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미리미리 정해 놓은 시간표대로 매일을 살아가며 평온함과 행복을 느끼는 계획형 두더지 씨의 이야기. 주인공 두더지 씨가 하루 일과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시간은 땅 위로 올라가 바람을 쐬는 순간이다. 향긋한 풀 냄새, 달콤한 꽃 내음, 가벼이 온몸을 쓸고 가는 기분 좋은 바람!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바람은 절대 두더지 씨가 정한 시간에 불지 않고 늘 제멋대로였기 때문이다.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두더지 씨는 화가 났다. 결국 참다못한 두더지 씨는 바람을 아예 잡아 오기로 결심하는데…
출판사 리뷰
두더지 씨는 모든 걸 계획하고, 계획한 건 반드시 지켜요.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길을 따라 땅속을 산책해요. 그리고 하루에 한 번 땅 위로 올라가 바람을 쐬어요. 두더지 씨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었죠. 그런데 바람은 절대 두더지 씨의 시간표대로 불지 않았어요.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두더지 씨는 화가 났어요. “바람은 제멋대로야, 내 완벽한 하루를 다 망치고 있어!” 참다못한 두더지 씨는 길목에 덫을 놓고서 바람을 아예 잡아 오기로 합니다. 하지만 두더지 씨의 덫에는 바람 대신 엉뚱한 친구들이 걸려들었어요. 과연 두더지 씨는 바람을 잡고서, 마침내 완벽한 하루를 다시 찾을 수 있게 될까요?
매일매일을 시간표대로 살며, 단 1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
‘극파워 J’형 두더지 씨의 바람 사냥 소동극계획형 삶을 살며, 모자 수집광이며, 통제욕이 강한 우리의 주인공 두더지 씨가 주로 지내는 곳은 땅속입니다. 어두운 땅속 생활 때문에 시력이 좋지 않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안경부터 찾아 쓰지요. 두더지 씨의 집에는 없는 게 없어요. 미리미리 잡아 둔 덕분에 늘 넉넉한 지렁이와 먹을거리들, 벽장 한 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각양각색의 모자들, 몇 번을 맞춰도 항상 짜릿한 퍼즐까지. 두더지 씨만의 취향으로 완성된 땅속 집은 구석구석 감탄스럽기만 합니다.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춘 이 집에 없는 것이 있다면 딱 하나, 바로 시원한 바람이었죠.
두더지 씨는 곧바로 작전에 착수합니다. 지렁이 잡기가 전문인 만큼 이번에도 실력을 발휘하기로 한 거예요. 그러나 두더지 씨의 덫에는 청설모 친구들이 걸려들고 말아요. 엉뚱하게 잡혔다가 풀려난 청설모 형제는 바람을 잡으려면 덫이 아니라 커다란 주머니가 필요하다고 조언해 줍니다. 이때부터 숲속 친구들이 하나씩 나타나 각각 다른 방법을 알려 주기 시작해요. 족제비, 개구리, 고슴도치까지 합세해 자신만만하게 의견을 꺼내 놓았지요.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바람은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람 잡기 작전은 아무래도 장기전으로 들어가게 되는 듯 보였어요. 어느 날, 새 한 마리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자연스럽게 익히는 기다림의 미덕
휴식 같은 엔딩이 주는 편안함‘바람은 잡는 게 아니야…’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두더지 씨를 지켜보던 새가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고 휙 날아간 뒤로 두더지 씨는 새의 말을 날마다 곱씹어 봅니다. 그러다가 속는 셈 치고 나무 그루터기 위에 슬그머니 자리를 잡아 봐요. 짜 놓은 시간표 안에서만 살아왔기에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하루아침에 쉽게 될 리는 없겠죠. 하지만 다행히 숲속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어요. 혼자서 기다릴 때보다 훨씬 수월함을 느끼는 두더지 씨입니다. 도란도란 모여 앉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요. 그러다 마침내 바람이, 왔어요! 기다린 만큼 바람은 더 시원했어요. 청량하게 기분 좋은 바람을 흠뻑 맞으며 두더지 씨와 친구들은 다음을 기약해요.
우리는 저마다 자기의 경험 안에서 세상을 인지합니다. 여기 숲속 동물 친구들이 바람을 인지하는 방식이 달랐던 것처럼요. 지렁이를 잡아 오듯 바람도 집으로 가져오겠다고 했던 두더지 씨는 물론 청설모, 족제비, 개구리, 고슴도치 모두 자신의 경험 안에서 상상이 가능한 방법들을 제시했어요. 글과 그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이 대목은 한 장 한 장 그 자체로도 재밌는 리듬을 자아내는데, 이때 이들이 그동안 바람을 어떻게 느껴 왔는지 구분하는 재미는 특히 어린이 독자들이 꼭 챙겨 보면 좋을 즐거움일 거예요.
연필과 색연필, 오일파스텔과 물감으로 겹겹이 쌓아 만든
친근하고 다정한 그림책의 세계보랏빛과 오렌지빛 흙으로 일렁이는 땅 밑 두더지 씨의 세상, 여러 층위의 초록 풀잎이 싱그럽게 어우러지는 바깥의 풍경들, 그리고 그 풀밭 위를 지나는 기분 좋은 바람까지! 작가 한솔이 정성껏 구축한 이 세계에는 디지털 작업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손그림 특유의 감성이 곳곳에 다정히 깃들어 있습니다. 안경 낀 땡글한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두더지 씨는 우리에게 할 말이 아주 많아 보여요. 바람에 올라타 낑낑거리는 족제비는 볼 때마다 듬직하면서도 어쩐지 짠해지는 친구죠. 두 눈을 지그시 감고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개구리가 누구보다도 격렬한 움직임을 보였을 땐 와 하고 놀랐다가 웃음이 터지고 말아요. 장면장면 생생하면서도 섬세한 표정들,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깨알 같은 소품들을 모두 찾아가며 읽으면, 몇 번이고 새로운 재미가 한 꺼풀씩 생겨나는 그림책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한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그림책상상 그림책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우리 함께 있어》, 《불안구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