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미국 아마존 올해의 과학책
★ 늑대 행동에 관한 절대 권위자 - 제인 구달
★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늑대를 관찰하고 기록한 사람이 들려주는 야생의 복원
“늑대 8번의 마음에 마지막으로 떠오른 건 생명에 대한 감사였을 거라고 나는 믿고 싶다.”
현재 및 미래 세대를 위해서
동물과 기타 자연적·문화적 자원을 보존하라“그처럼 늑대를 관찰하고 기록한 사람이 지구 어딘가에 또 있다고 상상할 수 없다”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야생 늑대 행동 연구자 릭 매킨타이어의 『울프 8』은 미국 여러 매체에서 201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화제의 베스트셀러다. 이후 지은이는 『울프 21』, 『울프 302』를 차례로 선보이며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서 진행된 늑대 복원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과 사회의 관심을 폭발시켰다. 무엇이 미국 사회로 하여금 “옐로스톤 늑대들”에 주목하게 했을까.
1872년 미국은 와이오밍주, 몬태나주, 아이다호주에 걸쳐 있는 8933제곱킬로미터의 자연을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그곳에 “옐로스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자 산맥과 계곡 사이로 뜨거운 지하수를 내뿜는 간헐천이 흩어져 있고, 드넓은 초원에 늑대와 아메리카 들소, 코요테와 엘크, 퓨마와 흰머리수리 등 수많은 야생동물이 어울려 살던 이곳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때 공원 관리국은 옐로스톤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는 다른 동물의 삶을 파괴하고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해로운 동물’이라고 오판했다. 그래서 1926년까지 늑대를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두 사냥했다.
꼭짓점이 사라진 생태는 급속히 균형이 무너졌다. 포식자가 사라지자 피식자 위치에 있던 엘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겨우내 굶주린 엘크들은 봄에 핀 새싹들을 모조리 먹어치웠고, 사시나무와 버드나무가 자라지 못한 강둑은 여름 홍수에 무너졌다. 제방이 사라지니 강과 개울에 서식하던 비버도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미국 연방정부는 실수를 깨닫고 생태를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로 했다. 1995년 1월 캐나다에서 열네 마리의 야생 늑대를 데려와 옐로스톤에 풀어놓은 것이다. 늑대가 돌아오자 엘크의 수가 이 지역의 환경수용력(carrying capacity, 어떤 환경에서 특정 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최대 부양 능력)에 맞게 줄어들었다. 흰머리수리처럼 멸종위기에 내몰렸던 다른 청소동물과 비버도 옐로스톤으로 돌아왔고, 먹이사슬의 바탕을 채울 식물들까지 되살아났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의 한복판에 바로 ‘늑대들’이 있었다.
언더독under dog 늑대 8번,
옐로스톤의 가장 위대한 늑대로 성장하다옐로스톤 늑대 복원 프로젝트는 늑대·생태계·인간(지역 사회) 모두의 승리였다. 이후 이 프로젝트는 인류가 ‘모든 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자연의 가르침을 깨닫게 된 가장 유명한 사례로 자주 소개됐다. 그런데 지은이는 수많은 승리의 주역들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고 털도 볼품없던 잿빛 수컷 새끼 ‘늑대 8번’에 주목했다. 어느 날 보잘것없는 새끼가 커다란 회색곰에게 홀로 맞서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그는 덩치 큰 형제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8번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곳에서 가장 위대한 알파 수컷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정성스럽게 재현했다.
릭 매킨타이어가 바라보되 개입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되 감정은 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서술한 이 책은 꼬마 늑대 8번의 성장과 성공을 담은 일종의 ‘관찰 소설’인 동시에 그와 동료들의 사랑과 우정, 경쟁과 혼란, 협동과 공감 등 독특하고 고유한 관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늑대들이 함께 사냥하고 함께 새끼를 양육하고, 늑대 무리가 결합하거나 갈라지는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늑대의 마음’을 또렷하게 감지할 수 있다. 때로 지은이의 경험과 늑대의 행동을 비교하며 전달하는 대목을 통해 독자는 8번의 성공담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늑대를 인간과 더 가까운 존재로 여기게 된다.
