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벽암록』과 『종용록』에서 선법의 기본 규칙과 핵심이 될 만한 시중ㆍ평창의 많은 부분을 선별 인용했다. 인용하면서 번다함을 삭제하고 간략하게 한 것은 일견에 조사의 의지를 파악케 하고자 함이었다. 아울러 필요한 공안 여러 개를 추가했고, 한국 선사들 태고 스님, 경허 스님, 호은 스님 문답까지 넣어서 101칙으로 묶었다.백장 스님은 “일체의 말(言)과 산하대지를 낱낱이 자기에게 돌이키라”라고 했다. 1천 7백 공안과 선사들의 많은 말과 설법이 있으나 그 어느 것도 자기와 관련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낱낱이 자기와 결부시켜보아야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낙처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조사의 의지를 묻는가? “백일홍 나뭇가지 끝에 백화(百花)가 만발한다.”
출판사 리뷰
『벽암록』ㆍ『종용록』 등에 등장하는 화두공안 101칙을
석우 스님의 체험과 안목으로 노래한 간화선 지침서
화두공안은 선사들이 내방자가 들은 즉시 깨닫기를 희망하면서 던진 말이나 사건이다. 깨달음은 수행의 이력을 묻지 않는다. 중생은 본래 누구나 선사의 말을 즉시 알아들을 수 있는 역량을 선천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것에 준해서 선사는 ‘말 떨어지자마자 즉시 알 수 있는 것’을 말했다. 그래서 운문 스님은 “말해줘도 보지 못하면 곧 잘못되어버린다. 머뭇거리며 생각하면 어느 세월에 깨닫겠는가?”라고 말했던 것이다.
실제 방거사처럼 첫 내방 순간에 말 한 마디나 주장자를 맞고 깨달았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첫 대면에서 즉시 알아채고 깨닫는 것, 이것이 선법이다. 다만 즉석에서 깨닫지 못한다면 선사가 말한 뜻에 대한 것을 약간의 시간을 갖고 참구하면 결국 알게 되어있다. 한번 깨닫고 그리고 일평생 무념무심의 삶을 살아간다면 그가 바로 대평안을 얻은 사람이다.
그런데 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농사를 짓고 직장을 다녀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런 ‘생계적 궁리’나 ‘일을 하는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무념무심은 진리를 추구하는 측면이나 본질을 논하는 측면, 그리고 일상적 인간관계에서 망념(妄念)이 없는 것을 말한다.
당ㆍ송 시대에 수백 년 동안 선학이 하나의 큰 물결, 큰 사조와 같이 일어나서 선법이 융성했다. 그때에 완성된 선법은 1천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별로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 수행자의 기본 지침이 된다.
이미 유포되어 있는 공안집 『벽암록』과 『종용록』은 매우 유용한 선서이다. 불교의 기본 상식 정도만 알면 누구든지 읽을 수 있고 선문의 기승전결을 알 수 있는 안내서이다. 원오 스님과 만송 스님은 그동안 선사들이 구술로만 전해오던 선법을 화두 거량을 통해 자세하게 설명하면서도 선사들의 공안에 흠이 되지 않도록 안배했기 때문에 매우 절도가 있다. 가히 칼을 다치지 않고 상대를 감복하게 하는 일등 선사들의 기량을 가지고 쓴 글이라고 할만하다.
아쉬운 것은 두 스님은 자비가 지나쳐서 상세하게 설명하느라 문답과 주가 뒤섞이고 수시ㆍ평창의 옛 관례를 따른 것이 오늘날에는 번다한 것이 되었다. 또 간혹 설명이 장황하여 길이 많아지는 바람에 양(羊)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게 되었다. 본래 조사들의 문답은 잎 따고 가지 쳐버리고 몸통을 보이려했던 것인데, 번잡함이 되레 조사의 뜻을 아는 것에 장애가 된 것이다.
본 『팽금록』은 『벽암록』과 『종용록』에서 선법의 기본 규칙과 핵심이 될 만한 시중ㆍ평창 많은 부분을 선별 인용했다. 인용하면서 번다함을 삭제하고 간략하게 한 것은 일견에 조사의 의지를 파악케 하고자 함이었다. 아울러 필요한 공안 여러 개를 추가했고, 한국 선사들 태고 스님, 경허 스님, 호은 스님 문답까지 넣어서 101칙으로 묶었다.
101칙 중에 36칙 앙산의 마하연법, 41칙 암두의 말후구, 46칙 낭월당공, 50칙 병정동자 등은 필자의 해부가 길게 기술된 곳이다. 이 중 46칙 낭월당공은 그동안 학계에서 계속 논의되어 왔던 ‘오매일여’에 대한 필자인 석우 스님의 관점(觀點)을 대혜 스님 어록을 통해서 그 실상을 밝히고, 또 여러 조사들의 견해를 넣어서 돈오보임(頓悟保任)이 진정한 선문의 이정표라는 것을 증명 제시했다.
