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30여 년간 인문 및 과학 분야의 출판인으로,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저자 장인용의 인문학적 탐색이 돋보이는 책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단어의 어원과 역사, 문화적 맥락을 탐구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의 실제 의미와 쓰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총 7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특히 눈여겨볼 내용은, ‘단지(團地)’ 혹은 ‘고수부지(高水敷地)’나 ‘경제’와 ‘사회’처럼 일본이 번역한 한자어를 살펴 그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언어의 변화와 융합 과정을 탐구한 부분이다. 또 한자어에서 유래한 말의 유래와 다른 어원 책에서 만나기 힘든 나무, 물고기, 채소, 과일의 이름에 얽힌 비밀, 지명과 종교 용어의 유래, 동음이의어나 첩어에서 찾는 흥미로운 언어적 단서를 만날 수 있다.세상의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듯, 우리가 쓰는 말도 거슬러 올라가면 시작이 있을 것이다. 단어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은 말에 새겨진 과거의 흔적을 찾는 일이기에 옛날이야기 같은 재미가 있다. 말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기에 정확한 어휘 구사에도 도움이 된다. 문해력, 어휘력, 나아가 표현력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 우리는 국어로 쓰인 텍스트를 통해 지식과 문명, 역사, 문학을 배우고 소통하며 살아간다. 단어의 어원을 알 때 비로소 그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단어의 뜻과 쓰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 삶에 교양이 더해지는 즐거움을 느껴보기 바란다.


‘경제’는 본래 ‘세상을 올바르게 해서 백성을 구하다’라는 계몽적인 성격을 지닌 말이다. 홍만선은 무지한 백성을 올바르게 가르쳐서 세상을 잘 살게 하겠다는 뜻으로 이 책을 지었다. 그렇다면 ‘경제’는 왜 이렇게 뜻이 달라졌을까? 바로 일본인들이 서구의 용어를 옮기면서 ‘이코노미 (Economy)’를 ‘경제’로 번역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단어가 내포하던 전통적인 유교의 개념들은 없어지고, 서양 언어의 개념들만 남게 되었다. 세상이 바뀌면 말도 따라 바뀐다. 말을 시대에 따라 다른 뜻으로 쓰기 시작하면 금세 옛 뜻은 사라지고 만다. _<제1부 뜻이 바뀌어 새로이 쓰이는 말> 중에서
여하튼 ‘깡통’과 ‘깡패’처럼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외래어와 한자의 결합이라는 특이한 조어법은 이제 더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한다. 우선 외래어를 일본 발음으로 수입하는 일이 없다. 그리고 그보다 ‘통’과 ‘패’처럼 적절한 한자어를 덧붙이는 일이 쉽지 않아졌다. 일반인들의 한자 감수성이 많이 떨어졌기에 혹여 한자를 덧붙이더라도 수용하기가 전처럼 쉽지 않겠다. 지금은 오히려 초등학생과 청소년의 한자 실력이 좋은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그들도 예전처럼 신문과 책에 한자를 섞어 쓰던 그런 세대는 아니다. _<제1부 뜻이 바뀌어 새로이 쓰이는 말>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장인용
대학에서 중문학을, 대학원에서 중국미술사를 공부했다. 국제교류재단에서 출판 일을 시작했으며, 뿌리깊은나무를 거쳐 지호출판사에서 30년 가까이 출판에 종사했다. 평소 즐겨 읽던 인문학과 과학 분야의 책을 출간하며 이 세상에 먹물 흔적을 조금 더했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관심 분야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동안 《식전》, 《주나라와 조선》, 《한자본색》, 《동양화는 왜 문인화가 되었을까》, 《동양화 도슨트》 등 여러 분야의 책을 썼으며, 《중국 미술사》와 몇몇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글을 다루고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저절로 어원에 관심이 생겼다. 말에 새겨진 흔적, 사연을 들여다보는 일은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젊은 시절 대학원에서 청동기 문양을 공부하기 위해 금문(金文, 청동기에 새기거나 주물로 만든 문자)에 입문하여 고문자학을 익혔다. 또 뿌리깊은나무 시절 ‘한국 문화계의 심미적 천재’로 불리는 한창기 사장과 이태 동안 거의 매일 점심을 함께 먹으며 국어에 관한 이야기를 귀동냥했다. 그 덕분에 서정수 교수의 《국어 문법》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 기초가 이 책을 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