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 책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성공하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야심만만한 여행기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를 출간한 ‘굴러라 구르님’ 김지우 작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8년 전부터 여행 영상을 꾸준히 올려왔다. 총 27개의 영상 속에서 그는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하고 아빠와 대만, 마카오, 홍콩을 거쳐 친구들과 함께 프랑스 그리고 스위스로, 엄마와의 독일 여행을 지나 6주간의 홀로 호주 여행에까지 이른다. 스무 살 처음 지하철을 탔을 때의 설렘처럼, 그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여행지에서 울고 웃고 포옹하고 춤추고 기차를 놓치고 싸우며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새로이 감각했다. 이 여행의 끝에 남은 것은 기념품도, 여행지의 사진도 아닌 무엇보다 선명하고 무엇보다 투명한 ‘나 자신’이다.
출판사 리뷰
의심하지 않는 마음으로
오늘도 세계 끝까지, 힘차게!여기, 지구 반대편으로 힘차게 굴러가는 사람이 있다. 그는 휠체어를 탄다. 휠체어를 타고 프랑스로, 스위스로, 독일로, 호주로 힘차게 나아간다. 여행하는 동안 그는 돌봄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하부장이 없어 휠체어를 타고도 이용할 수 있는 호주 기숙사 주방에서 처음으로 설거지와 요리를 혼자 해 보고 휠체어로는 올라가기 어려운 경사로를 앞에 두고 타인에게 스스럼없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외국에 나와서야 난생 처음으로 엄마를 ‘돌보며’ 그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점차 알아간다.
열여덟 살, 처음으로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된 후 혼자 지하철을 타기까지 2년, 홍콩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마 혼자 다녀 보기까지 그 이후로 다시 2년. 그리고 홍콩에서부터 또 다시 2년이 흘러 호주에서 6주 동안 홀로 생활하기까지. 김지우 작가에게 여행은 성장의 궤적이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가 자라나듯 여행했다. 그곳에서의 경험과 만남 들은 그의 안에 오래도록 자리 잡아 그는 “내가 나를 좋아한다고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달라진 나를 부끄러워할 일도 없”는 사람으로 자라났다.
내가 나를 의심하지 않을 때,
비로소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이 있다호주 토르케이 해변에서 서핑 보드 위에 엎드린 채 파도를 활주하며 작가는 “의심하지 않는 마음”을 발견했다. “벤치에 머무는 일이라면 익숙했”다는 그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서핑을 ‘하고 싶은지’ 묻는 그 마음들을 만나 김지우 작가는 비로소 ‘서핑을 하고 싶은 나’와 마주했다. 나를 의심하지 않는 것. 나에게 손을 내밀 이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 것. 그래서 한 번 더 도전해 볼 용기를 내는 것. 김지우 작가에게 여행은 의심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단순히 ‘휠체어 여행기’로만 볼 수 없다. 김지우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를 휠체어 여행을 가로막는 어려움들만으로 채우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냈다’는 식의 매끄러운 성공 서사로 포장하지 않는다. 그는 낯선 곳에서의 낯선 만남들과 눈물로 범벅된 엉망진창의 순간들을 거치며 마치 체로 거르듯 선명한 ‘나’를 남겼다. ‘휠체어 타고 세계 여행’이라는 문장에서 떠오르는 전형적인 장면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앞에 두고 김지우 작가는 말한다. “그곳에서의 시간 동안 달라져 버린 내가 좋”다고, 정말로 편안하고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된 내가,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 내가 좋다고.
우리의 여행이, 우리의 발걸음이
이 견고한 세상에 균열을 내는 그날까지우리는 주위를 둘러싼 환경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간다.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주위 모든 것과 나를 의심하며 살기란 일견 불가능하지만, 여행을 떠나면 알게 된다. 우리의 ‘당연함’이 도대체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말로 당연한 것은 의심할 여지조차 없다는 사실을. 그 ‘당연함’은 누군가의 진입을 가로막는 문턱이 될 수도, 나의 한계를 결정짓는 마음 속 확신이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당연함’ 중 나와 네가 다르지 않다는 단 하나의 사실만이 당연하다. 결국 ‘당연함’을 향한 ‘의심’은 당연함을 의심하지 않음과 같다. 의심하지 않으면 알게 된다. 의심 없는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얼마나 투명하고 선명한지. 그리고 그렇게 마주한 세상이 얼마나 큰 가능성으로 생동하는지.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김지우 작가는 그런 시선이 만들어 낸 경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 넘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여행이라는 경험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음을 아는 사람의 몸짓이다. 여행지에서 울고 웃고 싸우고 기차를 놓치고 춤추고 포옹하고 일탈하는 김지우 작가는 이제 또 다시 다가올 낯섦에도 주저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혼자 지하철 타기도 버거워하던 그는 몇 년 전의 자신을 그곳에 두고 새로운 곳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애쓴다. 그러는 동안 내 안에는 새로운 내가 쌓인다.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이, 이렇게 함께 선명해진다.

심장이 철컹대는 지하철 소리보다도 크게 쿵쿵거렸다. 같은 칸에 타고 있었을 회사원을 상상해 본다. 그는 알까, 어쩌면 그에게는 지겨울 그 공간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잔뜩 긴장한 채 창밖을 내다보던 여자애가 있었다는 걸.
_ 프롤로그
우리에게는 큰 한 방보다 작은 성공들이 필요하다. (⋯) 다행히도 해 본 것이 많이 없어 늘 새로운 시도를 했다. 결국은 해내지 못한 일도 있었고 생각보다 쉽게 해낸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해 봐야 할 것들이 잔뜩 쌓인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_ 프롤로그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지우
휠체어가 굴러서 ‘구르님’. 김지우보다 익숙해진 이름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한다. ‘구르는’ 삶에 대해 할 말이 많아서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쓴다. 쓴 책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 《오늘도 구르는 중》, 《우리의 목소리를 공부하라》(공저),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가 있다. 바이러스의 시대 이후, 여행 제한이 풀리자 고삐 풀린 듯 세계를 떠돌았다. 길 위에서는 가끔 내가 그저 당연한 존재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의심 없는 마음이 좋아 계속 구르며 세상을 누비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목차
프롤로그 내 세상은 조금 느리게 커졌다
서문 작은 성공들
1부 유럽
어떤 여행은 예고 없이 시작된다
파리 한복판에서 울어 본 적 있습니까?
흘러간 자리에는 우리가 남아
다시 올게, 또 만나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유럽의 지붕에서 웃으며 미끄러지는 법
무슈, 무슈!
엄마가 독일로 온다
돌봄과 쓸모
쓰글~
잔잔하게 흘러서
아니, 그건 있을 수 없어
2부 호주
도망가자
그냥 타!
의심 없는 마음
바삭한 빨래를 만지면 어른이 된다
당연하고도 시끄러운, 이상한 몸들의 축제
아무것도 하지 않기
남자 둘과 동거합니다
사람이 싫다는 고백
도움 받을 용기
취약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
더 자랄 시간
No worrries!
에필로그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