백장(百丈) 스님은 “일체의 말(言)과 산하대지를 낱낱이 자기에게 돌이키라”라고 했다. 1천 7백 공안과 선사들의 많은 말과 설법이 있으나 그 어느 것도 자기와 관련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낱낱이 자기와 결부시켜보아야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낙처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러한 관점으로 이 책을 통해 간화선 공부의 특이점을 맞이하길 바란다.
(필자인 석우 스님의 자문자답이다)
조사의 의지를 묻는가?
“백일홍 나뭇가지 끝에 백화(百花)가 만발한다.”
※ 그 뒤 42세 가을에도 여전히 무자 화두를 들고 옥상에서 포행하던 나는 홀연히 무자 화두의 뜻이 드러났고 나는 곧 선서를 보았다. 그 중에서도 『임제록』과 『조주록』을 세밀히 읽어나갔다. 무(無)자의 뜻은 없다는 곳에 그 뜻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無)를 통하여 전혀 다른 것을 보아야 한다. 이것으로 임제 스님과 조주 스님의 뜻을 간파하니 과연 무(無)라는 화두에 모두 녹아있음을 확인했다.
※ 그러던 어느 날 잠자리에 들어서도 의심을 들고 잤는데, 잠 속에서도 의심이 계속 연결되었다. 아침에 벌떡 깨어나서 생각해보니 지난밤 내내 의심을 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6시간이 지났다. 2일째 날도 하루 종일 일여하더니 잠잘 때도 일여했다. 그때서야 나는 ‘아, 몽중일여는 실제 있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연속해서 4일 정도를 잠 속에서도 의심을 들고 낮에도 의심을 드는 것이 자동으로 지속되었다.
나의 이 몽중일여 체험이 화두를 드는 꿈이 아니고 자면서도 화두를 들은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화두를 의심하는 것이 깰 때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즉 의심하는 의식이 생생하게 잠 속에서도 살아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낮에는 간혹 한번 끊어지던 화두가 잠 속에서는 전혀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렇게 낮과 밤에 화두가 지속된 지 5일째 아침에는 일어나 정신이 유독 선명해져 오랫동안 화두를 들고 앉아있었다. 그때 문득 한 생각 툭 터져서 정전백수자 뜻이 드러났다. 무자 화두를 들고 공부하기 시작한 지 23년째였다.
다시 전삼삼후삼삼(前三三後三三)의 화두를 타파하고, 다시 또 덕산탁발화(德山托鉢話)를 들었는데 이것도 몇 개월 후 드러나 버렸다. 대략 4개월 전후해서 내가 의심하고 있던 화두들의 뜻이 다 드러났다. 최종 선서로 확인하고 비로소 옛 선사가 이제 나를 흔들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나의 심경을 말하자면,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지만 흙과 허공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구산 스님이 나에게 주장자를 들이댔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주장자를 맞은 지 15~6년이 지난 뒤였다.
※ 그후 지금까지 오매일여를 여러 번 체험했지만 매일 그러한 것은 아니다. 처음 정전백수자 화두를 들고 연속 4일간 일여하기 시작 한 뒤에도 화두일여는 자동으로 계속되었다. 약 2년 정도 화두가 따라다녔는데, 점점 희미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간헐적으로 일여했다가 나중에는 정진 시간에만 선명해졌다. 그 뒤 무엇엔가 몰두할 때는 최소한 1~2일간 잠속에서도 그것에 몰두하는 습관이 생겼다.
지금 주장자 맞은 뜻을 안지 20여년이 넘었다. 아직까지 그때 안 것이 바뀌지 않고 있다. 제방의 납자들이여, 이마에 점찍지 말고 나에게 와서 새로운 주장자 일방을 줄 사람 있는가?
곤륜산 높은 곳에 있는 옛 보검은 아침저녁으로 울고
깊은 바다 거북이 등에 쓰인 문자 어찌 모를 수 있을까?
거슬러 올라간 어용(魚龍)의 역린을 만나면 재빨라야 한다.
바람도 없는 산골짜기의 바위도 물도 나무도 다름이 없다.
