.
_ 「프롤로그」 중에서
유년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식구는 치킨집 안쪽에 있는 작은 단칸방에서 살았다. 호프와 함께 치킨을 팔던 가게는 저녁에야 문을 열었는데,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부모님은 낮에도 일을 하셨다. 어머니는 낮에 공장에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빈집으로 가기 싫던 나는 유치원이 끝나면 아버지가 일을 도와주시던 동네 탁구장으로 향했다. 그때 자연스레 탁구공을 쳐보기 시작했다. 겨우 7살이었다. 탁구대가 가슴께까지밖에 오지 않았을 테니 아마 탁구채를 들고 아저씨들이 치는 걸 보며 따라 했을 거다.
_ 「88 올림픽이 남긴 여운」 중에서
숨이 찰 만큼 거대한 압박감이 몸을 옥죄었고 그러다 보니 경기가 진행될수록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이건 내 전매특허다’라고 자신했던 기술마저 실패율이 50%를 넘었다. …… 문제는 3·4위 전이었다. 상대는 프랑스. 누가 봐도 우리가 더 유리한 경기였고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프랑스의 승리. 올림픽 메달이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놓치고 말았다. …… 올림픽이 끝나자 슬럼프가 밀려왔다.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애를 썼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생각이 들었다.
“나 죽으러 가니까 찾지 마세요.” 경포대 해변에 도착해 멍하니 앉아 있었다. 광활한 바다를 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앉아 온갖 생각의 물결에서 헤엄친 끝에, 이 한 문장이 떠올랐다. ‘내가 여기서 멈춰야 할 이유가 있나?’ 패배는 쓰라렸지만 나는 아직 목표를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생각이 정리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것도 경험이다. 실패를 받아들이자. 그리고 이미 지난 일이다. 일어서서 한 걸음 더 가보자.’ 다시 탁구대 앞으로 갔다.
_ 「쓰라렸던 첫 올림픽의 기억」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유승민
제24대 대한체육회장.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레전드로 전 탁구선수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했다. 어린 시절부터 탁구 신동이라 불리며 최연소 국가대표가 되었고,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중국을 꺾고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끈질긴 인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으로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고, 그의 승리는 ‘한 점만 더’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철학을 전 국민에게 각인시켰다.은퇴 후에도 대한탁구협회장,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며 탁구계는 물론 국제 스포츠계에서 선수 권익과 제도 개선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2025년 최연소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되며, 누구도 되지 않을 거로 생각한 도전에서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너무나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힘들기도 했지만, 그 시간이 스스로를 한 번 더 움직이게 했다고 회상한다.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와 철학은 지금까지도 많은 후배 선수와 청년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이 책은 끊임없는 도전과 반전의 순간들 속에서 자신을 단련해온 한 인간이, 스포츠를 넘어 인생 전체를 통찰하며 전하는 진심 어린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