로즈크리크 무리의 알파 수컷 8번은 사냥감을 독차지할 수도 있고, 굴로 가져가서 친자식들에게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지난가을 입양한 한 살배기 의붓자식들에게 기꺼이 식량을 나눠준 것이다. 나는 나중에 모든 늑대가 8번처럼 관대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늑대의 성격도 각양각색이라, 어떤 놈은 자기중심적이고, 다른 놈은 가족 구성원이나 적대적인 무리에게 필요 이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오직 일부만 다른 늑대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푼다. _116~117쪽
치밀한 과학 연구와 끈질긴 추적 관찰을 결합하여
늑대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옐로스톤 늑대 복원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인 더글러스 스미스는 릭 매킨타이어의 관찰과 통찰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공적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늘 릭에게 “지금 늑대들이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전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 적 있나요?”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때마다 릭은 많은 동물 연구자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방식으로 늑대의 사고에 접근했고, 그 결과 늑대의 삶을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누계 9만 9937회의 현장 관찰과 총 1만 2000쪽에 달하는 관찰일지는 늑대들의 실제 세계를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고, 개별 늑대들의 개성―배려와 애정, 우정, 알력, 분규, 상냥함, 모험심, 지배욕, 질투, 괴롭힘, 배신, 용기, 충성심 등―을 선명히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로즈크리크 무리의 알파 늑대가 되어서 옐로스톤 국립공원 전체에 수많은 자손을 퍼트린 영웅 ‘늑대 8번’을 필두로 8번의 의붓아들로서 그의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아 드루이드 무리를 이끈 ‘늑대 21번’, 21번의 어미이자 8번의 파트너이며 이후 베어투스 무리의 리더가 된 ‘늑대 9번’ 등 우리가 옐로스톤 늑대들의 계보와 역사를 세세히 알게 된 것은 모두 릭 덕분이다.
인간행동학은 아주 오랫동안 커다란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사람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인가, 환경인가?’ 인간은 타고난 성격을 평생 유지할까? 아니면 부모의 양육과 훈육이 자녀의 성격을 결정할까? 나는 앞으로 몇 년에 걸쳐 한 마리의 늑대를 관찰하며 이 문제를 연구할 수 있을 터였다. 늑대 8번이 의붓아버지 노릇을 하면서 키운 자녀들 가운데 하나인 늑대 21번의 생애를 지켜보며 그것을 기록하게 될 운명이었다. _75쪽
한 인간의 집념 어린 관찰과 애정 가득한 관심으로 완성된 『울프 8』은 낯설거나 잔인하고 살벌할 것이라는 편견에 가려 있던 야생 늑대의 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의 마음과 유전자에는 선천적으로 자연 애착과 회귀 본성이 내재해 자연과의 연결을 본능적으로 추구한다고 설명하며, 그것이 바로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자연과 생명 사랑)”라고 했다. 『울프 8』은 바이오필리아의 또 다른 증거이며, 그 안에서 늑대는 전래동화 속 잔인하고 비열한 악당 캐릭터에서 마블 히어로처럼 정의롭고 반려견처럼 사랑스러운 대상으로 탈바꿈한다. 이제 늑대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자.

옐로스톤 늑대들의 역사와 습성을 자세하게 기록한 이 책을 읽고 난 뒤 뉴스를 틀었더니 늑대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늑대들이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역할과 그들이 공원 밖으로 나와서 인간의 일상에 피해를 입힌 사건 사이에서 어떻게 이익의 균형을 맞출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답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인류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 _로버트 레드퍼드의 「추천의 말」에서
그해 가을 나는 옐로스톤에서 보낸 여름을 수없이 회상했다. 내가 소년 시절을 보낸 매사추세츠주 마을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자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이 떠올랐다. 소로가 태어난 해는 1817년으로, 그 무렵에는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늑대를 만나는 일은 과거로 사라져버린 상태였다. 그는 1856년에 쓴 작가 일기에서 주변 자연에 살던 늑대와 토착종들이 멸종위기에 처한 상황을 슬프게 표현했다. 소로는 자신이 거세되어 길들여진 나라에 살고 있는 듯하다고 느꼈다. 소로는 근처 숲에서 생태계가 연주하는 갖가지 자연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됐다고 토로하며 불완전한 땅에서 살게 된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중요한 연주자가 많이 빠진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고 있다.” _1장. 「새 출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