하하, 웃음 속에 뼈와 칼이 오랜만에 인사를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석우
1973년 해인사 출가1977년 해인강원 19회 졸업세 번의 물결을 지나고44세에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보고 쉼표를 찍음현 무불선원 시자(선원장)
목차
서문 3
나의 화두 공부 8
001 세존의 침묵 [世尊良久] 18
002 달마의 모름 [達摩不識] 20
003 마조의 일면불 [馬祖日面佛] 22
004 조주의 구자 [趙州狗子] 26
005 조주의 잣나무 [趙州栢樹] 29
006 수산의 신부 [首山新婦] 33
007 설봉의 쌀 한톨 [雪峰栗米粒] 37
008 유 거사의 옛 거울 [劉居士古鏡] 42
009 경허의 자벌레 [鏡虛尺蠖蟲] 44
010 운문의 자기 [雲門自己] 50
011 운문의 날마다 좋은 날 [雲門好日] 56
012 엄양의 한 물건 [嚴陽一物] 60
013 설봉의 쌀 한 톨 [雪峰栗米粒] 63
014 운문육불 (雲門六不) 70
015 청원의 쌀값 [淸源米價] 75
016 백장의 들오리 [百丈野鴨] 77
017 장삼 7근 [布衫七斤] 83
018 수산의 신부 [首山新婦] 88
019 임제대오 (臨濟大悟) 91
020 임제의 일장 [臨濟一掌] 95
021 방 거사 낙설처 [老龐落雪處] 99
022 운문의 두 가지 병 [雲門兩病] 105
023 앙산의 오로봉 [仰山五峰] 110
024 대수겁화 (大隨劫火) 116
025 백장대웅 (百丈大雄) 126
026 운문의 뒤집은 말 [雲門倒一說] 136
027 남양의 물병 [南陽淨甁] 140
028 대룡법신 (大龍法身) 143
029 구지일지 (俱胝一指) 147
030 경청줄탁 (鏡淸啐啄) 153
031 목주할후 (睦州喝後) 160
032 암두의 항상한 이치 [巖頭常理] 163
033 기우멱우 (騎牛覓牛) 167
034 동산의 더위와 추위 [洞山寒署] 172
035 설봉의 자라코 독사 [雪峰鼈鼻] 177
036 앙산의 마하연법 [仰山摩詞衍法] 105
037 나산의 일어나고 멸함[羅山起滅] 195
038 마조백비 (馬祖百非) 201
039 운문호떡 [雲門餬餠] 205
040 철마의 늙은 암소 [鐵磨牸牛] 209
041 암두의 말후구 [巖頭末後句] 215
042 법안지렴 (法眼指簾) 238
043 지문연화 [智門蓮花] 242
044 고불노주 (古佛露柱) 246
045 동인청조 (東印請祖) 249
046 낭월당공 (朗月當空) 252
047 풍혈일진 (風穴一塵) 286
048 운문주룡 (雲門拄龍) 290
049 운문의 황금털 [雲門金毛] 293
050 병정동자 (丙丁童子) 296
051 자복의 일원상 [資福圓相] 317
052 운문전수 (雲門展手) 321
053 낙포굴복 (洛浦伏膺) 324
054 투자대사 (投子大死) 328
055 주고삼문 (廚庫三門) 333
056 지문반야 (智門般若) 337
057 법안강육 (法眼舡陸) 340
058 임제의 참사람 [臨濟眞人] 343
059 법안호리 (法眼毫釐) 346
060 운문의 흑과 백 [雲門白黑] 350
061 파자직거 (婆子直去) 352
062 풍혈의 무쇠소 [風穴鐵牛] 356
063 대광의 춤 [大光作舞] 369
064 약산의 고라니 [藥山射麈] 372
065 마곡진석 (麻谷振錫) 376
066 위산병각 (潙山倂却) 383
067 명백함도 없다 [趙州不在明白] 388
068 건봉의 한 획 [乾峰一畫] 393
069 미호의 깨달음 부정 [米胡悟否] 397
070 청림의 죽은 뱀 [靑林死蛇] 400
071 흠산일촉 (欽山一鏃) 405
072 남전의 뜰에 핀 꽃 [南泉庭花] 410
073 세존승좌 (世尊陞座) 414
074 앙산삽초 (仰山揷鍬) 416
075 삼성의 황금 물고기 [三聖金鱗] 419
076 혜적과 혜연 [惠寂惠然] 423
077 정주의 법도 [定州法道] 427
078 수산의 세 구절 [首山三句] 431
079 앙산의 원상 [仰山圓象] 435
080 곽시과다 (廓侍過茶) 439
081 남전참묘 (南泉斬猫) 442
082 진산이 성품을 묻다 [進山問性] 446
083 소당의 가사자락 [小塘袈角] 450
084 운문의 빛과 소리 [雲門聲色] 454
085 운문의 보배 [雲門一寶] 456
086 화산의 북 두드림 [禾山打鼓] 462
087 소산의 유구무구 [疎山有無] 468
088 경청의 불미 [鏡淸不迷] 471
089 동산의 풀 없음 [洞山無草] 474
090 장사의 진보 [長沙進步] 477
091 덕산의 행각 [德山挾複] 481
092 염관서선자 (鹽官犀扇子) 487
093 노조의 알지 못함 [魯祖不會] 492
094 서원의 두 번 틀림 [西院兩錯] 496
095 전삼삼후삼삼 (前三三後三三) 505
096 임제의 한 획 [臨濟一畫] 509
097 구봉의 긍정치 않음 [九峰不肯] 512
098 광제의 복두건 [光帝幞頭] 518
099 동산의 항상 간절함 [洞山常切] 523
100 낭야의 산하 [瑯琊山河] 526
101 파릉의 취모검 (巴陵吹毛) 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